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늄은 쥐손이풀과 제라늄속 식물의 총칭으로, 주요 원산지는 남아프리카 일대다. 홑꽃과 겹꽃의 다양한 품종이 있으며, 선명하고 화려한 색감의 꽃을 피워 관상용으로 널리 재배된다.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는 대표적인 화훼 식물 중 하나다. - 나무위키
베이 지역에서는 제라늄 없는 울타리를 찾기 힘들 만큼 흔한 꽃이다.
한 뼘쯤 되는 가지를 꺾어 흙에 꽂아두기만 해도 쉽게 뿌리를 내리고 잘 자란다.
꽃이 풍성하고 화려해 보는 즐거움도 크다.
물을 자주 줘도, 드물게 줘도 괜찮고, 흙이 꼭 비옥하지 않아도 별탈없이 자란다.
시든 꽃만 제때 떼어주면 꽃대를 더 많이 올려 기특하다 싶을 정도다.
넉넉한 화분에서는 제법 크고 풍성하게 자라고, 좁은 공간에서 작게 기르고 싶다면 작은 화분에 심어서 물과 햇빛을 부족한 듯 받게 하면 된다.
뿌리가 깊게 내린다거나 사방으로 뻗어가지 않아서 담벼락에 심어도 건물에 손상을 줄 염려가 없으며 다른 나무 아래에 심어도 이웃한 식물의 생장에 좀체로 지장을 주지 않는다.
참 무던하고 온순한 식물이다.
안타깝게도 까다로운 구석 없이 제 몫을 다하는 제라늄이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그저 잘 자라니까 다른 화초에 거름 줄 때에도 제라늄은 건너뛴다.
"넌 없어도 괜찮잖아."
화단 중앙에 오는 일도 없이 주로 가장자리 차지이다.
가지를 칠 때도 꽃이 지기를 기다려주는 일은 드물다.
장미나 수국 모두 꽃이 모두 진 뒤에 가지를 정리하고 카라나 튤립도 꽃이 진 뒤에 구근을 파낼 텐데, 제라늄 꽃은 흐드러지게 피다 보니 탐스러운 꽃이 달린 가지도 사정없이 정리하기도 한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은 건 제라늄에게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어떤 화초는 식물 집사가 햇빛, 통풍, 수분 공급, 흙속의 영양분까지 신경써서 맞춰주어야 겨우 한두 송이 꽃을 피워내고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데, 제라늄은 자신을 환경에 맞추어 열심히 광합성하여 사시사철 꽃을 피워내도 늘 뒷전이라니, 내가 제라늄이라면 참 억울할 것 같다.
올 봄 이사 후, 버려진 듯한 마당에 생기가 돌게된 것도 제라늄의 공이 크건만 잘 썩은 거름이 제라늄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내가 마음을 쓰지 않아도 묵묵히 꽃을 피워주는 제라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제라늄을 닮은 사람이란,
매력적인 외모 또는 능력을 갖추고 강인하며 자신이 처한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신 주어진 자원을 활용하여 할 일을 묵묵히 한다. 자신의 생존과 성장에 집중할 뿐 남에게 해를 주는 일은 없다. 능력이나 수고에 걸맞은 보상은 받지 못하지만 누군가는 그에게 깊이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