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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벗 Apr 29. 2020

유럽 여행 - 바티칸 뮤지엄

2016년 6월 24일

바티칸 뮤지엄은 나의 기대와 상상을 뛰어넘은 곳이었다. 나의 사전 지식이 부족했음에 부끄럽지만 감사하는 대목이다. 바티칸 뮤지엄이 어떤 곳인지 미리 잘 공부를 하고 갔더라면 이만큼 놀라거나 감탄하지 않았을 테니까.  


바티칸 뮤지엄은 역대 교황들이 수집한 예술품들을 모아 놓은 곳이다. 여기까지는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교황들께서 그렇게 방대하고, 그렇게 다양한 예술품들을 모아놓으셨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 하여 각각의 전시관이 배치된 순서대로 쭉 돌면서 관람하였다. 입구쪽 전시관에는 다른 박물관에서라면 상세한 설명과 함께 고이 모셔져서 하나하나 관광객의 눈길을 즐겼을 예술품들이 안 쓰는 물건들을 창고에 넣어두듯 그렇게 전시되어 있었다. 참고로 바티칸 뮤지엄에서는 가이드나 오디어 가이드가 꼭 필요함을 절감했다.


콜렉션은 규모가 클 뿐 아니라 보존 상태도 압도적으로 우수하였다. 대영박물관에서 본 고대 이집트 유물 등은 손상된 것이 많았는데, 이곳에 전시된 유물들은 연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온전한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대영박물관에서 고대 앗시리아와 이집트 전시를 주로 봤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그냥 넘어가려고 했던 터라 하나하나 자세히 보지는 않았다. 가장 뜻밖의 대목은 고대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예술품의 수집이었다. 기독교가 온갖 역사적인 물의를 일으킨 근본에는 일신교로서의 배타성이 존재한다. 그로 인해 당당히 남의 문화를 파괴한 줄 알았다. 그런데 너무 아름다워서 차마 파괴하지 못하고 이리로 모셔온 것일까?  


사실 바티칸 뮤지엄에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작품이 참 많았다. 가장 유명한 작품 가운데 하나인 라오콘 군상은 고통받는 인간의 근육 하나하나를 살아있는 듯 표현하고 있었다. 오디오 가이드 해설을 들으며 아테네 학당에 그려진 인물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당시의 예술가의 역할은 지금도 그렇지만 아름다움의 표현보다는 철학을 예술이라는 도구로 해석하는 역할이 더욱 컸던 것 같다.  


마지막 전시 순서는 시스틴 채플이었다. 천장화을 계속 쳐다 보느라 좀 어지럽긴 했지만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는 누구나 이곳저곳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그림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직접 감상하는 것에는 어떤 특별한 점이 있을까? 게다가 가장 유명한 장면인 아담이 신과 이티처럼 손가락을 맞대고 있는 장면은 천장화의 작은 부분이어서 찾기도 어려운데. 내 생각에는 미켈란젤로의 천장화가 더욱 의미를 갖는 것은 르네상스 이전 몇 십 년 전에 그려진 천장 바로 아래 벽화들과는 다른 두드러진 변화를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다. 피렌체를 건너 뛰며 르네상스는 같이 건너 뛰었다고 생각했다가, 이곳에서 르네상스의 첨예한 한 장면을 보게 되어 무척 기뻤다. 시스틴 채플에서 오디오 가이드를 모두 들은 후에도 박물관 직원들이 관람 종료를 외칠 때까지 떠날 수 없었다.


바티칸은 우리 여행의 종점이었다. 내일은 집으로 간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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