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나가서 그리기

by 글벗

지역 수채화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엔슬리 하우스(Ainsley House)에 가서 그림을 그렸다. 엔슬리 하우스는 100년 전 쯤 튜더 양식으로 건축한 집인데 지금은 역사의 희미한 숨결을 감직한 채 채 캠벨 시가 소유 관리하며 작은 모임이나 전시 등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집 앞뒤로 있는 작은 정원이 아기자기하지만 특별히 감탄할 만한 자태는 아니었다. 눈길을 끈 건 독특한 곡선의 지붕이었다. 나뭇 껍질 비슷한 재질인 건 알겠는데 어떻데 그런 곡선으로 이어놓았는지 아무리 봐도 수수께끼였다. 예전에 그 건물을 그려본 회원들이 나에게 경고를 했다. 5각으로 된 베이윈도우와 저 지붕을 그렸다가 크게 망친 사람들이 많았다고.


다른 곳을 그려볼까 했지만 마땅히 눈길을 잡는 곳이 없어서 도전해봤다. 곡선과 각도가 역시 까다로워서 스케치가 어려웠다. 야외에서 사생화를 그릴 때 나는 스케치를 간단하고 바로 채색에 들어가는 편인데 오늘은 지붕 곡선의 미스터리를 담느라 스케치에 1시간은 족히 쓴 것 같다. 덕분에 채색은 성급한 자국을 그대로 담고 있지만 눈부시게 맑은 날 나무 그늘에 앉아서 그림 그리는 시간을 맘껏 즐겼다. 집에서 더 고치고 싶어도 깜빡 잊고 사진을 찍어오지 않아 그냥 아쉬운 채로 둘 수밖에.

제목 부분에 있는 그림은 지난달 말에 팔로알토 베이랜드 자연보호구역에 가서 스케치를 해오고 집에 와서 완성한 그림이다. 물론 지역 수채화 동호회와 함께한 나들이였다. 베이랜드 자연보호구역은 종종 하이킹을 하는 곳인데 매번 광활한 자연에 마음을 빼앗기는 곳이다. 그날 아침 우리 동네는 날이 맑아서 옷을 가볍게 입고 나섰는데 팔로알토가 있는 북쪽에 가까워질수록 안개가 짙어 시계가 흐리고 온도가 뚝뚝 떨어졌다. 도착하니 안개가 짙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내가 자리 잡은 곳은 유난히 춥고 안개가 고집스럽게 움직이지 않아서 1시간 넘게 덜덜 떨면서 허연 안개만 쳐다보며 붓질 몇 번 하다가 결국 짐을 싸서 주차장으로 갔다. 주차장 쪽은 안개가 걷히고 해가 나서 많이 춥지 않았다. 역시 뭐든 목을 잘 잡아야 하는 법이군... 가방에 얌전히 집어넣은 그림도구를 다시 풀기는 귀찮아서 주차장에서 보이는 레인저 스테이션(관리사무소)을 스케치만 간단히 하고 사진을 찍어왔다. 집에 돌아온 뒤 안개만 그려온 공간은 새를 그려 넣어 마무리했고, 스케치만 해놓은 레인저 스테이션은 사진을 바탕으로 색칠을 했다.

아래는 작년에 그림 베이랜드 자연보호구역 그림이다. 지금까지 그린 그림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이기도 해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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