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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벗 Apr 29. 2020

유럽 여행 - 성베드로 성당

2016년 6월 24일

어제 카타쿰에 질려서 아무데도 가고 싶지 않다는 아이들을 데리고 로마의 마지막 날 여행을 시작했다. 호텔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아침부터 햇살이 심상치 않았다. 정류장 앞 기념품 가게가 문을 열자마자 아쉬운대로 어우동 양산을 하나 샀다. 30분만에 온 버스는 문을 못 닫아서 승객들이 자체적으로 푸쉬맨을 해서 타다가 떨어질 정도였다. 한 대를 보내고 조금 덜 붐비는 버스를 탔지만 에어콘이 무색할 정도로 불편했다. 그래도 버스는 우리를 바티칸 앞에 내려주었다.  


성베드로 가까이 오자 성당의 넓은 광장을 가득 메우고 하염없이 늘어 선 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광장의 코블 스톤 바닥이 하얗게 보일 정도로 강한 햇살 아래에서 1시간 가까이 줄을 선 것 같다. 사람들에 떠밀려 들어섰다.  


관중은 수없이 많았지만 성베드로 성당은 한없이 웅장했다. 가운데 드높은 돔에서 쏟아져내리는 성스러운 햇살과 중앙 제단, 거대한 성당에 빈틈없이 자리잡고 있는 예술가들의 대작들. 관중이 발디딜틈없이 많았지만 우리가 차지한 공간은 성베드로 성당의 바닥뿐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이곳에 들어서며 지금의 나처럼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천국의 문, 피에타 조각상, 베르니니의 제단 등 이름만 들어보았던 예술품이 성당에 가득했지만, 아쉽게도 제대로 감상하지는 못 했다. 다만,피에타 조각상은 그곳에 전시된 다른 예술품들이 주는 위압적 메시지와는 다른 나약하게 죽어간 인간 예수와 그 어머니의 갸냘픔이 있었다.  


그곳에서 본 작품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끈 것은 어떤 홀 출입문 장식이었다. (아래 사진) 문 바로 위를 죽음의 천사로 보이는 존재가 모래시계를 들고 있었고, 그 위에는 성인과 무죄한 존재를 상징하는 사람들의 조각상이 있었다. 삶이 유한하다는 현실을 소름돋는 방법으로 깨우쳐주는 그 작품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미켈란젤로를 비롯한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을 동원하여, 면죄부를 팔고 유적의 대리석들을 떼어오는 일까지 서슴치 않고 지은 성베드로 성당. 그곳을 나서며 신이라는 존재와 종교에 대해 야릇한 감정이 들었다.  


이날 오후는 심하게 더웠다. 근처에서 점심을 한 뒤 원래는 성 안젤로 성을 관람하고 저녁에 다시 바티칸 박물관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식당에서 찜통 거리로 발걸음을 내디디는 순간 모든 용기를 잃고 말았다. 아마 곳곳에 식수 수도에서 스카프를 적셔서 열을 시킬 수 없었다면 가원이는 기절했을 것이다. 결국 바티칸 박물관 사무실에 찾아가 우리가 예약한 저녁 티켓을 지금 티켓으로 바꾸어 달라고 요청하여 바티칸 뮤지엄으로 바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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