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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Dec 28. 2020

달러를 위협할 수 있는 변수들

미국 달러의 미래에 대한 작은 생각 #4

미국 달러는 한동안 지금과 같은 위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사실상 '금'과 동일한 종이인 미국 달러는 이러한 위상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을까? 달러에 대한 신뢰를 흔들리게 만들 수 있는 변수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1) 경상수지 적자

미국 경상수지(분기) [자료 :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위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미국은 1980년대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해왔다. 통상적으로 경상수지 적자는 해당국 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화폐를 보유하려는 곳은 없다. 그러나 앞선 글에서도 확인했듯이 미국 달러에 대한 믿음은 굳건한 상황이다. 사실 미국 달러가 국제통화가 아니었더라면 40년 가까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미국 달러의 가치가 현재와 같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상수지 적자가 앞으로 미국 달러의 신뢰를 흔들어 놓을 변수가 될 수 있을까?


사실 이 문제와 관련해 같이 등장하는 대표적인 이야기는 미국이 경상수지에서는 적자를 발생하지만 세계에서 미국 국채를 어마어마하게 사들이기 때문에 미국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국채 소유 주요 외국 현황[자료 : 미 재무부]

위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2020년 10월 기준으로 7조 달러 정도의 미국 국채를 외국에서 보유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로 달러가 외국으로 유출되어도 유출된 달러가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데 다시 쓰이기 때문에 달러의 가치 하락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달러 가치의 하락은 어마어마한 양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원하지 않는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왜냐 하면 달러 가치 하락은 각국의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미국 국채) 가치의 하락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러한 모습을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지속적으로 기록함에도 달러 가치의 하락을 막는 이유라기보다는 달러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아마 달러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으로 보여도 달러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상황이 오지 않는 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달러(미국 국채)를 계속 보유하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미국의 다른 문제(제조업 등 수출 산업 육성 및 관련된 일자리, 미중 무역전쟁 등)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변수이겠지만 미국 달러의 위상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문제가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2) 재정적자(정부 부채)

일반 정부 부채(GDP 대비 %)[자료 : OECD]

미국의 높은 재정적자는 경상수지 적자와 함께 많은 학자들에게 달러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주요한 요인으로 지적되었던 부분이다. 위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현재 재정적자로 인한 미국의 정부 부채 수준은 GDP 대비 130% 를 훌쩍 넘겨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국보다 높은 상황이다. 관련해 이미 아이켄그린과 같은 학자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달러의 위상을 하락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달러의 폭락에 대한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는 폭락이 시장 패닉이나 정치적 분쟁이 아니라 미국의 재정정책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빠지는 것을 가정한다. 고질적인 재정적자는 종종 금융위기를 불러왔다. 최근에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이 처한 상황을 보면 재정적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위기를 초래하는지 알 수 있다. 재정적자가 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부부채가 늘어난다. 그러면 세수에서 차지하는 이자 비중이 과도한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 정부는 조만간 재정을 안정시키겠다는 약속으로 투자자들을 다독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투자자들의 마음은 쉽게 변한다. 변심한 투자자들은 채권을 대량 매도하여 통화 가치의 급락을 초래할 것이다....(중략)....
달러의 운명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재정정책에 달렸다. 미국의 재정 상황은 세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금융위기 전에 사정이 심하게 악화되었다. 2001년과 2003년에 이루어진 감세로 GDP 대비 세수 비중이 1950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의료보장 혜택을 늘리고 두 번의 전쟁을 치르느라 재정지출을 줄일 여지가 전혀 없었다. 그 결과 2000년에는 흑자였던 재정이 2007년과 2008년에는 GDP의 4%에 이르는 구조적인 적자로 돌아섰다. 늘어난 정부부채에 따른 이자를 감안하면 앞으로 재정적자의 악영향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둘째, 금융위기로 인해 엄청난 재정적자가 발생했다. 당시의 재정악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정부는 세수가 급감한 상황에서도 민간지출을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규모가 너무나 컸다. 2009년에 기록한 GDP대비 11%의 재정적자는 평화시 기록으로는 유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6개국을 제외한 전 세계 GDP를 합친 것보다 큰 규모였다. 심지어 2010년의 재정적자는 더 늘어났다. 셋째,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하는 2015년 무렵이 되면 의료보장비용과 연금비용 때문에 재정적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가 의료보장제도를 개혁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켄그린, 2011, [달러 제국의 몰락]

  

정부 부채 규모의 적정선은 얼마일까? 사실 없다. 다만 EU를 출범시킨 마스트리흐트 조약에서 회원국들의 부채 비율을 GDP 대비 60% 이하 수준으로 규정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어느 정도의 기준점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절대적인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부채비율이 낮다고 문제가 없으며 부채비율이 높다고 문제가 된다고 단언할 수 없는 것이다.


재정적자로 인한 정부 부채의 증가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어떻게 보면 심플하다. 빚이 늘어날수록 빚을 갚기 어려울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꽤나 많은 국가들이 부채를 갚지 못해 국가 부도 상황에 처했었다. 따라서 재정적자가 지속되어 국가 부채가 늘어나는 현상은 해당 국가의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사실 정부 부채에 따른 위기는 빚을 상환할  없다는 사실이 확정   만들어지기보다는 빚을 상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몇몇의 예측이 다수에게 옮겨가고 이른바 '대세'  경우에 발생한다. 그런데 미국이 그러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을까? 현재 세계의 투자자들이 가장 안전하게 여기는 투자 자산은  재무부 채권  미국 국채다.  시리즈의  번째 글에서 보았듯, 코로나19  세계가 모든 금융자산을 팔아치워(심지어 금마저도) 얻으려 했던 것은 달러였다. 그런 달러의 신뢰도가 높은 부채비율을 이유로 떨어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미국의 부채비율에 대해 전 세계가 주의 깊게 살펴보겠지만 높은 부채비율이 달러와 미국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달러에 버금갈만한 강력한 화폐가 등장한다면 미국의 높은 부채비율은 즉각적으로 달러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최소한 그때까지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달러의 위상을 하락하는 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3) 전쟁

영국 파운드에서 미국 달러로 국제통화가 전환되었던 가장 큰 계기 중의 하나는 전쟁이었다.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영국은 힘을 잃었고 미국은 압도적인 산업 생산을 기반으로 세계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같은 논리를 적용한다면 미국 또한 전쟁을 겪으면서 힘이 약해질 수 있고 이는 달러의 위상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가정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전쟁이 일어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미국이 전쟁의 당사자이면서 상대방 또한 미국에 버금갈만한 국력을 지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쟁을 통해 미국의 국력이 저하될 가능성은 낮다. 관련해서 미국과 중국이 세계의 패권을 놓고 지금과 같은 무역분쟁이 아니라 전쟁이 발생될 수도 있다는 분석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기에 모든 일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거칠게 정리하면 식민지를 놓고 격돌한 제1차 세계 대전과 그 뒷수습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일어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강대국 사이에서 온 국력을 쏟아부을 정도의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때문에 미래에 큰 전쟁이 반드시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에 강대국 사이의 전면전은 얻는 것보다는 잃을 것이 많아 보인다. 이미 강대국 사이의 전쟁은 경제적인 차원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 점에서 전쟁이라는 변수는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4) 막대한 통화량

시중에 통화량이 많아지면 화폐의 가치는 떨어진다고 한다. 흔히 인플레이션이라고 말하는 현상이다. 통화량이 많아진다고 반드시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일이 발생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돈이 흔해지는 데 돈의 가치가 오르는 일이 발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2020년의 코로나19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어마어마한 양의 돈을 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마어마하게 풀린 달러가 달러의 가치를 하락하는 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까?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자.


미국 본원통화 & 지급준비금 [자료 :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본원통화(Monetary base)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발행한 돈을 의미한다. 지급준비금은 은행과 같은 예금취급기관이 고객의 예금 인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쌓아 둔 정확히는 중앙은행에 맡겨 놓은 돈을 의미한다. 즉 본원통화에서 지급준비금을 뺀 돈이 시중에 대출 등을 통해 풀린다고 보면 된다(따라서 시중 통화량을 살펴볼 때는 본원통화가 아니라 은행 제도 등을 통해 창출된 통화가 합쳐진 M2와 같은 지표가 활용된다).


위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본원통화의 발행이 급증했다. 그러나 본원통화가 늘어나는 만큼 시중에 통화량이 늘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금취급기관들이 지급준비금을 많이 쌓으면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에 있는 두 개의 그래프를 '본원통화 - 지급준비금'이라는 하나의 그래프로 바꾸면 시중에 얼마나 돈이 풀릴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본원통화 - 지급준비금[자료 :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가독성을 위해 2005년 이후의 데이터로만 그래프를 작성했다. 위 그래프를 보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본원통화-지급준비금'이 기존과 달리 가파르게 늘어나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한 경향은 계속 이어지다 2020년 들어 그 기울기가 더욱 가팔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절대적인 양이 늘어난 것 또한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같은 기간 물가는 얼마나 상승했을까? 정말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까?

PCE 인플레이션율 [자료 :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인플레이션은 사실상 발생하지 않았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목표라고 하는 2% 인플레이션율을 달성한 경우는 2008년 이후 사실상 거의 없었다. 대신 오른 것이 있었다. 바로 자산 가격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주택과 주식을 들 수 있다.

S&P 주택 가격 지수와 다우 존스 산업 지수[자료 :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막대한 돈이 어디로 향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심심치 않게 자산 시장에 거품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자산 시장에 거품이 낀 상황이 미국 달러의 위상에 악영향을 미칠까? 솔직히 말해 잘 모르겠다. 통상적으로 자산 시장의 거품이 급격하게 붕괴되면 경제위기라 할만한 상황이 닥치게 되는데, 그러한 상황이 온다고 달러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가 붕괴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사실 2008년의 금융위기가 그러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당시는 예상을 깨고 달러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아졌었다. 만일 지금과 같이 자산에 많은 자금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급격하게 거품이 붕괴된다면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상황이 닥쳐도 달러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가 무너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왜냐 하면 대체제라 할만한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8년과 지금이 차이점이 있다면 2008년은 그런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양적완화라는 무한정 돈 풀기를 사실상 처음 선택했었던 때이고 지금은 그러한 돈 풀기를 하고 있는 중이라는 점일 것이다. 금이든 미국 달러든 결국 사람들이 그것의 가치를 믿어야 가치가 인정된다는 점에서 현재와 같은 돈 풀기 정책 속에서 사람들의 신뢰가 어떻게 변화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막대한 통화량은 이후 발생할지 모를 자산시장 거품의 급속한 붕괴와 같은 경제위기와 함께 달러에 대한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라고 생각한다.


마치며 

이번 글까지 미국 달러의 미래에 대한 글 4편을 작성하면서 얻은 결론을 축약적으로 보여주는 글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신용, 즉 통화는 스스로 성장한 것이지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권력이 아니다(Walter Bagehot).
-김기수, 2011, [국제통화체제와 세계경제패권]에서 재인용


돈은 사람들의 믿음이 있어야 존재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따라서 그 무엇도 돈이 될 수 있지만, 언제라도 돈은 그 지위를 박탈당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은 이미 수많은 역사 속에서 확인되었다. 미국 달러의 패권은 한 동안 그것도 꽤나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또한 영원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상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그러한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공부하는 것만이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당연하지만 어려운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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