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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벗 Apr 29. 2020

유럽 여행 - 베니스에서 로마로

2016년 6월 22일

베니스에서 호텔이 아닌 곳에 머물면 베니스 주민처럼 반드시 할 일이 있다. 매일 아침 쓰레기를 내다버리는 것이다. 1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베니스는 모든 물자를 본토에서 배로 공급받을 뿐 아니라, 각 섬에서 배출된 쓰레기도 배로 실어서 내어간다. 습하고 무더운 베니스에서 쓰레기를 묵히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상상할 필요는 없겠다. 아침에 배를 타고 기차역으로 향하는 동안 사람들이 쓰레기 보트에 쓰레기를 싣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번 여행 중에 틈틈이 <The Thief Lord>라는 책을 읽었는데, 베니스를 배경으로 한 집을 나온 아이들의 모험 이야기이다. 그 책에는 묘지로 사용되는 베니스의 섬도 슬쩍 나온다. 그런 섬이 있어서 부근을 지날 때 으스스하다는 정도로. 쓰레기 보트를 보면서 저 쓰레기도 100개의 섬 가운데 어느 하나에 버려지는지, 아니면 본토로 운송되는지 궁금해졌다. 베니스에 머물 무렵에는 책의 2/3정도를 읽고 있었는데, 베니스를 보고 나서 후반 1/3을 훨씬 재미있게 읽었다.  


베니스는 두말할 필요없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경이롭고 아름다운 곳이다. 그런 베니스가 이제는 상업성에 침식되어 라스베가스나 와이키키 해변처럼 가벼운 관광지로 변한 것이 씁쓸했다.  


 베니스에서 트렌이탈리아노 열차를 타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인 로마로 향했다. 중간에 피렌체를 지날 때 뛰어내리고 싶었지만, 지금 가면 베르사이유처럼 사람이 많아서 제대로 구경도 못 할 거라고 마음을 토닥이며 로마까지 잘 앉아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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