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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달 Apr 29. 2016

[번역]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누군지 아는 사람?

블록버스터와 대형 스튜디오의 작가주의

이 글은 미드 및 영화 콘텐츠 플랫폼 테일러컨텐츠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대박 아니면 쪽박. 대형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슈퍼히어로 영화 아니면 개봉관도 얻지 못하는 소품. 영화에 대해서 그다지 박식하지 않은 제가 몸으로 느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영화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감독과 배우의 능력보다 스튜디오와 자본의 능력이 더욱 주목받는 요즘의 슈퍼히어로 영화에 대해서 벌쳐의 아담 스턴베르 Adam Sternbergh 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조 & 앤서니 루소 감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꼼꼼히 짚었다. 재미있게 읽은 칼럼이라 개발새발 실력으로 번역해 보았다.

 


오늘날 헐리우드의 이상한 상태를 보여주는 증거를 하나 들자면, 2014년 최고 흥행을 기록한 영화는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인데, 누가 이 영화의 감독인지는 대답을 못 할 것이다. (참고로 '제임스 건'이다.) 또는 그 해 영화수익 11위를 기록한 영화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인데, 필자도 찾아보기 전에는 감독의 이름을 대지 못했다. (정답은 '마크 웹'인데, 지금 생각해 보니 [스파이더맨]과 연결해 보면 매우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이름이다.) 


2014년 전 세계 수익 3위를 기록하고 7억 15백만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수익을 올렸으며, 그 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거나 최소한 예상 외로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다. 자신하는데, 최소한 코믹콘을 모니터링하거나, 티저 트레일러를 분석하거나, MCU가 뿌려놓은 떡밥으로 스토리를 점쳐보는 엄청난 팬이 아니라면, 이 영화를 누가 연출했는지도 답하지 못할 것이다. (여기 MCU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의 약자라는 것을 아는지의 여부도 좋은 시험지가 되겠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의 감독은 루소 형제인데,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들은 '못말리는 패밀리(Arrested Development)'나 '커뮤니티(Community)' 등 정말 훌륭한 시트콤을 연출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확실히 예산 1억 7천만 달러가 투입되고 CG가 범벅이 된 여름 텐트폴 슈퍼히어로 영화의 감독이 되는 데 필요한 경력을 갖춘 사람들이다.


자, 테스트를 하나 더 해 보자. 루소 형제를 이미 알고 있었다면, 그들의 이름을 말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왜 그 이름을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있다. 루소 형제는 올해 아마 가장 큰 수익을 올리게 될, 그리고 이미 개봉 전 열광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감독이다. 또한 이들은 또다른 2개의 블록버스터 영화 - 각각 2018년, 2019년 개봉할 어벤저스 후속편 2개를 준비하고 있다.


정답은 조(Joe)와 앤서니(Anthony)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안의 마블 본부는 MCU의 일급 첩보기관이었고 [윈터 솔저]에서 완전히 와홰된 쉴드(S.H.I.E.L.D.)와 흡사하다. 일단 그곳에 도착하면 아이패드로 기밀유지 각서에 서명을 해야 한다. 그 다음 바위에 박혀 있는 묠니르(토르의 망치) 특대 모형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아 있어야 한다. 안내데스크 옆에 있는 디지털 스크린에 '사진 촬영 금지'나 '기밀유지서약 준수' 같은 메시지가 반복해서 나오는 걸 보면서 미약하지만 감시를 당하는 느낌을 받는다. 앤서니 루소가 나를 만나러 나왔을 때, 그는 본부에는 너무나 많은 회사 기밀들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본부를 벗어나 다른, 좀 더 중립적인 공간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떠나기 전, 나는 접수원에게 내가 어떤 내용에 동의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기밀유지각서 사본을 보내달라고 했다. 접수원은 "이미 보내드렸어요."라고 쾌활하게 대답했다.


"[인피니티 워]의 아이디어나 스토리텔링에 대한 메모 카드를 붙여놓은 방이 있는데, 그 방 열쇠를 가진 사람은 2~3명 뿐이에요." 조 루소가 나중에 말했다. "우리도 그 방 열쇠가 없어요."

"우릴 안 믿는 거죠." 앤서니가 말했다. "우리가 분명히 '아, 그래요. 들어와서 여기 앉아서 얘기하죠.' 이럴 걸 알고 있거든요." 솔직히 말해, 그의 말이 농담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었다. (사실 농담이었다. 이들도 열쇠가 있다.)


이미 발표된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19년에는 마블 스튜디오는 MCU에 포함된 23개의 영화를 제작한다. 그 중 4편 - [윈터 솔저], [시빌 워] ,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파트 1, 2] - 을 조와 앤서니 루소가 연출을 맡는다. 클리블랜드의 이탈리아계 대가족 출신의 형제는 아주 오래 전, 90년대에 케이시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의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돈 3만5천 달러를 들여 [피스(Piece)]라는 저예산 범죄영화를 만들었고, 이것이 97년 슬램댄스(Slamdance) 영화제에서 스티브 소더버그 감독의 눈에 띄었다. 이 정도면 90년대 영화감독들의 흔한 성공 스토리다. 소더버그 감독은 이들의 영화 - 지금 조의 표현에 따르면 "매우 자기 인식적이고, 아이러니하며, 비선형적이고, 예술다운, 그러니까 제 잘난 맛에 만들었던" 작품 - 와 감독 자신이 슬램댄스 영화제에 출품했던 비내러티브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인 [스키조폴리스(Schizopolis)]가 밀접하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 이후 소더버그는 이들의 첫 스튜디오 코미디 영화인 [웰컴 투 콜링우드(2002)]를 제작했고, 그 이후 형제는 2006년 오웬 윌슨 주연의 [유, 미 앤 듀프리(2006)]도 연출한다. 이들은 또한 2004년 [못말리는 패밀리]의 연출로 에미상을 탄 이후 인기 많은 시트콤 연출가가 되기도 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성공적인 영화 프랜차이즈의 미래를 맡기기에는 루소 형제의 이력은 논리적으로는 말이 되진 않을 것이다. 이는 또한 최근 할리우드에서 성공한 감독이 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는 무엇을 의미하지 않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당신이 애타게 기다려왔거나 헤어나올 수 없었던 그 모든 슈퍼히어로 영화를 만들었던 마블 스튜디오는 영화 제작에 있어 이전과는 다른 접근법을 택하는데, 이는 과거의 방식이면서도 동시에 현재 영화 산업의 미래이기도 하다. 옛날에는 스튜디오가 자신들의 스타일에 맞춰 믿을 만한 내부 감독을 고용했었다. '작가로서의 감독', 즉 감독 자신만의 비전과 스타일을 가진 감독은 - 존 포드(John Ford)나 빌리 와일더(Billy Wilder) 등이 있긴 하지만 - 1950년대 이전까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 영화를 작가주의적 감독이 만든 경우도 있는데,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나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 시리즈 등이 그 예다. 마이클 베이 또한 다른 감독들처럼 자신만의 유일한 작가주의적 비전을 가지고 있는 감독으로서, 자기가 살아 있고 계속 돈을 벌 수 있다면 트랜스포머 영화 시리즈를 계속 만들 것이다.


마블이 감독을 찾는 방법은 다르다. 예전에는, 마블이 기존 스튜디오에 캐릭터 사용 허가를 내 주면, 스튜디오는 유명 감독을 데려왔는데, 그 결과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했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 맨] 시리즈나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프랜차이즈는 히트한 반면, 이안 감독이 연출한 작품을 포함한 헐크 영화 2편, 벤 애플렉 주연의 [데어데블] 영화, 그리고 [판타스틱 4] 영화몇 편 같은 영화도 있었다. 이후 2004년, 마블이 다른 스튜디오나 공동으로 영화에 투자하기로 결정했고, 현재 프랜차이즈 전체를 감독하는 케빈 파이기가 2007년, 마블 스튜디오 제작 부문 사장직에 취임했다. 2008년, 존 파브르가 연출한 [아이언맨]가 성공한 후, 파이기는 MCU에 대해 반쯤은 미친, 그리고 매우 고무적인 계획을 내놓는다. 코믹북 시리즈처럼 일련의 영화들을 연결해 거대한 이벤트 영화인 [어벤져스]로 이끌어가자는 것이었다. 이는, 코믹북 시리즈의 작가와 만화가들처럼, 영화는 서로 다른 감독들이 참여해 예술적으로 매력적이면서도 스타일적으로는 이전, 이후의 영화들과 일관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독을 고를 때는 예전에 큰 영화를 했던 감독들이 아니라 우리들이 잠깐 멈추고는 '어, 이거 멋진데!'라고 말할 만한 감독들 중에서 선택해요." 파이기가 말했다. "그게 미팅의 기준이에요. 그 다음에 그들이 이렇게 공동 작업이 많고 굉장히 강도 높은 작업을 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왜냐면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영화이다보니 개봉일에 대한 압박이 심할 수밖에 없거든요." 마블의 마스터 플랜 - 다년간에 걸쳐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고, 캐릭터는 겹치지만, 감독들이 다른 영화를 기획하고, 촬영하고, 개봉하는 것 - 은 할리우드 전체가 부러워하는 작업이 되었다.매년 돈을 벌어들이는 영화를 제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몇년 간 돈을 벌 만한 영화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마크 해리스가 마블의 계획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제목과 7년 후 개봉일만 정해진 영화는 사실 주주들에 대한 약속의 의미다."라고.


만약 당신이 헐리우드에서 독창성과 예술적 생기를 가진 젊은 감독이라면, 그들이 탐내는 보상은 이제 슈퍼히어로 영화를 연출하는 것이 되었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작지만 평가가 좋은 작품을 만들먼 그 다음엔 이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큰 작품을 연출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작지만 평가가 좋은 작품 하나로 다음 토르 영화의 연출을 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바 듀버네이가 마틴 루터 킹 전기영화 [셀마]로 주목을 받은 후, 그녀는 잠깐 동안 마블의 [블랜 팬서] 영화에 참여했다. '작품에 대한 의견 차이'로 프로젝트에서 하차한 후, 마블은 [크리드]로 핫한 감독이 된 라이언 쿠글러를 기용했다. 감독 선정이 계속 진행되는 동안, 영화의 개봉 일자(2018년 2월 16일)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주인공 채드윅 보스먼 또한 루소 형제의 [시빌 워]에 블랙 팬서로 출연하면서 미리 정해지게 되었다. 마블 영화를 연출하는 데 힘든 점은 영화들 중 어떤 것들도 - 아마 어벤저스 속 조스 위든이 직접 집필한 대화들 외에는 -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알 만한 요소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 영화들은 존 파브르의 영화도, 조스 위든의 영화도, 루소 형제의 영화도 아니다. 이 영화들은 마블 영화들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지난 10년간 루소 형제의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다 해도 (만약 슈퍼히어로 영화를 싫어한다면 루소 형제가 감독한 시트콤을 봤다 해도), 그 영화들 중에서 이들 감독의 연출 스타일을 찾아내기가 굉장히 어려울 수도 있다. 그들도 물론 최소한 23개 영화로 이뤄진 유니버스 안에서 계속 일한다는 것 아래에서 이런 경향을 바꾸기를 바라고 있다. 루소 형제의 영화 4개를 모두 봤다면, 아마 루소 형제가 어떤 사람들인지 좀 더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들이 다른 마블 영화의 감독들과 달리 4개의 영화 모두를 연출할 수 있게 된다면 말이다. 조스 위든의 경우 그의 독특한 감성 덕분에 직접 극본/감독을 맡은 [어벤저스]가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3년 후 나온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는 체력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고갈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홍보를 하면서 조스 위든이 버즈피드와의 인터뷰에서 "참 어두웠어요. 이상했고요. 끔찍했어요." 라는 말은 평이한 편이었다. 


조 루소 & 앤서니 루소 / 이미지 출처=Bobby Doherty/Vulture


슬램댄스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이후 21세기 초 TV 시트콤에서 활약을 보이고 이제 슈퍼히어로 영화의 꼭대기로 올라가기까지, 루소 형제는 알게 모르게 지난 20년간의 영화 제작 트렌드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들은 또한, 우연이지만 또한 신중하게, 현재의 할리우드에서 번창할 만한 완벽한 감독이 되었다. TV 제작 현장에서 단련되었기 때문에 빡빡하고 지칠 정도로 바쁜 제작 일정에 익숙하고, 큰 스토리라인 아래에서 자신들의 예술적 비전을 포섭시키는 데 능숙하다. "TV판에서 일하면서 지금 우리가 이정도 큰 규모의 영화를 만드는 데 결정해야 하는 것들을 감당할 수 있도록 훈련이 됐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조가 말했다. "이 과정이 어떤 사람들은 그대로 삼켜버릴 수 있거든요. 매우 복잡하고 빡빡한 과정이라 하루에 결정을 1000개나 해야 하기도 하는데, 만약 타율이 썩 좋지 않을 경우 이런 결정이 하나하나 모이게 되고, 결국 배가 가라앉게 되는 거죠." 예를 들어 보자. 첫번째 토르 영화는 아카데미 후보에 몇 번 올랐던 케네스 브래너가 연출했다. 브래너는 2편 연출을 맡지 않았고, 샤를리즈 테론에게 오스카를 안긴 [몬스터]의 감독 패티 젠킨스가 감독직을 맡았지만 해고당하고, 감독은 HBO '왕좌의 게임'에 참여한 베테랑 감독 앨런 테일러로 교체되었다. TV가 제작 요소 측면(로케이션 다양화, 특수효과 비용 증가)에서 좀 더 영화와 비슷해지고, 영화가 스토리텔링 면에서 TV와 비슷하게 변하면서, 마블 영화에 TV 감독을 고용하는 결정은 이제는 이해가 된다. (물론, 돈도 적게 받을 것이다.) 루소 형제가 [윈터 솔저]의 연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도 파이기가 액션 영화를 패러디한 '커뮤니티'의 에피소드 몇 개를 재미있게 봤기 때문이었다. "비전도 가지고 있고 실리주의자이기도 합니다." 파이기가 루소 형제에 대해 말했다."제 생각에 이건 극찬이에요."


혹시 궁금할까봐 덧붙이자면, 감독들이 규모가 정말 큰 액션 영화를 찍어보지 못했거나, 광범위한 CG 장면을 짜 보지 않았거나, 또는 2억 달러 규모의 큰 영화의 관리를 해본 경험이 없는 것, 이런 것들이 중요한 것인가? 그렇진 않다. 일단 루소 형제는, 액션 영화 숭배자로서 이 작업에 들어왔다. "우리는 코미디 감독이 될 생각이 없었어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죠." 조가 말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마블이 매년 2편의 영화를 개봉하기 때문에, 이미 막대하면서도 효율적인 조직이 갖춰져 있었다. "지원을 너무 잘 받는 거에요." 앤서니가 말했다. "최고의 컨셉 아티스트, 스토리보더, 사전비주얼화, 특수효과 담당까지 다 있어요."


아직도 마블 영화 감독의 다수는 1편만 작업한다. 브래너도, 첫번째 [캡틴 아메리카] 영화를 맡은 조 존스턴도 그렇다. 그리고 세 번째 토르 영화 또한 감독이 앨런 테일러에서 타이카 와이티티로 교체되는데, 그는 시트콤 '플라이트 오브 콩코드(Flight of the Conchords)'와 코미디 인디영화 [뱀파이어에 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What We Do in the Shadows)]로 유명하다. 가장 성공적인 감독인 존 파브르와 조스 위든도 2편까지만 작업을 맡았다. "결국은 우리가 영화에 대해 가진 비전이 마블이 가지고 있는 비전과 가장 가까웠고, 우리가 이에 대해 소통을 매우 잘 했던 거였어요." 앤서니가 말했다. "자신들의 비전과 마블이 가진 비전이 비슷하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어요. 그리고 때때로 자신들의 비전을 빨리 말해주질 않아서 의견들이 제대로 섞이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게 만들기도 하고요." 현재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2]를 작업하고 있는 제임스 건이 말했다. "어떤 부분은 미학적인 취향이에요. 다른 감독들 중에 그게 없는 사람들이 있었죠. 케빈과 똑같은 미적 감각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케빈이 당신이 한 것을 좋아해야 하긴 하죠. 마블 영화를 거쳐간 다른 감독들보다 저나 루소 형제가 그런 면에서 더 잘 맞았던 거라 생각해요." 마블 본부의 로비 앞에 있던 가짜 묠니르를 다시 떠올리며 필자 또한 토르가 겪은 비전같은 게 떠올랐다. 마치 아더왕이 왕으로 인정받기 위해 돌에서 엑스칼리버 검을 뽑아냈듯이, 감독들이 길게 줄을 서서 마블 본부로 들어와, 망치를 들려고 하는 모습을 상상한 것이다. 루소 형제는 망치를 제대로 들었을 뿐 아니라 이제는 그들의 머리 위로 신나게 흔들고 있다.


다행인 건, 당신이 쿠엔틴 타란티노나 마틴 스콜세지가 아닌 이상 묠니르 망치를 휘두르는 게 요새 할리우드에서의 유일한 감독 일이라는 거다. "심지어 시상식 쪽에도, 그런 영화들을 릴리즈할 만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영화 제작자는 소수인데, 그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에요." 조가 말했다. "웨스 앤더슨, 쿠엔틴 타란티노, 마틴 스콜세지, 데이빗 오 러셀,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등등요. 소수만 어느 정도 수준의 영화를 만들고 그걸 10월이나 11월에 개봉해 시상식 시즌에서 경쟁할 만한 지원을 받는 거에요. 1년에 영화 하나 정도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그 영화로 "성공"하죠. 하지만 모든 게 점점 작아지고 좁아지고 있어요." 사실, 최근 시상식 시즌에서 "성공"하는 것의 보상은 슈퍼히어로 영화를 연출하는 기회를 잡는 것이다. 아바 듀버네이, 쿠글러, 패티 젠킨슨 모두 마찬가지다. 심지어 루소 형제의 멘토인 소더버그 또한 오스카를 수상한 후 감독으로서 성공하였을 때, TV로 예술적인 도피를 감행했다. 이는 창작의 여정이며, 루소 형제가 직접 목격한 커리어 모델이기도 하다. "그분이 우리에게 몇 년간 멘토링을 하면서, 우리에게 말한 게 그거였어요. 어떻게 기존과는 다른 영화를 만들던 영화감독이 상업적 작품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내는 제작자가 될 수 있는가 라는 문제 말이죠." 조가 말했다. "그가 상업영화 제작으로 변신해가는 과정을 지켜본 것이, 우리도 같은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줬습니다." 그들은 소더버그가 대형 예산 영화 제작에서 은퇴한 것을 지켜봐야 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소더버그가 슈퍼히어로 영화를 연출하고 싶지 않은 것도 이유였다. "지난 5년간 영화판 최악의 발전이라면 감독들이 정말 푸대접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소더버그가 2013년 뉴욕 지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하지만 컨테이전(바이러스 재난을 다룬 2011년 소더버그의 스릴러 영화)을 만들며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영화를 만들라고 돈을 대는 사람들과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이 닮아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일치성이 소더버그를 그 방향으로 가게끔 만들었고, 루소 형제 또한 다른 방향으로 가게 만들었다. 바로 대형 할리우더 블록버스터 영화의 연출이었다. "우리는 10년 전에 소더버그 감독과 이에 대해 이야길 했어요." 조가 말했다. "아카데미였는지 아무튼 어떤 시상식에서 같이 앉아서 이런 말을 했죠. '스티븐, 독립영화가 90년대 하던 건 이제 다 TV에서 해요.' 그래서 지금 TV를 하시는 거죠. 그리고 지금은 창작 면에서는 더 행복해하시는 것 같아요. 왜냐면 영화판에서 실험적인 콘텐츠에 대한 기회는 줄어들고 있거든요. 그분은 그 변화가 올 걸 보신 거죠."


"우린 영화 괴짜였어요." 앤서니가 말했다. "뭐든지 다 봤어요. 정말 모호한 예술 영화에 외국어 영화에... 우리가 아트시네마 극장에서 살던 사람들이었어요. 하지만 결국에는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다른 사람들도 다 좋아하는 영화에요. 바로 그 영화들이 당신과 다른 사람들의 접점이 되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비상업적인 영화를 만들었던 우리들이 이제 상업영화 제작의 길을 가게 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이 우리 영화를 봐 줬으면 하기 때문이죠."


그러니 작가주의는, 할리우드에서 빛난 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확실히 죽은 것이다. 상업적 측면에서 자유로운 작가주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에게 건 도박으로 큰 이익을 얻었던 워너 브라더스는 지금 잭 스나이더와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배트맨 대 슈퍼맨]은 상업적으로는 환영받았지만 비평가들(그리고 몇몇 영향력 있는 팬들)에게는 해당 주제에 대한 그의 독특하고, 어둡고, 잔인한, 말하자면 작가주의적인 접근 때문에 혹평을 받았다. 이것은 결국 마블의 접근 방식을 정당화한다. 그래서 루소 형제처럼 재능 있고, 경험 많고, 유연하고, 본능적으로 협조적인 감독들이 이런 환경에서 번영할 만한 완벽한 인재들이다. "작가주의 영화의 팬이라면, 전 차라리 괜찮은 TV 드라마를 보는 걸 추천할 겁니다." 조가 말했다. "스타워즈가 12월에 20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데드풀]은 2월에 7억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결국 스튜디오 모델을 검증해낸 거에요. 그냥 지구 전체를 흔들 정도로 강력한 브랜드 IP(Intellectual Property)를 가지고 있으면 되는 거죠. 다음 10년간 마블 영화와, 스타워즈 영화와, 엑스맨 영화가 채워져 있어요. 데드풀도 프랜차이즈가 될 거에요. 이제 '대체 영화를 어디에 집어넣어야 하는 거야?' 이런 상황이 오는 거죠." 루소 형제는, 현재 자신들의 일정이 차 있는 것을 행복해한다. "서부극이 비교 대상이 되겠네요." 조는 현재 슈퍼히어로 영화가 헐리우드를 지배하는 것을 한때 서부극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과 비교하며 말했다. 이미 이야기는 정해져 있었다. 그 장르 안에 감독이 했던 건 존 포드처럼 칭송받느냐 아니면 영원히 잊혀지느냐를 결정한 것 뿐이다. "데드풀도 성적이 정말 좋았잖아요." 조가 말했다. "데드풀은 슈퍼히어로 영화를 비틀려고 했어요. 전복할 만한 뭔가를 준비했죠. 그래서 기대한 거에요. 어떤 것을 했는지 봐야 했고 다르거나 더 놀라운 걸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거죠. [배트맨 대 슈퍼맨]과 [시빌 워]가 6주 간격으로 개봉하게 된 것도 운명인 거에요. 이 영화들로 인해 다음 개혁적인 컨셉이 나오게 될 테니까요.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10년간 악당들과 싸워온 걸 봤으니, 이제 슈퍼히어로들끼리 싸우는 걸 볼 때가 된 겁니다."


"그와 동시에 말이죠." 앤서니가 말을 이어받았다. "일단 모든 것에서 떨어져서 봐야 합니다. 우리가 영화를 계획하진 않아요. 스튜디오를 운영하지 않으니까요. 우린 영화를 만들 뿐입니다."


하지만 루소 형제는 좀 더 거물급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얼마 전 마무리한 마블 영화([시빌 워])와 앞으로 더 만들 것들([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파트 1, 2])와 더불어, 얼마전 중국어 영화의 자본을 댈 스튜디오 Anthem & Song 을 차렸다. "VR도 시도해 보려고 해요." 조는 그들이 나아가는 방향이 최근 헐리우드가 나아가는 방향과 일치할 것이라 대답했다.


그래서 물었다. 작업하면 좋겠다 꿈꾸는 오리지널 프로젝트가 있는지, 마블의 블록버스터 히트 영화를 감독하고 난 후 얻은 산업적 영향력으로 무장하고 그들이 관심을 쏟을 만한 작품이 있는지.


"2년 뒤에 다시 이야기해 보면, 그때는 좀 더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을 거에요. 우리가 연출해온 시간들이 그걸 말해줄 거니까요." 앤서니가 말했다. "우리가 소더버그 감독에게 써준 극본이 있는데, 그분이 제작을 하겠다고 해 주셨어요. 그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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