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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벗 Apr 29. 2020

유럽 여행 - 로마 구경

2016년 6월 22일

어쩌다가 다섯 개 도시나 돌게 되었지만, 이번 유럽 여행은 로마에 가고 싶어 시작된 여행이었다. 영화나 책에서 고대 로마 이야기나 유적에 대한 묘사를 접할 때마다 직접 보고 싶다는 갈망이 점점 더해갔었다. 물론 로마인들이 나의 직접적인 조상은 아니다. 하지만 한반도에 정착한 우리 조상이 청동검을 만들고 있을 시절, 현재까지도 예술과 문화의 원형이 되고 있는 문명을 이룩한 현장을 정말 보고 싶었다. 어찌보면 내가 속해 있는 모든 제도, 내가 누리고 감상하는 문화의 보편적 뿌리가 그리스 로마에 있으므로, 나와 전혀 관계 없는 과거는 아닌 셈이다. 로마 기차역에 내렸을 때 말하기 쑥스럽지만 그래서 감격스러웠다.  


먼저 여행했던 사람들에게서 소매치기가 많다고 하도 주의를 들어서 가방을 꼭 붙들고 기차역 앞에 있는 '공식 택시 정류장'으로 갔다. 택시를 잠깐 타고 호텔 앞에 내렸는데 30유로를 달라고 했다. 억울했지만 그냥 줬다. 나중에 호텔 직원에게 물어보니 보통 12~15유로 정도 나온단다. 로마에서는 마지막 여행지이고, 이탈리아식 주거는 베니스에서 경험했으므로 호텔을 예약해두었다. 낡은 호텔이었지만, 로마 한복판에 있어 카타쿰과 바티칸을 제외한 모든 목적지에 걸어서 15분 안에 갈 수 있었다. 또 테라스가 딸린 방 두 개짜리 수트이고 아침도 포함되어 있어서 세련된 인테리어만 포기한다면 우리 목적에 잘 맞았다. 다행히 직원들은 친절하고 시설도 낡았지만 깨끗했다. 덕분에 100년 넘은 수동 개폐식 엘리베이트도 타고 다니고.


짐을 풀자마자 푹푹 찌는 더위를 무릅쓰고 거리로 나섰다. 호텔에서 5분 정도 코블스톤이 깔린 언덕을 걸어내려가자 트레비 분수가 나왔다. 사람이 바글바글하군. 밤늦게 오면 나으려나. 판테온도 부근에 있었다. 아이들은 판테온에 들어가자 피로가 몰려오는지 벤치에 달라붙어 꼼짝도 안 했다. 아우구스투스 시대에 로마의 이름없는 신까지 빠짐없이 모시기 위해 지어진 신전으로 중세이후 성당으로 전환되어 있었는데 라파엘의 무덤도 이곳에 있었다.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거대한 내부에 기둥 하나 없이 건축했다는 점이다. 당시의 수학과 건축학이 어느 정도 발달했으면 이런 건축이 가능했을지. 판테온 입구에 이음매 없이 대리석(화강암이었나?) 한 덩어리로 세워진 기둥도 불가사의해 보였다. 다음날 답을 찾아내긴 했지만 그래도 놀라운 일이다.  


나보나 광장에서 잠시 풍경을 즐기고 로마 시내에서 티베르 강을 따라 걷다 보니 바티칸이 저만치 보이는 지역에 이르렀다. 대법원에 해당하는 위엄있는 건물 부근에 있는 고급 주택가로 보이는 동네가 있었다. 사실 그 동네 건물들은 모두 샌디에고에서는 발보아파크에서나 볼법하게 멋있었다. 근처 손바닥만한 공원에는 주민들이 아이들과 개를 데리고 나와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그때쯤 맛있는 식당을 찾아다니기에는 너무 배가 고팠다. 적당해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는데 손님이라곤 우리밖에 없었다. 음식이나 서비스도 크게 뛰어나거나 크게 실망스럽지 않았다. 식사후 작은 메모지에 요리 이름과 총액만 연필로 휘갈겨서 청구서라고 주었다. 주문할 때 어림잡아 60유로쯤 된다고 계산했고, 메뉴에 끝자리가 딱 떨어지는 요리는 없었는데 총액을 70유로라고 적어놨다. 여행할때 따지기 싫어하는 관광객 심리를 이용한 건지 원래 이탈리아 식당은 그렇게 계산하는지 모르겠지만 군말없이 계산했다. 돌아갈 때는 버스로 호텔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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