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에이미 아담스와 '배트맨 대 슈퍼맨'의 바보같은 서브 플롯(번역)
'배트맨 대 슈퍼맨'은 워너 브라더스의 야망을 꽉꽉 담은 영화입니다. 역사와 전통으로는 뒤지지 않을 DC가 영화 면에서는 마블에게는 족족 패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DC 코믹스 슈퍼히어로들이 모인 '저스티스 리그'를 야심차게 런칭하기 위해 먼저 배트맨과 슈퍼맨을 만나게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두 히어로가 처음엔 서로를 죽일듯이 싸우다가 그 다음에는 원더우먼과 함께(라고 하지만 너네는 원더우먼 없으면 어떻게 됐을까?) 둠스데이로부터 지구를 구합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교묘하게 실종된 분이 있습니다. 네, 바로 슈퍼맨의 연인인 로이스 레인입니다. DC코믹스 최고의 여성 캐릭터인 로이스 레인과 아카데미 후보에 다섯 번이나 오른 연기파 배우 에이미 아담스 둘 다 쩌리로 만들어버린 영화(와 잭 스나이더)의 만행에 대해 비판한 Vulture의 칼럼을 번역했습니다. 원문은 이곳에서 확인하세요.
http://www.vulture.com/2016/03/poor-amy-adams-and-her-batman-v-superman-subarcs.html
슈퍼히어로가 한데 뭉치는 영화들은 영웅들의 연인들에게 박한 편이다. '어벤져스'에서 토르가 처음 지구로 돌아왔을 때, 자신의 연인인 제인 포스터(Jane Foster, 나탈리 포트먼 Natalie Portman)에게 연락할 생각도 하지 않았고,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토니 스타크의 연인인 페퍼 포츠(Pepper Potts, 기네스 팰트로 Gwyneth Paltrow)는 스크린에 등장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탈리 포트만과 기네스 팰트로가 앞으로의 장래가 위태로워진 슈퍼히어로의 여자친구들을 지지하는 집단을 만든다면, 최소한 이들은 이 사람을 새 멤버로 받을 수 있을 듯하다. 바로 아카데미상에 5번 후보에 올랐던 에이미 아담스(Amy Adams). 그녀가 맡은 로이스 레인(Lois Lane)의 이야기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가장 바보같고 쓸데없는 이야기였다.
에이미 아담스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빠질지 알고 있었을까? 그녀가 2013년 '맨 오브 스틸'에 출연했을 때, 그녀의 선택은 일리가 있어 보였다. 코믹북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인 로이스 레인을 연기하는 것이었으니까. 게다가 메이저 프랜차이즈 영화에서 두번째 주인공을 맡는 것이었으니, 앞으로의 일자리 보장은 물론이고 크리에이티브한 접근을 할 가능성도 많았다.
하지만 일은 아담스에게 유리하게 풀리지 않았다. '맨 오브 스틸 2'를 제작해 로이스 레인을 다시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대신, 잭 스나이더는 옆길로 빠져 배트맨(벤 에플렉 Ben Affleck)을 데려와 슈퍼맨과 공동 주연으로 만드는 후속편을 만든 것이다. 게다가 원더 우먼(갤 가돗 Gal Gadot)과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 Jesse Eisenberg)도 등장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영웅과 악당들이 등장할 것이라 예고했다. 이 모든 인물들이 등장한 데다가 '맨 오브 스틸'의 조연이었던 다이앤 레인(Diane Lane), 케빈 코스트너(Kevin Costner), 로렌스 피시번(Lawrence Fishburne) 등 조연들도 출연하면서 에이미 아담스가 영화에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고, 그녀가 하는 일은 모두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다.
줄거리를 한 번 살펴보자. 영화의 대부분에서, 로이스 레인은 아프리카에서 군벌을 인터뷰한 게 잘못된 사건에서 찾은 총알의 정체에 대해 조사한다. 영화의 힘을 자꾸만 뺏는 중간중간 삽입된 장면에서, 그녀는 장군(해리 레닉스 Harry Lennix)를 압박해 그 총알을 렉스 루더와 관련이 있음을 알아낸다. 이 스토리라인이 영화의 메인 플롯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아무 것도 없다. 그때 배트맨은 렉스와 관련된 몇 건의 더욱 흥미진진한 범죄를 조사하고 있었고, 그중 대다수에서 소득이 있었다. 로이스가 총알 사건과 렉스 루터를 엮을 만한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을 때, 렉스 루터는 그 정도의 나쁜 짓은 이미 뛰어넘어 슈퍼맨을 죽일 만한 가공한 괴물을 만들어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 총알 아무 쓸데가 없었어, 로이스!
본질적으로 서브플롯 전체가 속임수였다는 건데, 액션씬이 시작되면 상황은 아담스에게는 더 절망적으로 변한다. 슈퍼히어로와 슈퍼빌런에게 밀린 로이스는 액션씬에서 기여하는 부분이 많지 않은데, 게다가 로이스가 한 건 방해밖에 되지 않았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자기들끼리 싸움을 마무리지었을 때, 로이스는 배트맨의 크립토나이트 창이 슈퍼맨을 더 약하게 만드는 걸 막기 위해 뛰어들어 그걸 집어들었다. 그렇지! 그거 좋은 생각이야! 그러고 나서 로이스는 그걸 물웅덩이에 던졌고(왜?) 몇분 뒤 다시 돌아가서 창을 꺼내려고 하는데(음...) 잘 알지도 못하는 슈퍼빌런 둠스데이와 싸우는 데 쓰기 위해서인듯 하다(응?). 아담스가 여기서 한 일이 '그 창을 없애버려야겠어'에서 '어,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뿐인 것 자체도 아니다 싶은데, 더 최악인 건 로이스가 창을 다시 찾으려 했을 때 익사할 위험에 처해 구출되어야 했다. 슈퍼맨에게, 무려 세 번이나. 나도 로이스 레인이 가끔 위험에 빠진 아가씨 정도로 여겨진다는 건 알지만, 이 정도면 이 아가씨는 바보밖에 안 되는 거다.
클락에 대한 로이스의 사랑만이 이야기의 다른 부분과 주제 면에서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이것마저도 정말 엉터리로 짜놓았다. '맨 오브 스틸'에서의 사건 이후, 동료인 로이스와 클락은 함께 살고 있었고 결혼을 곧 앞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편 유명한 저널리스트인 로이스는 유명한 슈퍼히어로인 슈퍼맨과 공개적으로 키스를 나누기도 한다. 스나이더를 포함한 그 누구도 이 두 가지가 연결되는 데 신경이 안 쓰였던 건가? 아니면 사람들이 그저 로이스 레인은 비슷하게 생긴 건장한 청년에겐 약하기 때문이라고 가정하는 건가? (그녀의 직장 '데일리 플래닛'의 편집인 페리 화이트는 아마 "제목: 로이스 레인은 무조건 가져야 하거든!"이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담스가 상대역인 헨리 카빌(Henry Cavill)과 불꽃튀는 장면을 만들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으나, 두 사람 사이에는 로맨틱한 케미가 거의 없다.
난 에이미 아담스가 이것보다는 더 많이 나오길 바라지만, 잭 스나이더가 가지고 있는 그 '더'라는 게 어떤 것일지 두렵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저스티스 리그 파트 1'에 등장할 더 많은 캐릭터를 소개할 테고, 그러면 로이스 레인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진다. 이미 이 영화 안에는 다음 영화를 예고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는데, 여기에 로이스가 언급이 된다. 브루스 웨인의 꿈에 시간 여행을 한 플래시가 나타나서 "로이스가 '저스티스'리그에 있을 모든 일의 열쇠"라고 말했다. 설마, 그 대사가 스나이더 감독이 아담스를 달래기 위해 넣은 대사가 아니라면, 미래의 슈퍼맨이 엄청나게 분노한 것은 로이스가 죽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그게 더 자비로운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