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주 영화 감상 기록
실존 인물의 삶을 “너무” 충실하게 옮긴 전기 영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부당한 법률을 법의 언어로 바꿨던 젊은 시절을 다룬 전기 영화. 하버드 로스쿨 입학과 콜롬비아 로스쿨로의 전학, 변호사로 취업에 실패한 후 법대 교수가 되고, 법으로 성차별을 바꾸기 위한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았다. 펠리시티 존스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를, 아미 해머가 남편 마틴 긴즈버그를 연기한다. 미미 레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다큐 <RBG>와 몇 개월 간격으로 개봉했다. 미국도 그랬는데, 화제성은 다큐가 영화를 앞섰다. 실제로 다큐는 작년 미국 다큐멘터리 흥행 1위였고, <세상을 바꾼 변호인>은 펠리시티 존스의 연기는 훌륭했지만…으로 끝이었다. 처음엔 왜 그럴까 궁금했는데, 영화를 보니 알 것 같다. 다큐는 만듦새는 평범하지만 RBG의 역사를 충실하게 따라가며 한결같았던 그를 바라보는 세상의 변화도 스케치했다. <세상을 바꾼 변호사>는 공식 그대로에 충실한 전기 영화다. 주인공의 위대한 삶을 그대로 옮기고, 연기력 탄탄한 배우들이 훌륭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감동은 큰데, 왜인지 여운은 남지 않는다. 다큐에 비교하면 여운이 길게 가지 않는다. 이걸 먼저 보고 <RBG>를 봤으면 둘 다 재미있게 즐겼을 듯하다. 이게 입문이고, <RBG>는 종합 느낌.
펠리시티 존스와 아미 해머, 케일리 스패이니의 연기는 칭찬해야 한다. 존스는 작고 단단한 RBG의 느낌을 그대로 옮겨왔다. 실존 인물과 외모는 달라도 그 아우라를 온몸에 담아낼 줄 아는, 전기 영화 최적의 캐스팅이다. 아미 해머는 여성 중심 영화에서 주연의 존재감을 해치지 않는 조연으로 열연한다. 긴즈버그 판사는 아미 해머가 “남편과 칼질이 똑같다.”라며 엄청난 연습량을 칭찬했다. 케일리 스패이니는 RBG의 다음 세대의 여성을 대표하는 딸 ‘제인’을 연기하며 어머니의 활약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아들 딸을 위해서”라는 말은 진부해 보이지만 그만큼 설득력 있고 파워풀하다.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23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