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프로듀서들: 새로운 브랜드
2016-17 TV 업프론트 정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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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국 미디어들의 업프론트(Upfronts)가 끝났습니다. 업프론트란 미국의 각 미디어 채널들이 여러 광고주들에게 TV광고를 '선판매'하는 것입니다. 즉, 특정 시간대에 광고를 미리 구매해 놓고, 기업들은 자신들의 광고를 그 시간대에 계속 방영하는 것이죠. 방송사는 업프론트를 통해 채널을 운영할 거액의 예산을 미리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광고주들이 거액을 지출하는 만큼 그들이 가지는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방송사에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이를 위해서 방송사는 업프론트 시기에 대비해 기존 작품들의 시청률 성적을 검토하여 다음 시즌 리뉴, 또는 캔슬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시청률 성적이 높을 가능성이 있는 신작들을 선별하여 시리즈 오더를 내리기도 하죠. 이 시기를 위해서 다음 시즌의 편성 전략을 치열하게 짜는 겁니다.
그래서 이 때가 다가올 때면 미드 팬들은 머리가 아픕니다. 일단 즐겨보던 드라마 다수의 시즌 피날레가 이때 방송됩니다. 피날레에서 충격을 받든, 눈물을 쏟든, 행복함을 느끼든, 아무튼 끝이 주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죠. 그러고 나서는 이 피날레가 진짜 끝이 아니길 간절하게 바랍니다. 혹시나 캔슬됐다는 소식이 들릴까 봐 마음을 졸이면서 말이죠. 그리고 리뉴가 되면 환호하고, 캔슬이 되면 슬퍼합니다. 이 감정이 정리되고 나면 어떤 신작이 나오는지 확인해서 다음 시즌에는 뭘 볼까 고민해 보고요, 혹시 편성 시간대가 바뀌는 바람에 이전보다 시청률 성적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합니다.
2016년 업프론트에서 유달리 눈에 띄는 경향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이전에 비해서 그 정도가 심화되었다는 표현이 맞긴 하지만요. 이는 미국 방송 전체의 경향이지만, 헐리우드에 쏠려 있는 수많은 돈과, 인력과, 아이디어를 고려해 보면 언젠가는 세계 방송 시장의 경향이 될 수 있고, 그리고 한국의 방송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한국 방송 시장을 뒤흔드는 파워는 중국입니다. 사스가 대륙.) 그래서 여러 유력 매체(Deadline, Variety, Hollywood Reporter) 등에서 나온 분석을 바탕으로 제 의견도 첨가하여 몇 편에 걸쳐 현재 미드 시장의 경향에 대해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첫번째는 방송사의 새로운 브랜드가 되어가는 이른바 '대형 프로듀서들(Mega Producers)'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검증된 안정성과 성공 가능성을 발판으로 한 방송사의 드라마 라인업 다수를 맡고 있는 프로듀서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름은 작품들과 함께 독자적 브랜드로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요즘 가장 핫한 프로듀서들을 정리한 Hollywood Reporter 의 기사를 바탕으로, 제가 내용을 더했습니다.
1. 딕 울프 (Dick Wolf)
현존하는 TV 최고의 프로듀서인 딕 울프의 이력은 정말 화려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미드를 보신 분들이라면 '로 앤 오더 (Law & Order)' 프랜차이즈의 인기를 실감하실 겁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시카고'라는 도시 전체를 드라마판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고요. '로 앤 오더' 프랜차이즈가 하드한 분위기의 수사물 유행이 지나가면서 이제 줄어들겠구나 생각했었는데, 그때 등장한 '시카고' 프랜차이즈가 시카고 전체를 무대로 유려한 드라마를 펼쳐냄으로써 제작자 딕 울프의 생명이 연장되었죠.
현재 딕 울프 프로덕션이 제작하는 작품은 모두 7개이며, 6개는 드라마, 1개는 리얼리티 쇼입니다. 모두 NBC에서 방영할 예정입니다.
드라마
Law & Order: Special Victims Unit(17시즌), Chicago Fire(5시즌), Chicago P.D.(3시즌), Chicago Med(1시즌), Chicago Justice (방영 예정), Law & Order: True Crimes (방영 예정)
리얼리티 쇼
You the Jury (리얼리티 쇼, 방영 예정)
2. 마크 고든 (Mark Gordon)
마크 고든의 이름은 '크리미널 마인드'와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베테랑 프로듀서인 그는 원래 ABC 스튜디오에서 일했지만, 최근 외부 제작사인 Entertainment One과 공동으로 자신의 스튜디오를 차렸습니다. 현재 그가 제작하는 작품은 드라마 7개로, 주로 ABC에서 방영되는 작품이 많지만 타 방송사에서 방영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드라마
Grey's Anatomy(12시즌), Criminal Minds (11시즌), Criminal Minds: Beyond Border (1시즌), Quantico (1시즌), Ray Donovan (3시즌), Conviction (방영 예정), Designated Survivor (방영 예정)
3. 그렉 벌란티 (Greg Berlanti)
다수의 작품에서 활동해 왔던 작가 겸 제작자이지만, 현재는 The CW에서 DC 코믹스 드라마로 거대한 세계를 구축한 능력있는 쇼러너로 자리잡았습니다. DCEU의 스타트가 늦어서 영화에서 마블에 다소 밀리는 듯한 DC가 드라마에 있어서는 탄탄한 세계를 구축해내고 있습니다. 애로우로 시작해 플래시,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가 성공적으로 런칭됐고, CBS에서 방영되던 슈퍼걸이 The CW로 채널을 옮기면서, 각 드라마가 한 곳에 모이는 전무후무한 프로젝트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실제로 시리즈의 미드시즈 직전에 그렇게 할 것이라 천명했고요. 이렇게 DC코믹스 기반 드라마들을 차례대로 성공시킨 그렉 벌란티는 현재 워너 브라더스에서 가장 아끼는 제작자입니다. 특히 WB 사장께서 벌란티와 플래시 역의 그랜트 거스틴을 그렇게 좋아한다나 뭐라나 ㅎㅎ
드라마
Arrow(4시즌), The Flash(2시즌), Legends of Tomorrow(1시즌), Supergirl(1시즌), Blindspot(1시즌), Riverdale(방영예정)
4. 숀다 라임즈 (Shonda Rhimes)
미드 팬들이라면 이제 '숀다 드라마'라고 하면 대강 어떤 느낌인지 알 정도로, 숀다 라임즈의 드라마는 각자 설정도 배우도 내용도 모두 다르지만 고유의 독특한 느낌이 분명히 있습니다. 설마설마하는데 진짜로 그렇게 되어버리는 전개, 충격적인 반전, 대놓고 막장.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놓기 힘들 정도로 훅 빨려들어가는 매력. ABC의 '그레이 아나토미'를 시작으로 수많은 작품을 성공시키면서, ABC는 아예 일주일 중 하루를 통째로 '숀다랜드'의 드라마로 채우기도 했습니다. 방송사가 하루를 통째로 내줄 정도로 제작자의 파워가 검증된 첫 사례가 아닐까 싶네요.
드라마
Grey's Anatomy (12시즌), Scandal (5시즌), How To Get Away With Murder (2시즌), The Catch (1시즌), Still Star-crossed (방영 예정)
5. 라이언 머피 (Ryan Murphy)
'닙/턱'과 '글리'로 주목받은 라이언 머피가 어나더 레벨로 거듭나게 된 건 FX의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였습니다.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의 주목할 만한 성공은 모두가 엄두를 내지 못했던 시리즈 앤솔로지의 시작을 알렸고, '파고', '트루 디텍티브' 등 다양한 작품들을 제작하는 밑바탕이 되기도 했죠. 그리고 2016년 최고의 미드라 일컬어지는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 O.J. 심슨 사건'을 성공시키고, 코믹 호러 시리즈 앤솔로지 '스크림 퀸'도 2시즌 오더를 받아냅니다. 이 기세를 몰아 세기의 악연들을 다루는 앤솔로지 시리즈 '퓨드'도 제작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드라마
American Horror Story (5시즌), American Crime Story (1시즌), Scream Queen (1시즌), Fued (방영 예정)
6. 하워드 고든
지난 시즌 '레전드', 이번 시즌 '세컨 챈스'가 쓸쓸히 퇴장하긴 했지만 꾸준히 작품을 만들어내는 저명한 제작자입니다. 갈수록 명작이 되어가는 홈랜드를 비롯해 타이런트도 볼만하고, 올해 슈퍼볼 리드인을 받을 '24'의 리부트 드라마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드라마
Homeland (5시즌), Tyrant (2시즌), 24: Legacy (방영 예정)
7. 필 로드 & 크리스 밀러
영화 [점프 스트리트]와 [레고 무비]의 제작자로 알려진 이들은 TV에서도 선전하고 있습니다.
코미디
Last Man On Earth (2시즌), Making History (방영 예정), Son of Zorn (방영 예정)
8. 데이비스 엔터테인먼트
소니 픽쳐스와 합작하여 제작하는 작품이 벌써 세개째!
드라마
The Blacklist (3시즌), The Blacklist: Redemption (방영 예정), Timeless (방영 예정)
9. 마이클 슈어
파크 앤 레크리에이션 제작자 출신으로 핫한 코미디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코미디
Brooklyn Nine-nine (3시즌), Master of None (1시즌), The Good Place (방영 예정)
10. 리 대니얼스
영화 [프레셔스], [버틀러] 등을 감독한 리 대니얼스는 TV로 건너와 '엠파이어'로 시청률 장외홈런을 때려냅니다. 이 기세를 몰아 음악 드라마를 하나 더 만들 예정입니다.
드라마
Empire (2시즌), Star (방영 예정)
11. 티나 페이 / 로버트 칼록
'30 Rock'으로 코미디의 여왕이 된 티나 페이와 프로듀싱 파트너 로버트 칼록은 지금도 화제성있는 코미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코미디
Unbreakable Kimmy Schmidt (2시즌), Great News (방영 예정)
12. 댄 포글먼
애니메이션 [카]의 작가로 알려진 댄 포글먼은 독특한 코미디와 감동으로 좋은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갈라반트', '그랜파더드' 등 괜찮은 코미디를 제작했지만, 시청률이 잘 안 나와서 아쉬웠어요.
드라마
This is Us (방영 예정), Pitch (방영 예정)
13. 아담 F. 골드버그
미국판 '응팔'인 '골드버그'가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자리를 잡았고, 현재 아담 F. 골드버그는 이제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코미디
The Goldberges (3시즌), Imaginary Mary (방영 예정)
14. 제이슨 카팀
'패어런트후드' 작가 출신인 제이슨 카팀은 작년 한해 가장 바쁜 제작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훌루의 '더 패쓰'를 성공적으로 런칭했고, 의학드라마 '퓨어 지니어스'도 편성을 받았습니다. 현재는 HBO에서 파일럿을 준비중이라고 하네요.
드라마
The Path (1시즌), Pure Genius (방영 예정)
15. 피터 렌코프
'하와이 파이브 오'의 성공으로 옛날 시리즈 리부트 전문가 자리잡은 피터 렌코프는 신작으로 '맥가이버' 리부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맥가이버'는 프로젝트가 좌초할 뻔했지만, 피터 렌코프의 합류로 다른 파일럿들을 제치고 편성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
Hawaii Five-0 (6시즌), MacGyver (방영 예정)
16. 맷 밀러
2014-15시즌 최고의 충격인 '포에버'의 캔슬은 아직도 너무나 뼈아픕니다ㅠㅠ 그래도 크리에이터이자 제작자인 맷 밀러의 능력은 인정받았고, '리쎌 웨폰'과 '트라이얼 앤 에러'의 방영을 준비중입니다.
드라마
Lethal Weapon (방영 예정)
코미디
Trian and Error (방영 예정)
17. 숀 라이언 & 에릭 크립키
'쉴드'의 크리에이터 숀 라이언과 '슈퍼내추럴'의 크리에이터 에릭 크립키. 두 사람이 함께 제작한 작품 두 개가 방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Supernatural (에릭 크립키, 11시즌), The Get Down (방영 예정), Timeless (방영 예정)
18. 사라 팀버맨 & 칼 베벌리
드라마
Elementary (4시즌), Master of Sex (3시즌), Doubt (방영 ㅇㅈ
코미디
The Odd Couble (3시즌)
19. 칼튼 큐스
드라마
Bates Motel (4시즌), The Strain (2시즌), Colony (1시즌), Jack Ryan (방영 예정)
20. 척 로어
코미디
Big Bang Theory (9시즌), Mom (3시즌)
21. 셰인 브레넌 & 개리 글래스버그
드라마
NCIS (13시즌), NCIS: Los Angeles (7시즌), NCIS: New Orleans (2시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