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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쭉정이 Mar 04. 2023

수사관이 겪은 거짓말쟁이 공통점 3가지

반드시 진짜에 확신을 가져야 하는 이유

거짓말쟁가 가진 공통된 특징을 발견했다.

사람 상대하는 일이 많은 부서에서 일을 하다 보면 사람에 대한 공통된 특징들이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한다. 나 또한 한 곳에서 같은 업무를 반복하고 있고, 특히 자기를 방어해야 하는 피의자 또는 그 상대방을 주로 상대하기에 그러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신기할 정도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짓말쟁이들의 공통점은 대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 과하게 화려하다.

예를 들어 치장한 모습이 굉장히 화려한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을 처음 만나면 화려한 장구를 좋아하나 보다 했는데, 조사를 시작해 보면 알맹이가 점점 작아지는 경우를  경험했다. 자신의 초라한 내면을 숨기기 위해서 외면을 화려하게 포장한 것처럼 느껴다.


또한 어떠한 상황에 대하여 소명자료를 굉장하게 제출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막상 자료를 들여다보면 핵심은 없고 불필요한 내용만 한가득다. 고소인의 경우 제출된 자료 내용만 보아도 고소의 사심 가득한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드러나고, 피의자의 경우 이미 방어할 수 있는 한계치가 드러났음을 알 수 있다.



 번째, 부연설명이 길다.

주로 변명과 핑계인데, 많이 하는 변명은 '아팠다' 또는 '어쩔 수 없었다'이다. 처음에는 피의자의 그럴싸한 변명에 속아 사건 산으로 가다가, 결국 변명이었던 것으로 확인되어 피의자를 다시 조사하는 등 고생했던 적이 있다. 같은 여건과 같은 상황에 대하여 어떤 사람은 그럼에도 해내는 사람이 있는가 반면, 치사한 사람은 해내지 못한 이유에 대해 부연 설명을 길게 한다.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해가 되는 상황도 당연히 있으나, 변명인 경우 그 부연설명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정말 그러할 상황이었는지, 아니면 상대의 치사한 변명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세 번째, 화를 쉽게 낸다.

사람을 조사하다 보면 싸우는 경우아주 흔한 일이다. 그런데 화를 쉽게 내는 상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억울함이라기 보단 자신이 처한 상황 또는 자의식에 대하여 방어하고자 하는 마지막 발악인 경우가 많다. 화를 내는 것 외에는 본인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피의자 또는 민원인이 화를 내면 상처를 받거나 나도 같이 화가 나거나 했는데, 이제는 상대의 허점을 포착할 기회로 느껴진다. 화를 낸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가 궁지에 몰렸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다. 그러니 상대가 화를 낸다고 해서 같이 자극받기보다는, 그럴수록 감정컨트롤을 잘해서 상대가 말하고 있는 진짜를 눈치채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참 어렵다.)



'언어의 온도'(작가 이기주) 책의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는 법'에서 작가와 위폐 감별사와의 대화 중 이런 내용이 나온다.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위조지폐가 많다던데요.'

'그럴수록 진짜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해요. 가짜를 걸러내려면 진짜를 잘 알아야죠.'

'가짜를 보면 감이 오나요.'

'너무 화려하면 일단 수상한 지폐로 분류합니다. 위폐는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꾸민 흔적이 역력해요. 어딘가 부자연스럽죠.

진짜는 안 그래요. 자연스럽죠. 억지로 꾸밀 필요가 없으니까요.'



책에서도 그렇듯, 내가 경험한 3가지 특징은 모두 '지나치다'라는 공통점이 있다. 무언가를 할 때 지나치다는 느낌이 든다면 다시 한번 점검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진짜'에 비해 '가짜'는 지나치다. 처음에는 가짜가 그럴싸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진짜들은 부자연스러운 가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고, 가짜들은 결국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내가 경험한 사회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수사뿐만이 아니라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가짜인지 흔들릴 때가 많다. 그리고 나 또한 거짓말쟁이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조사한 거짓말쟁이들은 사건과 별개라도 어떤 결과로든 좋지 않게 결론이 났다. 인과응보는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었다.


아직도 나는 거짓에 잘 속지만, 거짓말쟁이에겐 치사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 나부터 먼저 치사하게 살지 않고자 노력한다면, 그것으로 조금 더 현명하게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내용은 특히나 진심을 담고 싶었다. 거짓이 난무한 세상에도 진짜는 존재하기 마련이고, 나 또한 그 속에서 진짜가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그러했다.


세상엔 우리가 다 알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있고, 정말 그러하다고 계속해서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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