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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벗 Apr 29. 2020

유럽 여행 - 루브르 박물관

2016년 6월 18일 오후

시떼섬에서 10분 정도 걸어서 세계 최대의 박물관이라는 루브르에 왔다. 그런데 전시품의 상당수가 예술작품이어서 미술관에 가까웠다. 원래 12세기에 요새로 지어진 뒤 확장하여 궁전으로 사용하다가 루이 14세가 베르사이유 궁으로 이사한 뒤부터 왕실이 모은 소장품을 전시하였다고 한다. 여행 준비하면서 루브르에 대한 괴담은 수도 없이 들었다. 최후의 심판 시 의인이 천국에 환송될 때, 죄인은 루브르 박물관의 전시실을 모조리 돌아야 한다는 이야기나, 루브르에서 관람하다가 지쳐서 바닥에 쓰러진 사람 사진 등 모두 엄청난 전시 규모를 풍자한 이야기들이었다. 우리도 반나절 동안 그 방대한 규모를 실감했다.  


 방대한 규모 이외에 루브르에서 받은 가장 깊은 인상은 오로지 프랑스어로만 모든 설명을 써놓은 오만함이었다. 사실 끝없이 뻗은 전시실을 걸으며 눈길을 끈 작품이 한두 점이었겠는가? 하지만 모조리 프랑스어로만 써있으니 작품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란 작가 이름과 연대 정도밖에 없어 무척 답답했다. 곳곳에 여러 나라 말로 된 설명을 낱장으로 모아 비치해 놓긴 했지만, 읽고 싶은 영어 설명은 누가 들고 가서 보고 있는지 한번도 제자리에 있었던 적이 없었다. 게다가 규모가 커도 표지만 잘 되어 있다면 그리 헤맬 일은 없을 텐데, 표지는 어찌나 인색하게 달아놓았는지 수시로 지도를 꺼내들고 확인했는데도 같은 곳을 몇 번씩 맴돌았다.  


 루브르 박물관의 명성에는 세계 최대 규모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작품이 전시된 이유도 한몫한다. 다행히 관람객이 제법 있었지만 떠밀려다니는 수준은 아니어서 가장 유명한 전시인 모나리자와 비너스를 약간의 인내심을 발휘하여   있었다. 심통난 표정으로 따라다니던 아이들도  작품을  때는 흥분해서 떠들어댔다. 딸이 모자리자 앞에서 사진 찍어달라기에  수많은 그림 가운데  사람 많은 데서 사진을 찍어야 하냐고 했더니, "엄마, 이건 모나리자잖아!" 했다. 아들도 모나리자 앞에서 사라져서 한참 찾았는데, 자기는 바로 앞에 가서 모자리자 눈썹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왔단다. 이게 바로 브랜드 가치이군.  


 루브르에서는 폐관 시간까지 머무르며, 각각의 작품을 감상하기보다 건축 및 장식 양식과 분위기를 감상했다. 자연광과 인공광이 수많은 그림과 조각상들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묘하게 살려주고 있으며, 환하면서도 웅장한 실내를 연출하고 있다. 여행을 마치고 사진을 쭉 훑어보니 루브르에서 찍은 사진들이 그런 점을 가감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다빈치코드> 영화에 나왔던 피라미드는 지상에서 보면 루브르의 일부이지만, 지하에서는 루브르와 연결되어 있는 프렝땅 백화점에 있어 문화와 자본의 거부감 없는 악수를 보여주었다.


 저녁에는 옐프에서 별이 많이 붙은 프렌치 비스트로를 찾아갔다. 예약을 안 하고 갔더니 8시가 훨씬 넘었는데도 3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 가운데 돼지 머리고기(pig cheek) 스튜와 메추리 구이가 훌륭했다. 이 잘 나가는 비스트로의 주인도 중국인이었는데 좁은 테이블 틈을 비집고 손님들에게 유창한 불어로 일일이 밝게 말을 건네고 다녔다. 쉐프는 과연 프랑스인일지.


 저녁 식사후 다시 RER을 타고 에펠탑까지 가서 불이 켜진 한밤의 에펠탑을 구경하고, 노틀담 주변의 야경을 즐기다가 자정이 되어 숙소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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