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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벗 Apr 29. 2020

유럽 여행 - 게토로 가는 길 소매치기를 만나다

2016년 6월 23일

점심을 먹으러 게토로 향하는데 소나기가 쏟아졌다. 열대성 소나기라 금방 그친다고 하여 빅토르 엠마뉴엘 2 기념관에 들어가 잠시 소나기를 피했다. 거대한 건물 앞에서 엠마뉴엘 2세가 말을 타고 있는 동상은 멀리서 보면 그냥 동상이지만,  조각상의  안에서 뭇솔리니가 외국 정상들과 만찬을 했을 정도로 거대하다. 10 넘게 시원 쏟아지던 소나기가 그치자 찌는 듯한 열기가 식어  시원했다.  


엠마뉴엘 2 기념관 부근은 한국 광화문을 연상시키는 복잡한 도로가 사방으로 지나고 있었다. 아이린 표현으로는, 이탈리아 운전자들은 횡단보도를 길에 그린 하얀 데코레이션 쯤으로 알기 때문에 조심해서 길을 건너라고 했는데 정말 교통이 엉망진창이었다. 버스 노선도  개가 넘게 지나는  했고, 행인들과 엠마뉴엘 2 동상 앞에서 사진 찍는 관광객들로 부근은 무척 붐볐다. 여기에서 우리는 말로만 듣던 이탈리아 명물을 만났다.  


남편은 우리 몇 발짝 앞에서 걷고 있었다. 매우 평범한 관광객처럼 보이는 젊은 아가씨가 남편 뒤로 걷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마치 일행인듯 자연스럽게 남편이 매고 있던 가방 지퍼를 스윽 여는 것이 아닌가? 그 바로 1초 전 남편 반 발짝 앞에서 걷던 젊은 남자가 그 여자에게 흘깃 눈짓을 했다는 사실을 그제야 내 두뇌가 알아챘다. 난생 처음 보는 소매치기 현장이었다. 난 자동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야~~~." 남편은 멈칫 서서 돌아보고, 주변 행인들은 나를 미친 여자 보듯이 쳐다 보고, 아이들도 놀랐다. 그런데 그 소매치기 여자는 '내가 뭘 어쨌다고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하는 표정으로 나를 흘끗 보고는 다른 행인 무리에 섞여서 걷던 속도대로 걸어갔다.  


 
지퍼가 1인치쯤 열렸는데도 남편은 무슨 일인지 모르는  했지만  얘기를 듣고 나도 남편도 모두 오싹해졌다. 우리를 헤치려고  것도 아니고, 가방 안에 귀중품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난생 처음 소매치기를 당할  하다니, 그리고  발짝 뒤에서 너무 생생하게 목격했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쳤다. 얼마쯤 가다보니 아까 눈짓하던 남자와 소매치기 여자가 길에 걸터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냥 모르는  하고 지나갔다. 해코지를 당할까봐 두려웠는데,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우리를 경계하는  같았다. 우리를 따라오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여기며 그냥 게토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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