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가 이렇게 훌륭했던 적도, 이렇게 살아남기 어려운 적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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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드라마'라는 개념을 알면서 드라마를 챙겨본 것이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최근 '따라가기 버겁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저 개인적으로 시간이 나지 않아서 드라마를 볼 시간이 없는 게 아니었어요. 챙겨볼 드라마의 수가 '절대적'으로 많아진 겁니다. 최근 몇 년간 TV 드라마는 채널에는 굉장한 브랜딩 효과를 가져오면서, 영상 콘텐츠 제작사에는 영화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너도나도 TV 드라마를 만들고 방영하면서 일명 '텔레비전의 황금시대'를 가져왔습니다. 몇몇 케이블 채널에서 괜찮은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나올 때만 해도 긴가민가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케이블 채널, 위성 채널은 물론이고 대형 및 군소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들까지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들려 하고, 와인스타인 컴퍼니처럼 영화만 해왔던 제작사가 TV를 통한 수익 창출에 집중하는 상황이 도래했습니다. 황금기라고 말하기에는 양도, 질도, 산업도, 환경도 급격하게 변한 지금을 비평가와 산업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할리우드 리포터'의 대표 비평가 팀 굿먼(Tim Goodman)이 작년 8월 이런 현상에 대해 논한 칼럼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베테랑 비평가의 글을 통해, 사람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TV 드라마 시장의 경향을 살펴봅니다.
원문은 이곳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hollywoodreporter.com/bastard-machine/golden-age-tv-best-tv-814146
텔레비전의 플래티넘 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좀 더 강조해서 말해볼까요? 텔레비전의 플.래.티.넘.시.대!
황금기가 계속되는 것이란 설명은 이제 안 통합니다. 르네상스가 계속되는 건 맞습니다. 퀄리티는 우수합니다. 깜짝 놀랄 정도로요. 정말 훌륭한 드라마가 나오고 또 나오는 현상은 이제 무섭고 위협적이기까지 합니다.
황금기의 드라마들은 이제 새로운 TV 환경에서는 경쟁을 할 수 없습니다. 이젠 시청하지도 않죠. 다수가 캔슬될 것이고, 출연진의 유명세는 줄어들 것이며 그들의 책장에는 실망스럽게도 에미상 트로피가 없을 겁니다.
슬픈 사실이라면 TV의 황금기가 플래티넘 시대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일 거라는 겁니다. TV의 플래티넘 시대가 황금기 시절의 미소 띤 얼굴에 제대로 한방을 먹여준 거죠. 그리고 새로운 세계에서 경쟁하고 싶진 않을 것이라고, 고통과 실망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도 할 겁니다.
문제는 우리가 TV의 황금기를 설명하는 데 사용했던 많은 요소들이 1950년대의 모든 드라마 - 아이 러브 루시, 시드 시저, 잭 베니, 필 실버스 쇼 등 - 뿐 아니라, 향수로 가득했던 1960년대 드라마 - 딕 반 다이크 쇼, 겟 스마트, 아이 스파이, 도망자, 보난자 등 - 에도, 혹은 반짝반짝한 1970년대 드라마 - 올 인 더 패밀리, 매쉬, 메리 타일러 무어 쇼, 오드 커플 등 - 에도, 심지어 시야가 매우 좁았던 1980년대 드라마 일부 - 코스비 쇼, 치어스, 힐 스트리트 블루스, 마이애미 바이스 등 - 에도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1990년대에 들어서 TV 드라마의 급격한 변화와 전체적인 퀄리티의 상승을 목격하기 전까진 '새로운 황금기'라는 용어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 용어는 사실 전 시대를 아우르는 데 사용되기에는 어려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TV의 황금시대를 떠올리며 더욱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도, 결국 모든 것들은 변합니다. 지워지거나, 흠집이 나거나, 영향력과, 심지어 그 유명세도 감소할 수도 있습니다. 사인펠드도 드라마가 비틀거리기 시작하는 순간 캔슬될 겁니다. 힐 스트리트 블루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때와 지금의 느낌은 너무나 많이 다르죠. 치어스 같은 시리즈가 어떤 시대에서든 큰 히트작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는 쉽지만, 그와 동시에 오드 커플, 마이애미 바이스, 코스비 쇼 같은 예전의 명작 드라마들이 지금의 황금시대에서는 시청률 면에서나 비평 면에서나, 시상식에서나 평판 면에서나 고전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노인들이 젊은이들에게 요즘 얼마나 좋은 것들을 누리고 사는지 말하고는 하죠? 지금의 황금시대에서 본다면 예전 드라마들이 상대적으로 너무나 쉽게 성공한 겁니다.
TV판이 이보다 더 경쟁이 치열하고 작품의 퀄리티가 높은 시대는 없었습니다. 정말로요.
FX 네트워크와 FX 프로덕션의 CEO인 존 랜드그라프(John Landgraf)는 지난 몇 년간 TV산업의 상황에 대해 가장 놀랍고도 신중한 해설을 해 왔습니다. 그는 금요일에 이곳에서 1년 전 모든 사람들의 세계를 흔들었던 연구가 밝혀낸 자료들을 보충하면서, 당시 TV 비평가들이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능한 일들을 명쾌하게 설명했습니다. 수치는 극명했습니다. 현재 프라임타임(8~11시)에 공중파, 케이블,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방영하는 TV 시리즈는 모두 1700개 이상으로, 헤아릴 수가 없는 수준입니다. 데이타임 쇼도, 심야 프로그램도 제외하고요. 뉴스도, 스포츠도 제외한, 프라임타임 방영 시리즈만 말입니다. 이 중에서는 352개가 스크립트 시리즈(코미디 & 드라마, 이하 'TV 드라마 시리즈'로 번역)입니다. 6개월 후 그 수치는 371개로 늘어날 겁니다. 그리고 금요일에, 랜드그라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재 가장 최근 실시한 예측에 따르면, 2015년에는 400개 고지를 쉽게 넘어설 겁니다."
그리고 이 말도 덧붙였는데, 이 부분은 주의 깊게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TV 드라마 시장의 급속한 팽창 성장세가 누그러질 것인지, 심지어 감소할 것인지, 언제 그렇게 될 것인지 질문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때가 왔다고 생각할 때, 다른 방송사가 TV 드라마 시장에 뛰어듭니다. 전 오래전에 모든 TV 드라마 시리즈를 쫓는 능력을 잃어버렸고, 아마 여러분도 그럴 겁니다. 심지어 우리는 이 일로 먹고살고 있는 데도 말이죠. 하지만 올해, 드디어 저는 TV 드라마 시리즈를 만드는 방송사 전부를 쫓아가는 능력을 잃어버렸습니다. 비평가 여러분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아실 겁니다. TV 드라마가 너무 많아요."
여러분, 이게 바로 '플래티넘 시대'의 개략적 수치입니다. 하지만 플래티넘 시대라 하는 건 단순히 TV 드라마 시리즈의 양 때문이 아니라 그 퀄리티 때문이기도 합니다. 랜드그라프가 드라마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언급한 모든 채널들이, 놀랍게도 모든 역경을 딛고 아주 좋은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훌륭한 작품을 만들기도 하죠. 사실, 작품의 퀄리티가 인상적일 정도로 좋아서 작품의 질적 수준으로 분류했던 기존의 설명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게 됐습니다. 즉, 드라마 비평가들의 추천 방식이 "여기 괜찮은 드라마 목록이 있고요, 여긴 좀 더 괜찮은 드라마, 그리고 이 5개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정도로 가볍게 던져대는 수준에는 더 이상 머물지 못한다는 겁니다.
절대 안 되죠.
그것보다 훨씬 큰 일이 됐습니다.
'훌륭한' 작품들의 수가 괜찮은 작품, 좋은 작품만큼 많아졌습니다. 압도당할 정도로 많죠. 우리에게 놓인 문제는 바로 이것입니다. 이는 단지 양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질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전에 우리가 설명했던 그 어떤 황금기 시기보다 훨씬 복잡하고 힘듭니다. 훌륭한 드라마들 다수의 시청률은 낮습니다. 예전 황금시대라면 상으로 도배를 받았을 작품인 데도요. 훌륭한 작품은 풀 시즌을 방영했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2번째 시즌을 제작할 것인가의 여부를 결정하는 방송사의 자비를 바라면서, 혹시나 이미 압도당한 시청자들이 어떻게든 자신들의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1시즌을 몰아보고 2시즌을 함께 봤으면 하는 희망을 품어야 합니다.
물론, 비슷한 형편의 다른 훌륭한 드라마들, 또는 괜찮다는 평가를 들어서 녹화를 해 놨지만 아직 보진 않은 좋은 작품들이 방해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텔레비전의 플래티넘 시대. 사업을 지속하기에는 너무나 불가능한, 가능성으로 채워진 난장판인 겁니다.
이 상황에 대해 좀 더 교양 있는 표현을 원하신다면, 랜드그라프의 말을 가져와 보겠습니다.
"제 감으로는 2015년, 또는 2016년에 미국의 텔레비전 산업이 절정을 이루고, 그 이후에는 점점 하락하는 걸 보게 될 듯합니다. 방송사업자의 경우, 지금의 거품 때문에 매력적인 오리지널 시리즈와 그 이야기를 유지할 만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거품들은 또한 모든 사람들이 이 혼란을 꿰뚫고 진짜 입소문을 만들어 내는 능력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네, 그거요. 이런 것들이 창작자가 지금의 황금시대의 TV 판에 끼어들려는 열정을 막지는 못한다면, 여기 랜드그라프가 한 말이 화룡점정이 될 듯합니다.
"제 생각에 요즘은 '쉴드'나 '매드맨'이 FX나 AMC를 일으킨 것처럼 드라마 하나가 채널 전체를 일으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경쟁자가 너무 많아서, 몇몇 괜찮은 드라마들이 정말 훌륭한 작품을 찾는 것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어요."
당연한 말이지만, 랜드그라프는 이 거품이 바로 꺼지지 않을 것이지만 향후 2년간 바람이 서서히 빠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저는 거품이 한꺼번에 터지기보다는 서서히 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그가 말했습니다. "만약 올해 400개 이상의 드라마가 있었다면, 2년 뒤에 그 수가 300개로 줄어든다고 보진 않아요. 조금씩 줄어드는 걸 보게 될 겁니다. 왜냐면 몇몇 분야에서는 아직 그 수가 증가하는 걸 볼 테니까요. 예를 들어, 넷플릭스, 아마존, 훌루 등은 자체 작품의 수를 늘리고 있습니다. 상업 TV 사업자(광고로 수익을 얻는 사업자, 공중파나 케이블 채널 등:역자 주)가 제작하는 TV 쇼의 수가 줄어든다고 해도, 비상업 TV 방송사업자(광고 외의 방식으로 수익, 이를테면 구독 방식 등으로 수익을 얻는 사업자: 역자 주)가 제작하는 TV쇼의 수는 늘어날 겁니다. 그러니 두고 봐야죠. 틀릴 확률이 많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는 것 자체가 용감한 일이에요. 하지만 저는 올해 2015년이나 내년 2016년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제 감이 맞을 거라 생각합니다.
텔레비전의 플래티넘 시대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정점에 오른 TV'입니다. 즉 TV 드라마가 너무 많다는 것, 특히 훌륭한 작품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지금 이 시간에 창작되고 있는 훌륭한 콘텐츠들을 발견하고 시청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는 이상한 장애물인 겁니다. 예전의 황금기가 그립다면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하지만 그 좋은 옛날은 참 편한 시기였고 이젠 가고 없습니다.
지금은 플래티넘 시대입니다. 놀랍지만 어려운 시기인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