2019년 6월 2주 영화 감상 기록
속편, 나올 수 있을까…?
<맨 인 블랙>이 돌아왔다. 사실 처음 리부트 이야기가 나올 땐 “안 돌아오면 안 될까?” 싶었는데. 솔직히 <맨 인 블랙> 시리즈 속편은 기대 이하였고, 특히 토미 리 존스가 일선에서 물러난 3편은 정말 보기 힘들었다. 윌 스미스의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지만 토미 리 존스와 함께하지 않으니 버디무비 재미는 팍팍 줄어들었다. 게다가 <맨 인 블랙>이 20여 년 전에 나왔을 땐 진짜 신선했지만 지금은… 정말 별별 외계인이 다 존재하는 우주가 있고 지구에 이들을 전담하는 기관이 있다는 것만으로 재미를 느끼긴 늦었다. J와 K의 자리를 채울 만한 캐릭터와 이야기, 재미가 필요하다. 그래서 데려온 사람이 크리스 헴스워스와 테사 톰슨이다. 흠.
둘의 호흡은 이미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봤다. 크리스 헴스워스는 어쩌다 코미디를 배워와서 <라그나로크>에서 원 없이 써먹었고, 이제 그걸 <어벤져스> 두 편에서도 잘 이어갔다. 하지만 그게 본인의 장기는 아닌데, 이번엔 그걸 주된 무기로 써먹었다. 지난 몇 년간 집중적으로 봐서 그런 걸까, 이번 영화에서는 식상하단 말밖에 안 나왔다. 웃음 포인트도 애매하고, 코미디 하려다 정작 중요한 순간에선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테사 톰슨과 합을 맞춘 장면도 그저 심드렁할 뿐.
테사 톰슨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굉장히 잘했다. 캐릭터 자체가 매력이 없을 뿐이지 해야 할 건 제대로 했다. 의욕 넘치고, 기회를 얻기 위해 백방으로 뛰며, 어렵게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 추진력까지 갖췄다. 신입 요원에게 부여하는 어리바리함은 없고 똑똑하고 프로페셔널한 인재로 나온다. 유능한 인물이 경험치를 더하는 것도 성장 서사라면 성장 서사겠지. 입만 산 H 대신 많은 걸 해내는 걸 보니까 뿌듯하기도 하다. 다만 둘을 붙여놓을 때 원하는 코미디 모먼트가 잘 안 살아서 그렇지. ^_ㅠ
웃음은 약방 감초처럼 조그마한 몸집으로 이리저리 잘 끼어든 ‘포니’와 쿠메일 난지아니가 책임진다. 다른 데선 거의 안 웃었지만 포니가 나오면 좀 웃었다. 레베카 퍼거슨은 짧지만 강렬하게 인상 깊었다. 리암 니슨은 캐릭터와 잘 안 붙는다는 느낌이었다. 저 자리를 대신할 만한 50~60대 남배우들이 없을까 딴생각도 했다. 엠마 톰슨은 말 그대로 이야기를 열고, 닫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정말 거기에만 등장한단 말이다.
스토리도 짐작되고, 진행 방향도 알겠고, 반전 같은 것도 다 예상 가능한 수준에서 진행됐다. <맨 인 블랙> 세계관 차원의 내용을 넘어설 수 있을까 싶었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그게 목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전작의 매력이 있는가, 그것도 아니다. 블록버스터 치고는 저렴한 예산에 PPL이 인상 깊은 작품으로 남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