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에 삐죽삐죽 나온 잡초를 무심코 뽑으려다가 멈칫한다.
"잡초라는 건 누가 정한 건대요?"
아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다.
우리가 네 식구였을 때 살던 집은 넓지 않은 마당에 잔디가 깔려 있었다.
마당 관리는 아들의 일이었다.
아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채소와 허브 종류, 나무는 정성껏 돌보면서도 잔디는 잘 돌보지 않았다.
가끔 마당에 나가 보면 잔디를 제때 깎아주지 않아 해를 못 받은 잔디 밑동이 누렇게 죽어갔다.
환경이 좋건 나쁘건 마당에 살아남는 건 생명력이 질긴 잡초들이었다.
내가 잡초를 뽑으려고 하면 아들은 질색을 했다.
"얘를 왜 뽑아요?"
- 이건 잡초니까.
"잡초라는 건 누가 정한 건대요?"
- 뭐 누가 정한 건지 모르겠는데, 잔디가 자라야 할 곳에 잔디가 아닌 게 자라니까 잡초라고 하는 거지.
"얘도 여기 오고 싶어 온 게 아니잖아요. 여기에서 잘 살고 있는 걸 뽑아 버리면 어떡해!"
아들은 시무룩해져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네.
어쩌다 잔디밭에 떨어져서 잔디보다 더 잘 자라는 걸 괜히 뽑았네.
어쩌면 아들은 자기 얘기를 하고 있었을까?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미국이라는 곳에 와서 자기가 잡초처럼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꼈을까?
그래서 잡초를 보면 자기 자신을 보는 것처럼 애처로웠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