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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벗 Apr 29. 2020

유럽 여행 -  에펠탑

2016년 6월 17일

파리에 도착한지 두 시간만에 에펠탑으로 향하고 있었다. 파리에서는 여러 관광지에 줄 안 서고 들어갈 수 있는 파리 패스를 구입했지만, 에펠탑은 포함되어 있지 않아 티켓을 따로 사야 한다. 타워 꼭대기 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요금은 17유로인데, 중간까지 계단으로 걸어올라가는 요금은 어른 7유로, 청소년 5유로, 어린이가 5유로이다. 게다가 줄도 훨씬 짧다. 줄서기를 싫어하는 우리 가족은 돈도 굳힐 겸걸어서 올라가기로 했다.


 에펠 타워에서는 티켓 부스에 들어가기도 전에 보안 검색이 있었는데, 항공 탑승 못지 않게 까다롭게 굴면서 물도 모두 버리게 했다. 방금 챙겨온 에비앙 물 두 병을 아깝지만 모두 버리고 보안 검색대를 지났다. 밑에서 타워를 올려다 보니 물이나 달달한 간식 거리 없이 올라가다가 죽을 것 같았다. 바로 옆 스낵 부스에서 500ml 물 두 병과 손바닥만한 칩 두 봉지를 샀다. 총 15유로. 죽는 것보다는 낫잖아.


 계단은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얼마 올라가지 않아 비까지 들이쳤다. 에펠타워에는 지붕이 없군. 하지만 타워에서 바라본 파리 시내 풍경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360도 어디를 내려다 보아도 아름다웠다.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는 풍경도, 먹구름을 몰아내는 파란 쪽하늘 아래 드러나는 풍경도 모두 그림이었다. 저 멀리 몽마르뜨 언덕이 보였다. 화가들이 그 언덕에서 파리 시내를 내려다 보면 그림에 담고 싶은 욕구가 용솟음 치겠지. 곳곳에 멋지게 솟은 돔과 첨탑, 건물들이 보였지만 파리 시내 지리에 어두운 것이 아쉬웠다. 에펠탑에 올라가기 전에 지도를 좀 봐둘 걸 그랬다. 에펠탑에성는 스마트폰 연결이 어려웠다. 궁금한 걸 대답해줄 구글이 안 되다니.  


 잠시 다리를 쉬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2층까지 올라갔다. 세상이 아까보다 작지만 더 멀리 보였다. 시내를 내려다 보며 기차 안에서 부족했던 점심을 2차로 먹으러 카페에 갔는데 줄도 너무 길고, 앉을 자리는 없고, 음식 값은 비싸고, 메뉴라곤 차가운 샌드위치 같은 것밖에 없었다. 1층에 내려가 보았다. 줄이 훨씬 짧고, 앉을 자리도 많고, 메뉴는 비슷하지만 값은 더 쌌다! 정확한 가격은 기억이 안 나는데, 네 명이 샌드위치와 주스로 간단히 먹고 약 45유로 정도였었다. 음식을 혀가 아닌 눈으로 즐긴 시간이었다.


 에펠타워 부근에는 기념품 행상들과 관광객들로 엄청 복잡했는데, 그 인파를 뚫고 에펠타워 맞은 편에서 에펠타워 배경 가족 사진을 한 장 건졌다. 그리고 관공서로 보이는 건물이 이어지는 거리를 따라 개선문을 거쳐 샹제리제 거리까지 걸어갔다. 여긴 청담동 명품거리이군. 이 거리가 왜 유명한지는 나중에 찾아봐야겠다. 에펠타워에서부터 도대체 얼마나 걸었는지. 저녁에는 '송산'이라는 한국 음식점을 찾아가서 수고한 우리 자신에게 후한 보상을 해주었다. 숙소로 돌아온 시간은 11시가 훌쩍 넘었지만 노틀담 성당과 세느강 주위에는 여전히 젊은이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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