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가수, '값싼 위로'를 거부하다.

0의 노트

by 사아


안녕하세요. 사아입니다.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소설 <사아>의 행간에 숨겨진 제 진짜 이야기를 잠시 나누려 합니다.


지금의 저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실패한 가수’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6년 전, 2019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음악밖에 모르던 저는 늦은 나이에 입대를 했고, 그곳에서 제 온 우주를 붕괴시킨 한 사건을 마주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단 하나의 질문에 매몰되었습니다.


‘대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왜 하필 나였을까.’


우주를 향해 던지는 피해자의 독백이었습니다.
철학 입문서와 고전 문학을 꽤 치열하게 읽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기존의 철학으로는 도저히 제 고통이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활자들 속에서 저는 더 깊은 혼란에 잠식될 뿐이었습니다. 아마, 평생 음악만 하던 저의 무지 탓이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보다 더 견딜 수 없었던 건, 세상이 건네는 무책임한 위로였습니다. 앞서 공개한 제 소설 속 인물, ‘홉’의 입을 빌려 저는 이렇게 일갈했습니다.


“서점가를 점령한 베스트셀러들은 하나같이 ‘네 잘못이 아니다’라는 값싼 면죄부와, 구역질 나는 자기기만적 힐링만을 앵무새처럼 지저귀고 있다.”


구원을 바랐습니다. 무저갱에 처박힌 저를 끌어올려 줄 마법 같은 기적을요. 하지만 그런 게 있을 리가요. 제가 가진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었습니다. 익숙한 피해자로 남거나, 아니면 가해자가 되어 세상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거나.


하지만 인간이란 얼마나 나약한지, 저는 그 어느 쪽도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그 경계에 머물며 유린당할 뿐이었죠. 그렇게 4년. 인간 실존에 대해 지독하게 집착하던 제 손에는 어느새 악필로 휘갈겨진 노트 3권이 들려 있었습니다. 소설 <사아>는 그 3권의 노트가 지르던 비명들의 기록입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낯선 개념어(각아, 9의 세계, 7과 8의 사람 등)는 있어 보이기 위한 현학적 장치가 아닙니다. 기성 철학의 언어로는 도저히 소화할 수 없었던 제 고통을, 가장 직관적으로 뱉어내기 위해 만든 ‘생존의 언어’입니다. 인내심을 갖고 따라오신다면, 어느새 그 언어 속에 녹아든 당신의 모습을 발견하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곳에 글을 연재하는 이유를 말씀드립니다. 저는 소설을 배운 적도,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적도 없습니다. 소위 말하는 ‘등단’이라는 9의 세계의 시스템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만의 방식, ‘0의 방식’으로 독자 여러분을 만나려 합니다.


이 소설은 다가오는 4월, 텀블벅을 통해 독립 출판으로 세상에 나올 예정입니다.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만드는 여정에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 처절하지만 가장 솔직한 기록으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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