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산책시키다가
우디는 우리 집 둘째 반려견이다. 8주 젖을 뗄 무렵 데려와서 이제 여섯 살 반이 되었는데 아직도 막내다운 개구쟁이이다. 작은 소리에도 발끈하는 소리로 짖고, 간식 달라고 조르거나 우리를 반길 때 염소처럼 겅중겅중 뛰고, 아침마다 매우 애처롭게 낑낑대서 우리를 깨운다. 이 작은 반려견의 무심한 명랑함이 교향곡의 작은 피콜로 소리처럼 중년 부부의 늘어진 삶에 웃음을 뿌려주곤 한다.
최근에는 마냥 개구쟁이 강아지인 줄 알았던 우디가 많은 것을 터득하고 배우고 있음을 또 한 번 실감하는 일이 있었다. 우리는 개가 두 마리이어서 함께 산책할 때 서로 다른 둘의 행동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다른 점이 많지만 그중 하나는 배설 행동이다. 올해로 열 살이 된 테디는 산책 초반부터 집에 들어설 때까지 영역표시를 하는 반면, 우디는 초반에 쉬하고 응가를 모두 해버리고 나머지 산책 구간에는 그냥 냄새를 맡으며 따라다닌다는 거였다. 다른 개들이 쉬를 뿌려놓은 곳이 나오면 우디도 냄새를 킁킁 맡다가 여기에 자신의 냄새도 뿌려야 직성이 풀린다는 듯 다리를 번쩍 쳐들긴 했다. 하지만 초반에 쉬를 모두 내보내서 한 방울도 찔끔 나오기 어려웠다. 어린 우디는 그랬다.
여섯 살이 넘은 우디는 동네 산책길에서 나오는 반려견들의 요지마다 자신의 냄새를 남길 줄 알게 되었다. 일단 이사 온 지 한두 달 만에 몇 가지 다른 산책로에 있는 반려견들의 요지 위치를 모두 파악한 듯 보인다. 각 산책로마다 쉬하고 싶은 곳, 응가하고 싶은 곳이 다르다. 똥꼬가 빨개지는 걸 보면 응가가 마려운 걸 알 수 있는데, 좋아하는 장소가 나올 때까지 꾹 참고 간다. 이전까지는 둘의 배설 행동이 다른 이유가 테디와 우디의 성격 차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연륜의 차이였다.
생뚱맞게도 우디의 행동을 보면서 "예산 수립과 집행"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예산수립은 앞으로 할 일, 즉 목표를 정하고, 그 일을 하는 데 필요한 돈을 얼마나, 어디에, 어떻게 쓸지 미리 계획하는 과정이고 예산 집행은 계획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우디의 예산 수립 및 집행 활동이란?
이전의 산책 경험에서 익힌 동네 개들의 요지에 자신의 존재를 남기기 위하여 몸속에 축적된 한정된 양의 배설물을 한 번에 배출하지 않고 요지마다 여러 번에 나누어 배출한다. 그러기 위하여 급할 때도 조금 참아야 하고, 시원하게 다 누고 싶을 때도 조금 참아야 한다.
예산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경제적 행동이 건강한 동물에게 이토록 자연스러운 본능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건강하지 않다면 자신의 존재를 남기고 싶은 욕구나 참을 수 있는 능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거다. 그러니 나의 기준에 비추어 경제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가 지금 건강하지 못한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아니면 나에게는 비합리적인 행동이 그에게는 원하는 것을 얻는 경제적인 행동이기 때문일 거다. 개보다 훨씬 고등한 사람이라는 존재에게는 모두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