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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벗 Apr 29. 2020

유럽 여행 - 베니스 구경

2016년 6월 21일

아침을 두둑히 먹고 리알토 마켓 구경을 하러 나갔다. 참고로 숙소에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COOP라는 수퍼마켓이 있는데, 이전에 여행했던 지역보다 물가가 현저히 저렴했다. 리알토 마켓은 9시쯤부터 상점이 하나둘 열리기 시작하여 오후 들면서 문을 닫는 상점이 생겨서 11시 전후가 가장 많은 상점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숙소에서 리알토 마켓 사이에는 유명한 리알토 다리가 있는데, 아쉽게도 난간 공사중이어서 전체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난간이 공사중인데도 다리 위에 상점들은 모두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리알토 마켓에는 생선과 야채 파는 곳이 많았다. 대부분 싱싱해 보였다. 이탈리아어를 한마디도 못하지만 용기를 내어 손가락을 동원하여 흥정을 해보았다. 생각보다 인심이 나쁘지는 않은 듯, 표시해 놓은 가격보다 조금 더 좋은 가격에 조개류, 이름 모를 생선, 낙지 등을 사고, 향신료 종류와 야채도 조금 샀다. 식재료들을 숙소 냉장고에 넣어둔 뒤 조금 더 구경을 하고 점심 때 돌아와 숙소에 준비되어 있던 올리브유와 와인, 시장에서 산 향신료들을 듬뿍 넣고 해산물을 냄비에 올렸다. 뭐 식당 해산물 요리도 별 것 있겠어. 특별한 맛은 없었지만 식사는 신선하고 푸짐했다. 점심 후에는 베니스 주민처럼 빨래를 해서 창문 앞에 설치된 빨랫줄에 널었다.


오후에는 산마르코스 광장에 있는 종탑에 올라갔다. 베니스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이제껏 어디선가 보았던 저해상도의 베니스 그림들이 눈앞에 고해상도 실물 사이즈로 펼쳐진 느낌이랄까? 우리집에 걸려있는 베니스 그림이 어디를 그린 그림인지 종탑에서 내려다 보고 손으로 가리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오후 늦게 곤돌라를 탔다. 수백 년 동안 물에 발을 담그고 서 있었을 건물들 사이로 곤돌라를 타고 지나는 느낌은 정말 묘했다. 수로의 폭이 좁은 곳이 많아 건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는데, 아랫층이 반 정도 물에 잠긴 곳도 있었다. 한때 무역 중심지로 융성했던 이 지역이 지금은 녹슬고 침식해가고, 주민들은 떠나고 있구나. 수로에서는 군데군데 약간의 시궁창 냄새가 올라왔지만 그 안에서는 물고기들이 떼지어 헤엄치며 건물에 달라붙은 이끼를 먹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곤돌라 요금은 80유로 정도로 업체 간에 차이가 거의 없는 듯 해서 미리 예약하지 않고 택시처럼 보이는 곤돌라를 탔는데, 곤돌리어가 그리 싹싹하지는 않았다. 노를 저으며 텍스팅까지 하다니. 옆에 지나친 곤돌리어는 노래도 불러주던데 수준급이었다.


캄캄해질 때까지 베니스의 골목을 쏘다녔다. 무라노 글래스 목걸이도 사고. 시선을 단숨에 잡는 기발하고 아름다운 유리 공예품들도 많았다. 짐에 넣었다가 깨질까봐, 그리고 샌디에고 홈굿에서 싸게 팔까봐 사지는 않았는데, 지금도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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