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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벗 Jun 03. 2020

오리 엄마가 된 사연 - 후편

오그리에게 동생이 생겼어요

오그리 근황을 물어오시는 분들이 여럿 계셔서 오그리 엄마께 소식을 전해주십사 한번 더 부탁드렸습니다.

오그리가 누구일까 궁금하신 분들은 전편을 먼저 읽어주세요.

https://brunch.co.kr/@thewordpal/50


오그리에게 동생이 생겼어요!


글: 임유진, 정리: 글벗


오그리가 우리 가족이 된 지 어느덧 한 달이 되어 가는군요. 우리 오그리는 그동안 무럭무럭 자라서 아기 오리 티를 벗고 씩씩한 청년(성별은 모르겠어요) 오리가 되었답니다. 저희 가족은 오그리와 따뜻하고 신기한 시간을 나누는 한편, 오리에 대해서 부지런히 공부했습니다. 저는 오리 엄마이고, 오리를 알아야 잘 키울 수 있으니까요.


오리는 알면 알수록 사랑스러운 동물이랍니다. 사람처럼 사회적 동물이므로 가족이나 친구가 없이 혼자 있으면 슬퍼합니다. 심지어 우울증에도 걸릴 수 있다니, 참 감정이 풍부한 아이들입니다. 오그리도 그랬습니다. 주위에 사람이 없으면 계속 울고, 잠을 잘 때도 내가 잠자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울어댔습니다. 오그리가 알에서 나온 이후 몇 주 동안 우리 가족은 돌아가면서 오그리 옆에서 잤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사람이고 계속 이렇게 생활할 수는 없었습니다. 생각 끝에 우리는 오리를 한 마리 더 입양을 하기로 했습니다.


오리를 구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어요. 수소문한 끝에 폴브룩이라는 인근 도시에 오리를 키우는 사람이 있다는 걸 찾아내고 고속도로를 한 시간 달려서 만나러 갔습니다. 이 예쁜 아기 오리에게 동그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동그리는 이렇게 오그리의 동생이자 우리 새 식구가 되었습니다.

동그리는 오그리와는 달리 굉장히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입니다. 뛰는 속도도 번개 같고요, 수영도 기가 막히게 잘합니다. 아직 일주일도 안 된 아기인데 활동성은 벌써 오그리를 훨씬 앞지릅니다. 오리 두 마리가 헤엄칠 수 있는 고무풀로 수영장을 만들어 주었는데, 동그리는 수영장에 혼자 들어가고 나올 수 있는데, 오그리는 혼자 들어갈 줄만 알고, 나오지는 못합니다. 누가 꺼내 줘야지 나올 수 있죠. 계단도 조금이라도 높으면 올라가지 못합니다. 동그리는 태어났을 때 엄마와 형제가 곁에 있었지만 오그리는 내내 혼자여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짠합니다.


처음 동그리를 본 오그리는 너무 놀라서 무서워하면서 피해 다녔어요. 엄마라고 생각했는지 동그리는 자꾸 오그리를 졸졸 따라다니고 날갯죽지 아래 파고들었습니다. 오그리는 처음에는 동그리는 무서워하다가 자꾸 귀찮게 하면 부리로 쪼곤 했습니다. 동그리의 부리가 다칠까 봐 걱정되어서 두 오리에게 잠자리를 따로 마련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서로 볼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마침내 저희 가족 모두 단잠을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그리와 동그리도 이제 자다가 울지 않습니다.


오그리와 동그리는 서로 점점 친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낮에는 밖에서 함께 놀기도 하고, 동그리는 오그리만 졸졸 따라다니면서 오그리가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합니다. 오그리가 먹는 것을 꼭 먹으려고 하고, 오그리 가는 곳만 가고, 틈만 나면 오그리 옆에서 장난칩니다. 자꾸 장난을 치면 오그리가 부리로 쪼지만 동글이는 전혀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오그리가 나를 쳐다보는 눈을 보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동그리가 나를 쳐다보는 눈빛은 오그리와는 조금 다릅니다. 오그리를 보면 나를 엄마로 정말로 아는 느낌이 드는데, 동그리는 아직 그렇지는 않아요. 그래도 오리는 사람과 감정을 교류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요즘 저는 오그리와 대화도 할 수 있답니다. 오그리 목소리만 들어도 나를 찾는 건지, 뭐가 필요한 건지, 아니면 기분이 좋은지 알 수 있습니다.

자식 둘을 더 키우는 것처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요. 아직은 오그리와 동그리가 집 안에서 잠을 자지만 동그리가 조금 더 크면 밖에서 재워야 하는데, 다른 동물들이 마당에 들어와서 이 아이들을 공격할 수 없도록 집을 어떻게 안전하게 지어줄 수 있는지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그리와 동그리가 온 뒤 저는 밖에 많이 나갑니다. 잘 나가지 않던 마당도 나가고, 그러면서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지는 걸 느낍니다. 누가 두고 간 알에서 깨어난 기적 같은 우리 오그리와 동그리 덕분에 요즘 같이 힘든 때에 큰 위안과 행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오그리 이야기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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