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3주 영화 감상 기록
김래원 눈빛이 다했다
정말 1도 기대하지 않았던, 그저 그런 조폭 영화라고 예상했던 작품이 의외의 매력을 품고 있었을 줄이야.
<롱 리브 더 킹> 원작을 모른다면 로맨스가 정말 놀라웠을 것이라고 하고, <롱 리브 더 킹>을 아는 사람이라면 원작의 정치성을 싹 뺀 것에 당황했을 거라고 한다. 안 본 사람이니 당연히 ‘로맨스’가 베이스 플롯인 점에 굉장히 당황했고요. 그러면서도 왜 김래원이 여기서 조폭을 연기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김래원의 피지컬과 연기를 좋아한다. 피지컬은 열정적이고 야망 가득한 엘리트와 사랑에 미친 남자를 몸에 그대로 심은 것 같고, 눈빛으로 정말 많은 연기를 한다. 물론 넷상에서 썩 호감이 아닌 것도 안다. 김래원에 대한 개인의 호불호가 어찌 됐든,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강윤성 감독이 왜 김래원에게 장세출을 맡겼는지 알 것 같다. 그리고 조폭치고 매우 독특한 인간인 장세출이 김래원이라는 배우에서 어떻게 살아나는지를 볼 수 있다. 영화의 ㅇ도 몰라도 무릎을 탁 칠 만한 캐스팅이랄까.
이야기는 비현실적이고 유치한 면이 있다. 로맨스에 과감한 변주는 못 넣은 데다가 막판에 옅어지는 건 분명히 한계다. 그래도 이것저것 짬뽕한 장르는 각 부분에서 빛나는데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진다. ‘조폭이 뭐…’ 하고 들어갔다가 장세출이라는 인간을 보며 ‘음… 괜찮은데?’라 생각하게 된다.
<범죄도시>를 제대로 안 본 입장에서(개인적으로 잔인해서 뛰어넘기하며 봤음) 강윤성 감독의 작품을 제대로 본 건 <롱 리브 더 킹>이 처음이다. 다 보고 나니까 감독님의 심미안과 이야기 솜씨에 감탄하게 됐단 말이지. 다음 작품은 전도연이 출연 논의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