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빛나는 각자의 시간들

by 더여린

1시간 차를 타고 남편과 함께 안산에 있는 반지 공방에 갔다. 주말을 어떻게 보내야 잘 보낼 수 있을지 한참을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었다. 남편은 전부터 왁스 카빙으로 반지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결정에 있어 신중한 편이었다. 특히 돈이 드는 일이면 더욱 신중해지곤 했다. 그래서 평소에 자신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 그가 돈을 써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고 입 밖으로 꺼냈다는 건 정말 경험해 보고 싶은 일이라는 뜻이었다. 나는 그 말을 기억해 뒀다가 남편에게 반지 공방에 가보자고 했고, 그렇게 해서 우린 각자만의 반지를 만들게 되었다.


보통 커플들이 반지를 만들러 오면 커플링을 만든다고 했다. 하지만 우린 각자 자신이 낄 반지를 개인의 취향이 듬뿍 들어간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그 모습이 참 우리다워서 웃음이 나왔다. 뭉툭했던 청록색의 왁스를 깎고 다듬으며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 나갔다. 짧지 않은 작업 시간 동안 몰두하는 서로의 모습을 보니 색다른 감정이 들었다. 나는 남편과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일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는 일을 정말 좋아한다. 우리가 함께라는 점도, 서로의 취향을 존중해 준다는 점도, 어떠한 것에 몰입하고 있는 상대의 얼굴을 바라보는 점도 전부 다 좋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만든 반지가 완성되었다. 평소 별과 달을 좋아하는 나는 초승달 모양으로 이어지다 중간에 별이 포인트로 들어간 디자인으로 반지를 만들었다. 남편은 나의 디자인을 힐끔 보더니 자신도 별과 달을 넣어 만들겠다고 했고, 서로 다른 별과 달이 담긴 반지를 완성했다. 모양은 다르지만 어쩌다 보니 더욱 특별한 커플링이 탄생했다. 밤하늘의 별과 달은 같은 하늘에서 각자만의 빛을 낸다. 구름이라는 이불을 덮고 고요하고 포근하게 서로의 빛을 느끼면서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 별과 달을 닮아서, 이런 반지를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초승달 부분을 매만지며 나는 생각했다. 함께 빛나는 각자의 시간들을 앞으로도 많이 쌓아가자고. 힘들고 지칠 땐, 잠시 쉬며 상대의 몰두하고 있는 얼굴을 바라보다, 뜨끈한 어깨에 기대다, 알록달록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다시 각자의 시간에 몰입하며 빛을 이루자고. 그리고 그 빛으로, 온기로 서로를 따듯하게 어루만져 주자고.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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