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벗 Apr 29. 2020

유럽 여행 - 콜라세움과 로만 포럼

2016년 6월 23일

이날 방문지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가 컸던 콜로세움과 로만 포럼이었다. 짧은 지식으로 돌아본다면 그저 돌무더기로만 보일 것 같아 이탈리안 투어 가이드를 고용했다. 투어 가이드와 8시 30분에 약속이 잡혀 있어서 아침 8시를 조금 넘어 콜로세움 쪽으로 향했다. 여행하던 중 처음으로 일찍 일어난 날이지만, 햇볕이 벌써 뜨거웠다.


투어 가이드에 대해 몇 자 적자면, 처음에는 자전거 나라 등 한국인 가이드를 고려하였다. 그런데 콜로세움과 로만 포럼은 이탈리아 정부가 인증한 투어 가이드만 내부에서 설명하도록 되어 있어서 한국인 가이드는 외부에서만 설명할 수 있고, 내부는 가족끼리 돌아보아야 한다. 게다가 아이들이 로마 역사를 한국어로 과연 이해할까 싶었다. 고민 끝에 트립어드바이저에서 고객 평이 좋은 업체를 통하여 가이드를 예약했다. 우리 가족 네 명만 안내받는 프라이빗 투어로 3시간에 200유로이다.


가이드에 대해 초반부터 조금 길게 설명한 이유는 가이드 덕분에 아이들과 우리 모두 투어를 훨씬 풍성하게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가이드였던 아이린은 본인이 고고학을 전공하고 로마 곳곳을 삽질한 바 있는 고고학자였다. 또 당수도 유단자로 한국 문화에도 꽤 정통해 있었고,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는 질문과 코멘트를 적절하게 던질 줄 알았다. 처음에는 밉살 맞은 틴에이저 표정을 하고 있던 아들도 점점 로마 역사 현장에 매료되어 나중에는 질문도 하고 낄낄 웃기도 하였다. 몇 백권의 책에도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콜로세움과 로만 포럼 이야기를 곳곳에서 하나둘씩 꺼내어 나누면서 3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글라디에이터의 함성이 들려오는 듯한 콜로세움에서, 팔레타인 힐에서 3천년 전 온갖 정치적 묘수가 벌어졌을 로만 포럼을 내려다 보며, 돌무더기 사이를 걸으면서 마음에 일어난 질문과 감동들은 이 짧은 여행기에는 담기 어려울 것 같다. 딸이 가장 흥분했던 대목은 신전에서 불씨를 지키던 처녀 사제들 이야기였다. 처녀 사제들은 어릴 때 명문가 딸들 중에서 선발되어 불씨를 지키는 임무외에는 편안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다고 한다. 불씨가 꺼지기 전까지는. 불씨를 꺼뜨린 처녀 사제들은 산 채로 묻히는 벌을 받았다. 실제로 산 채로 묻힌 처녀 사제는 몇 명 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딸의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 오랜 유적이 3천년 내내 유적이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검투사 경기가 마지막으로 열린 6세기 이후 콜로세움은 천년이 넘도록 버려진 공터에 불과했다. 오늘날 보는 콜로세움의 지면 아래 부분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180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라고 한다. 세월과 함께 흘러 내려온 흙과 먼지를 담요 삼아 쉬고 있던 이 거대한 구조물이 얼굴을 드러내던 순간 발굴자들의 놀라움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콜로세움을 비롯한 많은 유적들은 중세 시대를 거치면서 파괴되었다. 대부분의 유적들은 대리석 등 석재들은 축출하여 교회를 짓는 데 쓰였지만 판테온처럼 교회로 전용된 건물들도 있다. 한때 파티가 끊이지 않았던 네로의 화려한 저택들도 지금은 성베드로 성당의 일부가 되었다고 한다.  


참, 판테온 입구의 거대한 기둥에 쓰인 대리석은 이탈리아가 아닌 그리스 남쪽 끝에서 배로 실어온 것이라고 한다. 기둥 하나를 실을 수 있도록 특별히 축조한 배였다고 하는데, 당시 선박 건조 기술이 얼마나 발달했으면 12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대리석 기둥을 실어올 수 있었는지, 로마가 바다에서 가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육로로 꽤 먼 거리를 운송해야 했을 텐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원하여야 했겠는지 의문은 계속 남는다.  


로마 곳곳에는 식수를 공급하는 수도가 잘 갖춰져 있었는데, 수도꼭지 아래 물받이로 쓰이는 저 네모난 물건은 한때 시신을 담고 있었던 석관들이라고 한다. 로마 유적을 발굴하며 수없이 나온 석관들을 참 효과적으로 재활용하고 있었다.  


 투어 가이드와 점심이라도 함께 하고 싶었지만 다음 투어가 곧바로 예약되어 있다고 하여 게토에 있는 음식점을 추천받는 것으로 대신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럽 여행 - 로마 구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