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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Jan 28. 2021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다들 잘 알고 있지만 잘 모르는 것이 있다. 바로 금융위기다. 금융위기 자체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금융위기로 인해 경제가 힘들어지고 삶이 어려움에 처하는 일을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겪어 왔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가장 가까운 금융위기는 2008년에 일어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비롯된 금융위기일 것이다. 


위의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 2008년 금융위기로 전 세계의 경제성장률은 크게 하락했다. 미국을 비롯한 G7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경제성장률만 마이너스였을까? 주식이나 주택과 같은 자산 가격의 폭락 외에도 실업률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했었다.


미국 실업률


금융위기가 가져오는 이러한 파괴적인 결과들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기는 역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지금, 실물경제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지만 활황세가 지속되고 있는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의 모습에서 금융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스멀스멀 나오고 있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미국 주택 가격 지수 & S&P 500 지수

자산 가격이 오른다고 무조건 버블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설령 이런 현상이 버블이라고 해도 항상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금융위기는 어떻게 발생할까? 인류 역사에서 금융위기는 수많은 이유와 형태로 나타났지만 이를 관통하는 핵심 사건은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빌린 돈을 갚지 않게(못하게) 되는 것"


그런 점에서 금융위기는 부채위기라 불러도 무방하다. 세계적인 투자자로 유명한 레이 달리오(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것으로도 유명하다)가 펴낸 금융위기에 대한 책에서는 이러한 부채위기가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대출은 자기 강화적인 모습을 보인다. 자기 스스로 더 많은 대출을 일으키며 계속해서 상승 곡선을 그리다가 결국에는 방향을 돌려 스스로 대출을 줄이는 하강 곡선을 그린 다음 또다시 방향을 바꾼다. 상승기에는 대출에 힘입어 소비와 투자가 이루어지고, 이는 소득과 자산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소득과 자산 가격이 오르면서 재화와 금융자산을 소비하기 위해 대출을 더욱 늘린다. 대출은 경제의 일정한 생산성 성장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소비와 소득을 끌어올린다. 상승기의 정점에 이르면 경제 성장은 추세 성장을 웃돌며 이러한 상승세가 무한정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대출이 이루어진다. 물론 무한한 성장은 일어날 수 없으며, 결국 어느 순간 소득으로 부채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중략)...
'버블' 시기에는 터무니 없는 기대 심리와 무분별한 대출이 넘쳐나면서 부실 대출을 양산한다. 그리고 은행과 중앙은행이 부실 대출의 위험을 인지하게 되는 순간, 버블은 꺼지기 시작한다. 부채를 부채로 돌려막기 위해 대출금 규모를 늘리고, 그 과정에서 부채 수준이 전체적으로 올라가는 현상은 버블이 다가오고 있다는 전형적인 경고 신호이다. 
돈과 신용 확대를 제한하거나 대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신용 증가율과 소비는 둔화하고 부채 상환 문제가 점차 불거지기 시작한다. 이 시점에 다다르면 부채 사이클 상승 국면의 최고점이 멀지 않은 것이다. 중앙은행은 신용 증가 속도가 위험할 정도로 지나치게 빠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이를 억제하기 위해 통화 긴축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긴축 정책은 경기 하강에 불을 붙인다. 중앙은행의 개입 여부와 상관없이 부채 상환 금액이 빌릴 수 있는 금액보다 커지면 상승 주기는 꺾이기 시작한다. 이때에는 신규 대출이 줄어들고 채무자들에게는 상환 압박이 가해진다. 채무자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사실이 명확해질수록 신규 대출의 문은 더욱 좁아진다. 결과적으로 소비와 투자가 둔화하면서 소득은 매우 더디게 증가하고 자산 가격도 내려간다.
채무자들이 대출기관에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기관들도 자신들의 채권자들에게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게 된다. 정책 입안자는 먼저 대출기관들과 협의하여 부채 상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주로 레버리지 비율과 악성 채무자 비율이 매우 높은 대출기관들이 가장 큰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이 기관들은 연쇄 파급 효과를 일으키며 신용등급이 높은 채무자들을 포함해 경제 전반에 막대한 위험을 떠안긴다. 보통 이런 기관들은 은행이지만, 신용체계가 역동적으로 발전하면서 대출 기능을 수행하게 된 보험회사, 비은행 신탁기관, 중개기관, 특수목적회사 등 다양한 형태의 대출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레이 달리오, 2020, [금융위기 템플릿(레이 달리오의) 1권]


사실 부채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상환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의 부채를 지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갚을 수도 없는 빚을 지다니 그것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닌가? 그런 일을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한단 말인가?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 금융위기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경제학자 킨들버거의 책에서도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의 논제는 광기와 패닉의 순환이, 경기순환 파동과 함께 오르내리는 신용 공급의 변동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즉, 호경기 시절에는 신용 공급이 상대적으로 빨리 증가하고, 경제성장이 둔화할 때는 신용 공급의 증가율이 종종 급격하게 떨어진다. 광기는 현재 및 가까운 미래 시점의 부동산 가격, 주가, 상품가격, 혹은 특정 국가의 통화가치가 먼 미래 시점에서의 동일한 부동산가격이나 주가, 상품가격, 통화가치와 일관되지 않을 정도로 상승하는 현상을 동반한다. 원유가격은 1970년대 초 배럴 당 2.5달러에서 상승하기 시작해 1970년대 말 36달러까지 올랐는데, 배럴 당 8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유가 상승 초기의 예측은 광기가 발동한 것이었다. 경기 확장기에는 투자자들의 낙관적인 태도가 증폭되고, 이들은 먼 미래 시점에 얻게 될 수익 기회를 더욱 열광적으로 찾아다닌다. 반면 대여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은 줄어든다. 합리적 활력은 비이성적 과열로 변이를 일으키고, 경제적 풍요감이 확대되면서 투자지출과 소비지출이 늘어난다. 지금이야말로 "기차가 역을 출발하기 전에 열차에 올라타야 할 때"라는 인식이 도처에서 만연하는데, 이례적으로 높은 투자수익을 올려주는 기회들은 점차 사라진다. 그래도 자산가격은 더욱 상승한다. 전체 자산 거래 가운데 단기적인 자본이익을 노리고 자산을 매입하는 비율이 계속 늘어나고, 신용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이렇게 자산을 매입하는 비중 또한 이례적일 정도로 높아진다.
-찰스 킨들버거, 2006,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모두가 탑승하는 기차에 탑승하지 않은 채, 엄청난 속도로 폭주하는 기차를 가만히 쳐다볼 수 있는 이는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러나 이러한 '버블'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그 끝이 금융위기라고 볼 수는 없다. 그때그때의 역사에서 나타난 여러 대응들이 결론을 다양하게 만들어 왔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금융위기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도 등장했다. 연구의 핵심 요지는 기업 및 가계의 신용이 대규모로 팽창하면서 자산 가격이 급속히 오르게 되면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이다(한겨레, 2021-01-19, '3년간 가계빚·주택값 급등하면, 3년내 금융위기 확률 37%)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주식과 주택 가격이 엄청나게 올라 버린 지금 혹시 가까운 시일 내에 금융위기가 발생하지는 않을지 말이다. 미래를 정확히 맞출 수 있는 사람은 당연히 없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 근거해 분석과 전망을 해보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금융위기는 일어날까? 일어난다면 언제 일어날까? 일단 금융위기와 관련해 살펴보아야 할 것들이 무엇이 있을지 다음 글에서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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