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테디와 한 살 우디
우리 집에서 하루 종일 나와 가장 자주 이야기하는 식구는 강아지 두 마리이다. 테디는 생후 5주 되었을 때 데려와서 이번 달로 만 다섯 살이 되었고, 우디는 생후 4주에 데려와서 18개월 정도 되었다. 게으른 주인을 만나서 늘 유기견 스타일이지만 샌디에이고시에 등록된 어엿한 우리 집 반려견들이다.
테디는 말티즈라고 알고 데려왔다. 테디 아빠는 2.5 킬로그램 정도 되는 영락없는 주먹만 한 말티즈이고, 엄마는 3.6 킬로그램 정도 나가는, 조금 큰 편에 속하는 말티즈이다. 테디가 다 자라면 3 킬로그램 정도 나갈 거라고 예상했는데 1년 만에 7킬로그램으로 자랐다. 얼굴은 분명히 말티즈이나 몸매로 보자면 혼외자식으로 태어난 잡종견인 것 같다. 물론, 테디가 얼마나 좋은 강아지인지, 우리가 테디를 얼마나 예뻐하는가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실이다. 테디는 온순하고 운동신경이 둔하고 차분하고 똑똑하다. 게다가 잘 짖지 않고 분리불안도 없고 관심을 끌려고 집착하지도 않는다. 테디가 우리 집 유일한 반려견이었을 때는 종종 우리가 개를 키운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때도 있었다.
그러다가 우디를 데려왔다. 우디는 말티푸와 말티즈 사이에서 태어난 개이니까 75% 말티즈에 25% 푸들 정도 될 것 같다. 이제 다 자랐는데 전반적인 크기는 테디와 비슷하지만 몸이 훨씬 가늘고 가볍다. 처음 며칠은 우리 집이 낯선지 많이 울고 덩치 큰 테디가 다가가면 구석에 숨어서 나오지 않았다.
수줍은 강아지 노릇은 딱 삼일 동안이었다. 우디는 이 집안에서 자기의 위치를 순식간에 파악했다. 응석받이 막내. 테디를 쓰다듬거나 칭찬하면 어디서 슝 나타나서 테디를 쫓아버리고, 간식을 줄 때도 테디보다 날렵하게 받아먹는다. 조를 때는 자기 몸의 몇 배나 뛰어오르고, 식구들이 틈을 보이면 바로 장난감을 물고 와서 놀아달라고 한다. 식구들의 무릎이나 옆자리도 자기가 차지해야 속이 풀리고 부당한 처사에는 바로 길게 목청을 높여서 항의한다.
나의 일과는 우디의 짖는 소리로 시작된다. 사람들은 2층에서, 개들은 1층 자기 방에서 각자 자는데 우디는 매일 아침에 6시 30분에서 7시 사이에 일어나서 짖거나 목을 길게 빼고 울어댄다.
"아줌마, 해가 떴는데 안 일어나고 뭐해? 나 화장실 가야 한다고!"
내려갈게, 내려간다고, 이 강아지야.
강아지 방문을 열어주면 두 녀석이 나한테 궁시렁거린다.
"오롤와를오롤(아줌마 왜 이제 내려오는 거야. 아침에 혼자 있는 거 싫어한다고.)"
정말 이렇게 들린다. 우리 동네에 강아지가 꽤 많이 사는데 강아지끼리 이런 방식으로 의사소통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테디와 우디가 우리 가족에게만 사용하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테디는 원하는 게 있으면 곁에 와서 나를 빤히 쳐다본다.
"테디야,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내가 쳐다보고 물으면 자기가 원하는 것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린다.
"어디? 거기에 뭐가 있는데?"
나에게 승낙을 받은 것처럼 신나서 나를 데리고 간다. 주로 간식이 있는 곳이나 장난감이 가구 밑에 들어가서 꺼내 달라고 하는 거다. 우디가 마당에 있는데 내가 모르고 문을 닫을 때가 가끔 있다. 그럴 때는 "오롤와를오를" 테디는 나에게 항의하는 억양으로 한 마디 하고 나서 나를 문으로 데려가서 우디를 들여보내 달라고 한다.
외출했다가 들어와도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며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와로~~우로로"
"말한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짖는" 것도 아니며, 음절이 분명히 구분되고, "왜 이제 왔어"라고 말할 때 억양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에 굳이 둘 중 선택해야 한다면 "말한다"가 맞다. 개들이 사람 말을 알아듣는 게 아니라 억양으로 구분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아닌 것 같다. 우리 개들은 "맛있다"는 단어만 나오면 쏜살처럼 달려온다. 자기들 이름이 들리면 자는 것처럼 누워있다가도 귀를 쫑긋 세운다. 그렇다면 테디와 우디가 자기들끼리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언어, 즉 음절이 있는 말인 "와로~" "오롤와르오로"라고 우리에게 말하는 건 사람의 언어를 흉내내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간식을 꺼내면 우디는 좋아서 펄쩍펄쩍 뛰어오르고 테디는 뱅글뱅글 돈다. 우디는 "앗싸"하고 말하고 테디는 "아이, 좋아라"라고 말하는 것이다. 간식을 집어서 주먹 쥔 손을 뒤로 하고 가만히 있으면 두 녀석이 얌전히 앉는다. 기대에 찬 두 눈망울은 튀어 나올 것처럼 커진다.
"얘들아, 아줌마가 손으로 줄 테니까 살살 먹자. 사알~살."
이렇게 말하고 엄지와 검지로 간식을 집어서 강아지 입으로 가져가면 정말 조심스럽게 살살 받아먹는다. 난 간식을 이렇게 줄 생각을 못했었는데 테디가 어렸을 때 윤재가 가르쳐 주었다.
"엄마, 테디한테는 까맣고 아주 부드러운 입술이 있어요. 내가 간식을 주면 얼마나 조심해서 먹는지 볼래요? 봐요. 내 손 깨물까 봐 진짜 조심하죠? 입술로 간식만 살짝 물어요. 입술이 아주 따뜻해요."
식구들 식사가 얼추 끝나가는 눈치이면 고개를 돌리고 기다리던 테디는 어슬렁어슬렁, 우디는 깡충깡충 식탁 주위로 다가온다. 테디는 앞발을 내가 앉은 의자에 걸치고 자기 차례라고 당당하게 알린다. 우디는 불쌍한 표정으로 "우오~" 하고 짧게 울고 앉아서 공손하게 애원한다. 딸은 우디의 방식이 자기한테는 훨씬 효과적이라면서 당당하게 요구하는 테디를 약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종종 고기와 삶은 야채를 사료에 섞어주는데 이런 특식은 우리 개들에게 "Enough is never enough"이다(아무리 먹어도 부족하다). 다 먹고도 두 마리가 항의하듯 밥그릇을 탁탁 쳐댄다. 개들이 하는 말을 못 들은 척 계속 딴청을 피우면 나에게 와서 까맣고 촉촉한 코로 톡톡 친다.
"부탁해요. 좀 더 먹으면 안 될까요?"
눈빛만 봐도 아주 친절하게 부탁하는 느낌이 든다. 물론, 우리 개들은 이렇게 말하면 통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내가 가끔 개들에게 긴 문장으로 이야기할 때가 있다.
"테디야, 테디가 우리 집에 왔을 때는 아주 조그만 강아지였는데 벌써 이렇게 훌륭한 개가 되었네. 우디에게 양보도 잘하고 집도 잘 지키네. 언제 이렇게 컸니?"
"우디야, 우디는 아줌마가 아이패드 들여다보고 있는 게 그렇게 싫어? 우디랑 놀아주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강아지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무슨 말인지 잘 생각하는 것 같다.
개들은 야단맞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정신없이 짖어서 시끄러울 때는 목줄을 걸어놓는다. 단지 목줄을 걸어놓는 것뿐인데 개들은 이 목줄이 벌 받는 것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아는 것 같다. 막 짖을 때 "짖지 마" 하고 말해도 계속 짖지만, 목줄을 가지러 가면 짖는 것을 딱 멈춘다.
나와 개들은 하루 종일 이야기를 나눈다.
문을 긁어대면, "우리 강아지 오줌 마렵구나" 문을 열어주고, 좀 늦게 열어주면 강아지가 "아오오~"하고 불평한다. 장난감을 물고 와서 내 발 앞에 던지면, 나는 "또 놀아달라고? 내가 맨날 너하고 놀기만 하니?" 하고, 강아지는 "놀아요, 놀아요!" 하면서 껑충껑충 뛴다.
강아지는 강아지 말을 하지만 때로는 사람과 비슷한 말을 해보려고 하고, 사람은 사람 말을 하지만 때로는 강아지가 잘 알아듣게 말하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잘 알아듣고 산다.
* 수정일 7/18. 강아지 몸무게 환산이 잘못되어 수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