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도착한지 2주된 나, 가이드가 되다?

멜번에서 초짜 가이드로 살아남기

by 떠돌이 야생마

아무런 생각도 계획도 없이 캐리어 두개를 가지고 호주에 떨어졌다! 비행기 티켓 하나 딱 끊고, 전날 새벽까지 흠뻑쇼를 즐기다가 출발 직전 공항에서까지 짐을 쌌다. 멜번에 도착한 나에게 정해져있던 건 일주일간 예약해놓은 호스텔 뿐이다. 햄버거 세트가 무려 2만원인 이곳에서 당장 살아남아야 한다. 무엇을 해야하는지가 정해져있고 소속이 있던 교환학생과는 다르다. 말 그대로 서바이벌이다. 당장 먹을 음식이 있어야하고, 잘 침대가 있어야하고, 입을 옷이 있어야 한다. 그 모든 걸 나 혼자 해결해야 한다. 편의점에서 사는 물이 슈퍼마켓보다 세배가 비싸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던 나는 호스텔 공용공간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꼭 필요한 정보들을 금광캐듯 채굴했다. 덕분에 은행 계좌도 열고, 쉐어하우스를 구하기 시작하고, 저렴하고 맛있는 식당들도 알아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쉐어하우스에 살려면, 저렴하고 맛있는 식당에 가려면, 내 은행 계좌에 잔액을 채우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급하게 비행기 티켓하나 예매해서 온 나에게 여유롭게 즐기며 천천히 일자리를 알아볼 넉넉한 자금 따위가 있을리는 만무했다. 그때부터 무슨일을 할 지에 대한 생각을 시작했다.


지금은 이유도 생각나지 않지만 어떠한 계기로 여행가이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력서를 만들고 멜번에 있는 한인 여행사를 찾아내어 무작정 문을 두드렸다. 나중에 팀장님께서는, '어떤 이상한 사람이 들어오는데 눈에 광기가 있었다'라고 말씀하셨다. 호주에서는 일자리를 구할 때 그냥 방문해서 이력서를 건넨다는 말만 듣고 갔던건데, 알고보니 여태껏 그 누구도 그렇게 찾아온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나의 광기어린 열정에 감탄한(?) 팀장님과 정식으로 인터뷰 일정을 잡게되었다. 멜번이 호주에 어느쪽에 붙어있는지도 몰랐던 나에게 공짜로 투어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다. 이름도 잘 모르는 관광지지만, 호스텔에 돌아가 아르헨티나 친구에게 '12....12....blah blah'에 간다고 말하니 '12 apostoles(12사도)'라고 말하며 자기도 며칠전에 갔다 왔다며 아주 멋있다는 말에 그냥 신이났다. 분명 나들이간다 생각하고 따라가보라는 팀장님 말씀에 정말 가볍게 토이카메라 하나 챙겨서 갔지만, 알고보니 일종의 가이드 견습이었더라.


그날 투어를 담당하셨던 가이드님께서는 꽤나 당황하셨다. 첫번째 장소에 도착해 나에게 뭔가를 알려주려고 보니 나는 이미 어딘가에서 신나게 사진을 찍고 있었고, 두번째 장소에서 시간이 빠듯해 얼른 내려가려는데 마지막까지 남아서 즐기는 사람이 하필 나였다. 첫날부터 제대로 찍혀버린 나는, 여기서 일을 하게되든 아니든 난 그저 죽기전에 꼭 가봐야할 40군데 중 하나라는 멜번의 대표 명소를 와봤다는 사실에 그저 만족했다. 그렇게 2주가 지난 후, 나는 며칠 전 연락을 받고 첫 투어를 담당하게 된다. 멜번에 도착한지 겨우 몇주된, 나 또한 전혀 아무것도 모르는 새내기지만 내가 손님들에게 길을 안내해야 한다! 내가 멜번에 대한 정보를 전하고 투어를 당장 이끌어야 한다! 과연 나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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