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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벗 Apr 29. 2020

유럽 여행 - 파리 여기저기

2016년 6월 18일

노틀담 성당, 생트 샤펠(Sainte Chapelle), 콩시에쥐리(Conciergerie)


 파리 둘째 날 아침,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노틀담 성당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이제 막 개관한 시간이었지만 성당에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이미 길게 줄을 서 있었다. 파리의 어수선을 분위기 때문인지 사람 많은 곳마다 무장한 군인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날 아침에도 군인들이 노틀담 성당 주위를 돌고 있었다. 내가 보호받는 건지, 감시받는 건지는 불분명했지만 언제라도 사격할 수 있도록 검지를 방아쇠에 올려놓고 굳은 얼굴로 다니는 군인들에 조금은 긴장되었다. 참고로, 노틀담 성당은 입장료가 무료이다.


 노틀담 성당은 웨스트민스터 애비와 비슷한 시기의 건축물이어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수많은 견고한 기둥이 긴 복도를 만들어 내고, 기둥 꼭대기가 무수한 뾰족한 아치를 받치고 있어 웅장함에 경외심이 우러나게 한다는 점이 그랬다. 규모만 웅장한 것이 아니라 성당 안팎을 밑바닥에서부터 지붕 꼭대기까지 빼곡한 석조 조각물로 장식해 놓았다. 이 거대한 석조 건축물을 천년 전, 단순한 기계만을 이용한 채 인간 노동력에 의지하여 지었을 텐데, 그때는 노틀담에 곱추가 한두 명이 아니었겠군. 기독교 교리의 신학적 해석이 당시 발달된 건축 및 석조 기술에 힘입어 예술로 표현될 수 있었던 이면에는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과 교회의 절대 권위가 더욱 크게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다.


 노틀담 성당이 있는 시테섬에는 생트 샤펠이라는 또하나의 유명한 성당이 있다. 생트 샤펠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건축물이 스테인드글라스의 프레임 노릇을 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휘황찬란한 스테인드글라스로 유명하다. 스테인드글라스 한장 한장은 자세히 보면 패턴이 아닌 각기 다른 성서 이야기의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다. 관람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지만 스테인드글라스를 사용한 중세 건축을 감상할 수 있으므로 놓치지 말아야 할 곳 가운데 한 곳이다.


 시테섬에서 끝으로 콩시에쥐리에 들렸다. 14세기에 궁전으로 건축되었으나 프랑스 혁명 무렵부터 감옥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궁전으로 사용되던 흔적이라고는 회의나 연회가 벌어지던 넓은 홀 몇 개가 전부이지만 그마저도 화려한 장식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 고문 도구와 감방들, 그리고 마리 앙뜨와네트가 수감되었던 현장을 재현해 놓은 곳 정도가 전시되어 있었다.  


 시테섬 주위에 있는 아무 카페에나 들어가서 점심을 먹었는데, 뜻밖에 푸짐하고 맛있어서 아이들이 매우 좋아했다. 아이들이 그날 처음으로 기뻐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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