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처럼 편히 길러서 요긴하게 즐기는 식물
한국의 봄은 겨울과 여름 사이에 낀 계절이지만 캘리포니아의 봄은 지루하다. 5월이 특히 그렇다. 몇 달씩 피어있는 꽃들이 많으니까 며칠 피고 지는 꽃의 아슬아슬함이 그다지 소중하지 않다. 그래도 아름답지만.
올해는 지난주부터 건기가 시작되어 흙이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물을 많이 먹는 화초들은 벌써 시들시들해진다. 수국은 이제 이틀에 한 번 물을 주고, 플러메리아와 장미에도 한 번씩 물을 주었다. 여전히 물 주기를 미루는 화초들도 있다. 민트도 그중 하나다.
민트는 잡초처럼 잘 자란다. 민트의 줄기와 뿌리는 구분이 모호한 것 같다. 상당히 질기고 강한 갈색 줄기가 주변에 틈을 뚫고 새싹을 다시 내고 뿌리를 내린다. 예전 집에서 처음에 땅에 심었다가 그 주변이 다 민트로 덮이는 바람에 서둘러 화분으로 옮겼던 기억이 난다. 아들이 소중히 여기던 식물이라 이사 나올 때 화분을 두고 와서 아쉬웠다. 봄이 오면 아들이 좋아했던 민트를 심어야지 했는데 2월 경 민트 싹이 보였다.
위의 사진은 각 3월 6일, 4월 28일, 5월 5일 촬영한 것이다. 요즘은 매일 민트 티를 마시고 물에 띄우고 디저트에 꽂기에 충분할 정도로 퍼졌다. 민트를 잘 기르기 위해 한 일은 3월 경 성장에 속도가 붙기 시작할 때 비료 한 번 준 것과 부지런히 수확한 것 정도이다. 부지런히 수확하지 않으면 잎이 갈색으로 마르면서 줄기는 더욱 사납게 뻗어서 초록 민트 잎이 아닌, 갈색 줄기만 땅에 퍼진다.
민트는 여러 문화에서 오랫동안 민간요법으로 애용된 재료이기도 하다. 뜨거운 물에 3분 정도 우려 그냥 마시면 가장 손쉽게 즐길 수 있다. 꿀을 넣어 약간 단맛을 주어도 좋고, 차갑게 식혀서 레몬 한 조각 올려서 마셔도 그만이다.
민트가 죽더라도 얼른 뽑아버리지 말고 몇 달 놔두면 다시 싹을 내는 일도 흔하다. 나한테 잘 맞는 화초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