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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인간이 더욱 중요해질 미래

[서평단] <AI, 결국 사람이 써야 한다>

by 겨울새 Winter Robin

[“이 도서는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챗GPT가 나온 뒤, 한동안 새로운 도구를 배우기 싫어서 외면했다. 얼마 전부터는 어쩔 수 없이 깔짝깔짝 써보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작업하는 데 잘 사용하고 있는 도구를 나만 안 쓰는 것은 손해 보는 기분이었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내가 생각하던 아이디어에 대한 정보나 조언을 얻거나 가볍게 대화하듯이 소통해 봤다. 제대로 내 생활에 활용하고 있다기보다는, 나한테 도움이 될 기술인지 아닌지 조금씩 테스트해보고 있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 와중에 몇 가지 의문과 불안이 내 안에서 자라났다.

쉼 없이 기술이 발전하며 들이닥친 AI의 시대에 인문학은 어떻게 되는 걸까? 브런치 작가로 미미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은 쉽사리 AI로 대체되는 건 아닐까? 앞으로 글쓰기에 AI를 어떤 식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챗GPT 같은 AI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 걸까? 내 나름대로 사용하려고 하지만 제대로 된 사용법이 있지 않을까? 내 방법이 잘못된 건 아닐까?

이런 수많은 질문을 내가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AI, 결국 인간이 쓴다>라는 책을 보며 깨달았다. 그리고 이 책은 이런 질문들에 대한 저자의 의견을 들려준다.

일단 목차 구성을 보자면, 1) “나”라는 정체성, 2) 독서의 중요성, 3) 표현을 통해 AI와의 소통 능력을 높이는 방법, 4) 글쓰기에 적용하는 방법, 5) 50대에 (또는, 나이에 상관없이) 챗GPT를 배우면 좋을 이유, 6) 마지막으로는 실전 글쓰기에 AI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나뉘어 있다. (목차 제목은 이렇지 않다.)

각 파트 속의 내용은 제법 짧고 보기 쉬운 꼭지로 나눠져 있다. 읽기 편하고, 목차에도 상세하게 적혀있어 필요한 부분을 찾아보기 쉽다. 챗GPT와 저자가 나눈 “대화”가 담겨 있어서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볼 수 있다.

책 제목이 말해주듯이, 결국 AI를 "써야" 하는 것은 인간이다. “쓴다”의 뜻은 ”사용한다 (use)”라는 의미와 글을 쓴다고 할 때 사용하는 “쓴다 (write)”의 의미도 있다. (이런 중의적인 단어 사용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우선, 결국 “나”라는 인간을 알아야 AI를 잘 쓸 수 있다. 그리고 “나”라는 생각하는 인간이 되려면 인문학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를 위한 AI 활용법을 발견하고 구축하기 위해서는 결국 “나”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또한, 이런 “나”다움은 독서를 양분으로 한다.

또한, 흥미롭게도, 다른 인간과 소통을 하듯 AI와도 소통을 해야 한다. (만약 AI니까 소통이 덜 중요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죄송합니다…) 결국 소통은 피할 길이 없다. 나는 더 나은 인간이 되어야 더 나은 소통을 할 수 있고, 독서나 표현을 익히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AI와 대화를 해야 한다. 감정을 배제하지 않더라도 절제해야 하며, 구체적으로 말을 하는 노력을 담아야 원활한 소통이 된다. AI와도 소통을 해야 하는 것을 맞지만, 어쩌면 AI를 더 적절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계발하는 소통 능력이 결국은 타인과의 소통 능력도 키워주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AI를 어떻게 사용하면 될지 알려주는 것과 동시에 나 자신을 더 잘 알고 소통방식을 개선할 방법을 알려주는 자기 계발서이기도 하다.

글을 쓰고자 하는 나에게는 글쓰기 파트가 특히 도움이 될 것 같다. AI가 자료조사를 돕는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게 어떻게 생산적으로 변환될지 궁금했다. 특히나 글쓰기의 뼈대를 세우는 데 AI를 사용하고, 결국 살은 인간이 붙인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온전히 AI에게 글을 맡기는 것에 대한 불만족스러운 마음이 이걸로 해소가 됐다. 아마도 이 부분을 글을 쓸 때 제일 자주 찾아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살을 붙이는 것보다 뼈대를 세우는 작업이 내게는 난관처럼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저자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AI가 글 쓰는 사람의 고독을, 책 읽는 사람이 혼자서는 못하는 토론이나 토의를 도와주고 서포트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외로운 작업을 조금은 덜 외롭게, 하나의 지지자로 AI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미 AI라는 존재를 닮은 도구도 인간답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에는 다양한 글쓰기 실전에 AI를 이용하는 법이 나오는데, 나도 얼른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AI라는 조력자가 생겼으니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동기부여 한번 제대로 해준다.

빨리 한 번 완독 하고 싶어서 후루룩 읽었지만,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필요한 부분을 천천히 찾아서 AI와 소통할 때 직접 적용해 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 또한, AI에 대한 인식이, 인간과 AI의 관계에 대한 내 기존의 생각이 바뀌는 독서 경험이었다.

책의 제목 그대로, 결국 인간이 AI를 써서 글을 써야 한다. AI를 잘 사용하는 인간이 되려면, 결국 끊임없는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 더 나은 내가 될수록, AI도 더 잘 사용할 수 있다.


순간, 두려워진다. 결국 AI라는 도구 때문에 인간의 내면이 더 잘 드러나고 그걸로 사람과 사람 간에 더욱 명확한 구분이나 계급까지도 생기면 어쩌지? 하지만 작가의 제안대로 인문학적으로 AI를 사용한다면 나를 계발하고, 나의 질서를 만들고, 나의 아웃풋을 만들어내는 그 시작이 조금은 더 쉬워지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 작가 링크

https://brunch.co.kr/@futurew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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