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안 팝니다. 그러나…

류학의

by 겨울달

(최초작성 2025.04.09)


본업을 잘 하면 관심은 가더라고요.


필모 깨기를 할 만큼은 아니지만, 이 사람이 나오는 새 영화나 새 드라마는 찍먹은 하고, 중도 하차는 안 하는, 그런 배우가 몇 있는데요. 요즘 중드를 보다가 그런 배우가 한 명 생겼습니다.


‘류학의’라는 배우인데, 중드 보는 분들 사이에선 알려진 얼굴이죠. 선협드라마나 일반 고장극에서 인상 깊은 조연/빌런으로 출연해 왔는데요. <유리미인살> 호진/백린제군으로 드라마 시청자들의 애정과 원망을 많이 받았고, <천고결진> 천계, <소년가행> 무심 등으로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데뷔한 지는 오래됐지만 주요 배역을 맡은 건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드디어! 작년부터 메인 주연으로 출연한 고장극들이 공개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류학의를 인상 깊게 본 건 <장풍도>가 시작인데요. 주연배우 백경정과 송일 때문에 시작했다가 빌런 ‘낙자상’에게 홀딱 빠진 사람이 접니다. 분명 죽어마땅한 나쁜 놈인데 저 눈빛과 표정을 보면 차마 죽으라고 욕할 수 없어요. 세상을 보는 눈은 비뚤어지고 가슴에 원망이 가득해서 온갖 악행은 다 하다가 비참한 결말을 맞아요. 드라마 전개 특성상 빌런은 많이 등장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등장한 장면 하나하나가 멋있어서 배우를 인상 깊게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빌런 배우가 주연으로 나오는 드라마가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화간령>을 시작했습니다. ‘반월’, 우리 판따런은 똑똑하고 무예도 잘하고 그림도 시도 잘 하는 나라 최고의 공자 중 하나인데요. 10년도 넘게 행방불명된 약혼자를 잊지 못하는 순정남입니다. 화양에서 채미를 어렵게 찾아냈지만 새신부는 혼인날 죽고 본인이 살인자로 몰리죠. 그는 스스로 범인을 찾고 그 뒤의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화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요상한 주술로 상관지의 몸을 가지게 된 채미와 다시 사랑에 빠지죠.


까칠하고 냉정하지만 측은지심도 있는 지방 현령이자, 생이 다할 때까지 채미 하나만 사랑하는 우리 판따런. 10년을 기다린 여인이 혼례날 죽자 그 고통 때문에 머리가 하얗게 새어버렸죠. 저 백발 분장과 화려한 의상들 덕분에 류학의 필모 중 가장 ‘예쁜(!)’ 비주얼을 선사한 작품으로 기억할 것 같아요. <화간령>이 기대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류학의에 대한 관심도 조금 높아진 것 같아요.




류학의의 두 번째 주연작이 된 드라마는 <춘화염>입니다. (촬영 순서와 방영 순서는 다를 수 있음) 이것도 사실 원작이 굉장히 마라맛이라 사람들이 '이게 드라마가 되나요...?'라고 했대요. 역시 벗겨보니 마일드하고요. 개싸가지 쓰레기남 '모용경화'는 목적을 위해 진짜 자신의 모습을 숨겼더라고요. 극 초반 '너무 지나치게 치명적인' 모습 때문에 튕겨나갔다는 시청 간증이 꽤 있는데요. 앞에서 너무 힘을 주는 바람에 뒤에서 힘이 좀 빠지긴 하지만 드라마 자체는 나쁘지 않아요. 특히 10년간 준비한 복수의 끝에 결국 후회만 남은 모용경화의 인생은 좀 많이 불쌍했어요. 캐릭터의 심리 변화가 큰데 연기를 잘 해서 다른 면면들 간에 이질감은 크지 않습니다.


저는 상대역인 오근언과 류학의의 케미가 정말 좋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오근언도 지금까지 드라마를 하면서 '어울리는 남배'가 많지 않았어요. <연희공략> 등 다양한 여성 원톱 드라마 주연을 맡아오면서 극을 이끄는 능력은 검증받았지만 상대 남자배우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은 안 해봤거든요 (심지어 제2의 전성기를 가져온 <묵우운간>에서도 케미 없다는 소리 들었음). 근데 <춘화염>은 좋았어요. 두 사람은 나이도 비슷하고 연기 경력도 꽤 되었고요. 이 캐릭터들의 나이도 꽤 있는 편이라 (20대 중후반 추정) 거침없는 애정씬도 있는데 불꽃 팍팍 튀게 소화하거든요. 두 사람은 앞으로 더 많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겠지만 지금까지는 서로가 베스트인 것 같아요. 재합작을 소원하는 조합입니다. 현대 가족 코미디 드라마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주 종영한 세 번째 주연작 <염무쌍>. 여기서 어쩌다 신물을 소유해 신의 힘을 얻게 된 여우족 족장 '원중'을 연기했어요. <염무쌍>은 비주얼로 승부하는 최근 선협극과 달리 스토리와 캐릭터에 굉장히 힘을 준 작품인데요. 그래서 화면은 화려하지 않아도 모든 캐릭터가 선명하고 다면적이고, 스토리는 경쾌하면서도 선악을 판단하기 어렵고,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과정과 속도가 적절해요. 그 정점에 두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있는 것 같아요. 여주인공 '희담음/무쌍신녀'를 연기한 당언은 순수하고 강단 있으며 사람을 사랑하고 소문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믿는 '실용주의자' 신선을 잘 표현했어요.


그런 희담음의 보호 대상이자 탐구 대상인 원중은... 정말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캐릭터예요. 처음엔 악역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불쌍한 처지고, 근데 또 마냥 불쌍한 건 아니에요. 오랜 시간 동안 핍박받으며 마음이 비뚤어진 원중은 '너죽고나죽는' 자살 작전을 진행하려고 하는데요, 사람의 온기를 경험하고 희담음의 무조건적 믿음을 받으면서 결국 본인 스스로 작전을 포기하고 빛을 택합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내면의 갈등을 풀어내고 드러내는 장면이 굉장히 많은데요. 꽤 많은 대사량을 소화하면서 이 감정 저 감정 다 왔다 갔다 해야 했어요. 그리고 류학의는... 너무 잘합니다. 아무 대사가 없는 장면에서도 눈빛과 표정만으로 '얘는 대체 뭐 하는 놈이야'라며 더 궁금하게 만들어요. 연기하기 어려운 거 많이 던져줬는데 찰떡같이 잘 해요. 선협극이라는 장벽은 있지만 류학의의 '연기'가 보고 싶다면 <염무쌍>을 추천하고 싶어요.


2024년에 2편, 2025년에 벌써 1편을 방영하면서 류학의의 곳간('방영대기작'을 뜻하는 중드 한국팬 용어)에는 이제 맹자의와 작업한 고장극 <도화영강산>과 올해 흙오이 탈출이 유력한 <낙화시절우봉군>이 남았습니다. 얼마 전에 선협극 <가우천성> 특별출연과 12부작 현대극 촬영을 마쳤고, 지금은 작품을 고르고 있는 것 같아요. 작품 고르는 눈도 괜찮고 연기력도 좋아서 다음 작품이 더 기대됩니다. 그러니까 얼른 와주세요. 배우 본인은 헝디엔 가서 열심히 촬영해 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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