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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벗 Apr 29. 2020

유럽 여행 - 파리에서 베니스로

2016년 6월 20일

파리에서 Transavia라는 비행기를 타고 베니스로 향했다. 이 터미널에서는 보안 검색이 매우 간단하여 물이 가득찬 물병도 가지고 들어갈 수 있었는데, 항공사 수하물 적용은 매우 엄격하여 규격에 조금 벗어난 여행 가방도 기내에 허용되지 않았다. 탑승 대기실에는 프랑스 할머니들이 친구들끼리 베니스 관광을 가는 듯 삼삼오오 기다리고 있었다. 유럽 내에서의 여행은 출입국 절차가 매우 간단하여 국가 간 여행이라기보다 도시 간 여행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베니스 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리알토 다리 부근까지 알리라구나(Ailaguna)라는 수상버스를 타고 갔다. 알리라구나는 한국으로 말하면 인천공항 전용 철도 정도 되는 교통 수단이다. 공식적으로는 15분 마다 출발한다고 하지만 실제는 배가 가득 찰 만큼 사람이 모인 다음에야 출발하는 것 같았다. 40분 가량 기다리는 동안 부두에 출렁이는 물결과 흔들대는 보트만 봐도 속이 메스꺼워지는데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담배까지 줄창 피워대는 바람에 승선 전에 멀미약을 먹었다. 그리고 배가 아름다운 베니스를 향해 물결을 가르고, 승객들이 정신없이 사진을 찍어대는 동안, 나는 약기운 덕에 고개를 앞뒤로 힘차게 떨구며 졸아야 했다.


이곳에서도 역시 AirB&B를 통해 현지인의 아파트를 빌렸는데 호스트 대신 나온 사람은 전문 가이드 뺨칠 만큼 또박또박한 영어로 조근조근 설명을 잘하는 매우 상냥한 여성이었다. 베니스의 미로 같은 골목에서 어떻게 집을 찾아갈까 으레 겁을 먹었는데, 다행히 좁은 골목을 두세 번만 꺽어지고 집이 나왔다. 1층에는 젤라또 가게가 있었고, 우리가 머물 숙소는 3층에 있었다. 외관은 석재가 삭아서 여기저기 마감재가 떨어져 나가고, 바닥은 사람들이 많이 밟은 부분이 패일 정도로 닳은 낡아 있었다. 하지만 계단 입구를 장식해 놓은 낡은 석조 컬럼은 모양을 내어 조각되어 있었고, 아파트 내부 바닥이 모두 대리석으로 깔려 있었다. 풍요로웠던 베니스의 과거와 기울어가는 현재의 대비되는 일면이었다.


짐을 풀고 침대 위에서 딩굴었다. 이 아파트는 방이 3개나 되어 각자 침대 하나씩 차지하고 딩구니 너무 좋았다. 그 동안 남편이 파스타를 포장해서 들고 왔다. 파스타 맛이 나는 이탈리아 파스타를 먹고 산마르코스 광장을 걸었다. 광장 주위에 라이브 음악을 연주하는 야외 카페들이 많았다. 아마 한 팀만 공연했다면 낭만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몇 개의 카페 무대마다 각기 다른 음악을 연주해대서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상가번영회에서 이런 회의도 안 하나 보지. 게다가 너무 귀가 익은 멜로디들이잖아. 전세계 어느 카페를 가도 들을 수 있는. 베니스가 아름다우니, 그리고 차가 전혀 없는 곳에서 불어오는 바다바람이 너무 산뜻하니 이해해주기로 했다.


 베니스의 일정은 아무 것도 없었다. 베니스에서 그냥 2박 3일 동안 쉬어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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