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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벗 Apr 29. 2020

유럽 여행 - 베르사이유

2016년 6월 19일 오후

파리에서의 마지막 방문지인 베르사이유 궁으로 가기 위해 오르세이 근처 전철역으로 내려 갔다. 베르사이유궁은 루이 14세가 건축하였으며 파리 시내에서 40분 정도 떨어져 있다. 폭우가 그친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비가 줄줄 새는 역사 복도에는 버켓이 놓여 있었고, 표를 파는 곳도, 직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렵게 티켓 자동판매기를 찾아 전철표를 샀는데, 표를 넣지 않아도 개찰구가 그대로 열렸다. 역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거의 우리밖에 없는 듯 했다. 베르사이유로 가는 기차가 한참만에 왔다. 그리고 기차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모두 베르사이유에서 내렸다.


베르사이유 궁전은 기차역에서 가까웠는데 다른 곳에서는 거의 기다릴 필요가 없었던 파리 패스 줄도 어찌나 긴지 기가 찼다. 무엇보다 이곳에는 단체 관광객이 대단히 많았다. 대개는 줄이 좀 길더라도 막상 안에 들어가면 여기저기로 흩어져 구경은 한가롭게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아니었다. 입구에 줄서서 기다리던 그대로 떠밀려 가며 구경을 해야 했다. 내부는 물론 태양왕 루이 14세의 절대 권력을 고스란히 전시하기에 충분히 화려했다. 하지만 뭘 감상하거나 설명을 읽으면서 볼 수 있는 상황은 전혀 아니었고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운반되는 기분이었다. 관광객 틈에서 살짝 빠져서 좀 한가한 방을 찾아 다니다가 일찌감치 정원으로 나갔다. 사람 감상에 지친 심신을 크레뻬와 아이스크림으로 달래는 것도 잊지 않았고.


정원은 박물관 패스가 있어도 티켓을 따로 사야 했다. 정원은 면적을 가늠할 수 없이 넓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베르사이유 궁의 정원은 일부만 유료 입장이고, 자전거 대여소, 보트 대여소, 플로팅 폭포를 비롯한 대부분의 공간은 그랜드 파크라는 공원으로 대중에 무료로 개방되어 있었다. 하지만 차도 없으니 그 넓은 정원을 돌아나가 파크 쪽으로 입장해야 되었기 때문에 이쪽이 무료인 것을 알았더라도 입장권을 샀을 것이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뜨와네트가 여기에서 무엇을 했던지 상관없이 우리는 넓은 호수 주위에 시원스레 뻗은 자전거 도로를 마음껏 달렸다. 음악 분수가 있다고 했는데, 우리가 자전거 타는 동안 끝났는지 아니면 우리가 뭘 잘못 알았는지 별다른 공연은 없는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정리성 코멘트를 날렸다. "이 궁전 건축에 당시 프랑스 GDP의 몇 프로(퍼센트를 까먹었다)를 썼다지? 결과는 길로틴이었지." 사실 이것은 역사에서 나를 가장 흥분시키는 대목이다. 온갖 허세를 다 부리는 무능한 절대 왕권을 민중이 처형한 대목. 너무 과격한가?


이렇게 지친 날은 한국 음식이 먹고 싶었다. 미리 찾아놓은 음식점을 전철을   갈아타고 찾아갔다. 하지만 닫혀 있다니. 이런 맥빠질 데가. 그저께 갔던 송산으로 다시 가려고 했는데 다리가  풀려 도저히 전철을  용기는 나지 않았다. 급히 택시를 잡아 탔다. 기사는 주소를  보더니 흔쾌히 운전을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너무 돌아가는 분위기였다. 남편이 아이폰 구글지도를 꺼내서 여기 맞게 가고 있는 거냐고 했다. 기사는   단어만 영어로 하고 모두 불어로 얘기했는데 '스트라이크' 하고 '인터섹션' 들렸고 그쪽으로  간다는 이야기 같았다. 그래도 우리가 미심쩍어 하는  같자 데모대 때문에 경찰차가 잔뜩 몰려 있고 바리게이트를 쳐놓은 길로 가서 보여주며, 이거 보란  뭐라고 얘기했다. 택시 요금은 속이 쓰릴 만큼 나왔지만 덕분에 파리 시내 곳곳을  보았으니 관광 요금인  쳐야지, . 암튼 한국 음식으로 정신없었던 파리 마지막 일정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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