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떡하니 진상 손님이라는 말을 쓰자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공감과 댓글을 남겼다. 같은 업종은 아니어도 사람 상대하는 일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브런치에 글 올린 이후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았기 때문이다. 반발의 글을 쓴 사람들도 있었지만 과한 댓글은 없었다. 생각의 차이는 존중해 주어야 한다. 얼굴 안 보이고 누군지 모르는 익명을 사용하면서 용감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나마 브런치라는 공간에서는 독자들의 수준이 일반 SNS 등에 막말 댓글 다는 사람들보다 성숙하다고 생각한다. 댓글을 쓰는 사람들의 글솜씨가 수준급이었다. 내가 구독하고 있는 어느 작가님의 브런치에는 이름을 바꿔가면서 매번 악플을 다는 독자가 있어서 힘듦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가치관이 다르고 각자가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내 입장에서 내 가치관만이 옳고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생각이 다른 것을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면 안 되는 것이다.
작은 옷가게를 운영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에피소드를 쓰고 있다. 손님에 관한 이야기를 쓸 때는우리 손님들도 본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진상 손님이 내 글을 읽고 악플이라도 달까 봐 가식적이고 포장된 좋은 이야기만 쓸 수는 없다.사람 사는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활 속 이야기를 꾸밈없이 쓰고 싶었다. '감히 손님을 진상이라고 부르다니' 하지만 본인이 진상 손님이 아닌 이상 이 제목만으로 기분 나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진상 손님의 예를 들었지만 작은 옷가게의 특성을 말하고 싶었으며 손님들도 그런 차이점을 이해하고 서로 예의를 지켰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손님 입장에서 가게 주인이나 점원의 태도가 불만인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장사를 시작했을 텐데 일부러 불친절하거나 못되게 하는 주인은 없을 것이다. 장사는 하나라도 팔아서 수익을 남기기 위해 하는 일이니까 상인들은 흔히 '더러워도 참는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상인들이 힘든 손님으로 인한 고충을 얘기하면 아마도
"그럼 장사를 왜 해? 장사 안 해야지."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서버스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갑질 하는 사람들 때문에 힘든 고충을 호소하면
"돈 벌려고 나왔잖아. 그게 너네들 일이잖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택시기사님이나 대리기사님에게 마치 자신이 고용한 운전기사 부리듯이 하는 사람이 있으며 아파트 경비원에게 개인 집사 부리듯이 하는 사람들. 음식점이나 가게 아르바이트생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하면
"그러면 뭐하러 이 일하러 나왔어?" "억울하면 이 일 하지 말고 다른 거 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물론 극 소수의 사람들이겠지만 다수의 좋은 사람들보다 이런 소수의 사람에게 받는 상처와 스트레스가 훨씬 클 때도 있다. 예전에는 손님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일이 생기면 옆 가게 동료들과 이야기하면서 풀었다. 때로는 손님의 입장인 친구나 동생을 붙들고 속상한 일을 얘기하면서 그녀들이 내편이 되어주는 것으로 위안을 삼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도 공개적으로 '이런 손님이 진상 손님이요. 옷가게에서 제발 이렇게 행동하지 말아 주세요.'라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왜냐면 누군가는 반발을 하며 비난할 것이고 심한 경우는 그곳에서 계속 장사를 못하는 지경까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뒷감당이 부담스러워서 자영업자들은 아무도 드러내어 말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지금은 대부분이단골손님이다. 하지만 늘 새로운 손님은 올 수 있는 곳이기에 다음 날에는 또 어떤 손님이 올지 모른다. 다만 이제는 예전처럼 손님으로 인해 상처를 받는 일은 거의 없다.
한 여름의 해바라기 photo by sugar
댓글 중에 일부 유니클로 매장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는데 혼자 사장이며 직원인 작은 옷 가게는 유니클로나 브랜드 매장과는 운영방식이 다르다. 백화점 의류매장이나 시내에 위치한 브랜드 의류매장이 아니다.
이미경 작가가 구멍가게 이야기를 쓴 책이 화제가 되고 있다. 요즘은 시골마을에도 편의점이 있어서 편리함은 있지만 옛날 구멍가게의 오랜 정서와 문화가 사라졌다. 구멍가게를 기억해 보면 이웃끼리 오며 가며 들르는 참새 방앗간 같은 곳이었다. 가게 앞 평상에는 동네 사람들이 모여 앉기도 했다. 물론 동네 작은 편의점에서도 의자에 앉아서 가벼운 이야기도 나누고 술도 한 잔씩 마시기도 하지만 분명히 정서는 다르다. 동네 구멍가게는 물건값을 깎아주거나 덤으로 끼워 주기도 했으며 외상도 해주었다. 정리되어있지 않은 보물창고 같은 곳이기도 했다. 나의 옷가게는 그런 구멍가게 같은 곳이다. 워킹맘이거나 전업주부인 그녀들이 대부분 단골이며 시간만 허락한다면 입어보고 싶은 옷을 이것저것 편하게 입어본다. 때론 옷은 뒷전이고 차 마시며 앉아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제삼자인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는 말 옮길까 걱정 없기에 속내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옷이 없으면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간다.
옷을 사지 않아도 지나는 길에 들를 수 있는 곳이다.
편의점 사장님이나 직원이 이웃들과 구멍가게처럼 참새방앗간 같은 평상 놀이를 할 수 있을까?
유니클로 같은 매장이나 시내 큰 브랜드 매장에서 직원과 차 마시며 우리 가게에서 처럼 사랑방 놀이를 할 수 있을까? 가게의 특성에 맞게 장사하고 그에 맞는 손님이 온다. 참새방앗간이나 사랑방 놀이는 우리처럼 작은 가게에서 하면서 현실적인 부분은 브랜드 매장처럼해달라는 것은 이기적인 생각이 아닐까? 그리고 구멍가게 주인들은 브랜드 매장이 아니기에 '손님들과의 편안함'이라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
소장하고파서 구입한 책이다. 이미경 작가의 구멍가게 이야기
'임계장 이야기'라는 책이 있는데 임계장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이라는 말의 줄임말로 '63세 임시계약직 노인장의 노동 일지'다. 38년간 공기업에서 근무하시다가 퇴직 후 비정규 시급 노동자로 아파트 경비원. 버스회사 배차 계장. 주차관리원 등을 하였으며 지금은 경비원 겸 청소원으로 일하고 있단다. 얼마 전 한 경비원이 자살 한 사건으로 '임계장 이야기'가 이슈가 되는 것 같다.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있다. 누군가는 나처럼 옷장사를 하거나 운전기사도 있으며 식당이나 가게 점원도 있다. 모두가 사회 구성원들이다. 지금 고객이던 사람이 가게 주인이 될 수도 있고 경비원이나 점원이 될 수도 있다. 어느 조직에서나 어려운 관계나 힘든 일은 있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차원이 다른 힘듦이 분명히 있다. 고객과 가게 주인은 상하관계가 아니며 갑과 을의 관계도 아니다. 주인도 손님도 서로가 지켜야 할 예의를 지키며 상대에 대한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동네 작은 가게들에 대해서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