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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속 레즈비언 캐릭터의 단명(短命)에 대하여 (번역)

TV의 또 다른 레즈비언 캐릭터가 죽었다: 어떻게 된 것인가?

by 겨울달

※ 이 글은 'The 100' 3시즌 8편과 'The Walking Dead' 6시즌 14편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아직 시청 전이고 스포일러를 보기 싫으신 분들은 '뒤로'를 눌러주세요.


지난 3월 10일 방영된 'The 100'에서 레귤러 캐릭터가 아님에도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던 '그라운더'의 수장 렉사(Lexa)가 죽었습니다. 그 이후 제작진은 '이렇게 어이없이 하차시켜야만 했느냐'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끊임없는 항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결국 쇼러너 제이슨 로덴버그(Jason Rothenberg)는 블로그를 통해 '렉사의 하차는 제작 여건 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나, 그 방식에 대해서는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했다'고 인정하며 팬들에게 사과하였고, 오늘 진행된 2016 원더콘(Wondercon) 'The 100' 패널 행사에서도 재차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렉사의 죽음이 아니라, 렉사의 죽음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The 100'의 팬덤뿐 아니라 LGBT 커뮤니티 내에서 논란이 된 이유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현재까지의 논의를 잘 정리해 놓아서, 이를 번역했습니다. 원문은 이곳에서 확인하세요.





'The 100'의 팬들은 아직도 렉사가 유탄에 맞아 죽은 것에 크게 동요하고 있다. 그래서 일요일 밤, '워킹 데드'에서 또다른 LGBT 캐릭터가 사망으로 하차한 이 타이밍은 더 이상 나쁠 수가 없다.


이번 '워킹데드' 에피소드인 'Twice as Far'에서, 드니스(메릿 웨버 Merritt Wever 분)가 화살에 머리를 맞아 죽으면서 또 한 명의 LGBT 캐릭터가 사망하게 되었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이달(2016년 3월) 초 The 100에서 렉사(알리샤 데브넘-캐리 Alycia Debnam-Carey 분)가 클락(엘리자 테일러 Eliza Taylor 분)과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자마자 죽게된 후 일어난 사건이다.


하지만 두 캐릭터의 죽음 모두 '워킹데드'나 'The 100'의 팬들에게는 놀라운 일은 아니다. 원래 '워킹데드'에서는 캐릭터가 죽음으로 하차하는 일이 많고, 웨버 또한 지난 EW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캐릭터의 이야기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데브넘-캐리의 경우, 그녀가 '피어 더 워킹 데드(Fear the Walking Dead)'의 레귤러 출연진이기 때문에 곧 'The 100'에서 하차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다.


제이슨 로덴버그(Jason Rotherberg, 'The 100' 쇼러너)는 "시청자 여러분들이 다른 드라마에 출연하는 여배우를 하차시켜야 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많이 없었다는 걸 알아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이번 시즌은 (데브넘-캐리의) 출연 에피소드가 7개밖에 없었어요. 그 이상으로는 촬영을 하기 어려웠죠. 그래서 쇼러너로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이야기와 함께 고려해야 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가 정말 훌륭한 이야기라는 걸 알지만, 렉사를 죽이는 건 우리가 더 이상 알리샤 데브넘-캐리를 출연시킬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좀 더 쉽게 내릴 수 있었던 건 맞습니다. 용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설사 용서 못하셔도, 이해는 합니다."


그러나 'The 100'의 팬들이 사랑하는 렉사를 잃었다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최근 TV의 문제적인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다. 바로 레즈비언 캐릭터들의 쇼에서의 수명이 길지 못하다는 점이다. 일요일 '워킹데드' 방송 이후 이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트위터에 나타났다.


"저 사람 겨눈 것도 아니었어!"라는 대사가 상처에 소금을 제대로 친다. (“I wasn’t even aiming for her,” adds salt in the wound to #BuryYourGays trope.) #TheWalkingDead
— Donna Dickens (@MildlyAmused) 2016년 3월 21일
TV 속 레즈비언들에게 조의를 표함. (RIP Television Lesbians.) #TheWalkingDead #The100 #LGBT
— Avon Rogan (@FogMouse) 2016년 3월 21일
출처=commanderoswald.tumblr.com
2016년 겨우 80일 지났을 뿐인데 '워킹데드'의 드니스는 프라임타임 드라마에서 사망한 8번째 퀴어 여성 캐릭터가 되었다. 2016년에 퀴어 여성 캐릭터는 10일에 1명꼴로 사망하고 있다.
GLAAD(동성애자 인권증진단체)의 2015년 리포트 "Where We Are On TV"에 따르면 공중파 프라임타임에 편성된 드라마의 881명 레귤러 출연진 중 4% 정도가 동성애자 또는 양성애자였다. 레즈비언 캐릭터는 23명, 게이는 33명, 양성애자 여성은 12명, 양성애자 남성은 2명이었다.
2015년에 여성 퀴어 캐릭터는 단 35명이었고 그 중 8명이 2016년이 된 지 80일만에 죽었다.


GLAAD(동성애자 인권증진단체)은 아직 드니스의 죽음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렉사의 죽음에 대해서는 지적했다.

드라마 속 LGBT 여성들이 아무런 목적 없이 죽는 경우가 너무 많다. 제작자들은 '더 잘해야(do better)' 한다. (Far too often, LGBT women on scripted TV are killed off in deaths that serve no purpose. Producers must do better)
— Sarah Kate Ellis (@sarahkateellis) 2016년 3월 16일


더 나쁜 것은, LGBT 캐릭터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흥미로운 역사가 보인다는 것이다. Auto Straddle이 TV에서 사망한 레즈비언 및 바이섹슈얼 캐릭터 146명을 모아봤는데, 그 중에는 '사인필드'의 Susan Ross(봉투 접착제 때문에 죽었다!)부터 '다크 엔젤'의 다이아몬드, 그리고 '여전사 제나'의 제나도 있다.


하지만 메릿 웨버는 '워킹데드'가 TV 속 뻔한 공식을 따른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 웨버는 The Daily Beast와의 인터뷰에서 "드라마 시청자들이 캐릭터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거나, 그 캐릭터에 자신을 대입하거나, 그 세계 중 일부가 실재하며 타당하고 우월하게 보여진다고 느끼는 건 이해해요."라 말했다. "그런데 그게 사라질 때 정말 실망스러운 일이라는 것도 알겠고요.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그 감정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저도 흑인이나 동성애자 캐릭터가 덜 인간적이고 실제 느낌이 덜하고 덜 중요한 편이라 사람들이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죽임을 당하는 경우도 잘 알고 있어요. 제 경우에는 그런 것 같지 않아요. 그래도 더 넓은 문화적 맥락에서 걱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알리샤 데브넘-캐리의 경우, 'The 100' 팬들이 렉사의 죽음에 대해 보인 격렬한 반응에 깜짝 놀랐다. 그녀는 "드라마 출연진이나 제작진 누구도 이 일로 SNS에서 성토를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 말했다. "우리가 주목을 받고 어떤 움직임을 이끌어 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며, 이 일을 계속 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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