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용원 Mar 19. 2021

카카오 인사평가 논란에 부쳐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응? 사람에 대한 수많은 평가가 이루어지는 데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필자가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평가라는 행위가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평가'라는 도구를 사람에게 갖다 대고 객관적인 결과라는 것을 산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평가'는 심플하게 이야기하면 '잘하는지 못 하는지'를 측정하는 도구다. 그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평가로는 시험이 있다. 특정한 지식과 기능의 습득 여부를 확인하는 시험은 통상적으로 그 목적에 부합하며 많은 사람들이 좋든 싫든 인정하는 평가 방식이다. 그래서 시험이라는 평가를 통해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우고 그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을 평가하는 것으로 시험이라는 방식이 가능할까? 누군가가 지식과 기능을 습득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면 시험은 꽤 괜찮은 방식일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조직에서 시행하는 인사평가는 시험 방식이 될 수 없다. 조직이 인사평가를 통해 원하는 것은 조직원이 특정한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였는지가 아니라 이 조직에서 '잘하는지 혹은 못 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조직의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해내는 것이다. 조직에서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일은 목표를 가지고 있고, 잘 짜인 조직이라면 그러한 일들의 목표는 조직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한 일들을 누군가가 효율적이면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놓으면서 해낸다면, 그 사람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의 수행, 효율성, 성과라는 측면에서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에 있다. 그나마 성과는 단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결과물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의 경우 효율성이나 수행에 대해서는 그러한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결국 그래서 인사평가는 누군가를 평가하는 평가자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람이 기준이라는 점에서 '객관적'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물론 다수의 평가자가 유사한 평가를 내린다면 여러 주관들이 모여 이른바 '컨센서스'라는 게 만들어질 수 있지만 그 또한 '객관적'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영업이라는 직무에서 여러 명에게 지독히도 나쁜 평가를 받은 사람이 연구개발이라는 직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것이 인사평가다. 직무가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평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받은 평가의 낙제점이라는 꼬리표는 잘 떨어지지 않는다. 한번 형성된 컨센서스는 그것이 만들어진 숱한 맥락이 있었음에도 나중에는 맥락은 사라지고 결괏값만 남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상당수가 이러한 '주관적'인 인사평가를 가지고 '객관적'인 보상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사평가에 대한 논란은 어느 곳에서나 존재한다. 이쯤 되면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질문이 있다.

 

"인사평가는 무엇 때문에 존재해야 할까?"

 

위의 질문에 상당수는 '보상'이라는 답을 할 것이다. 보상은 조직원에게 조직의 목표에 대한 동기부여를 일으키는 수단이다. 그래서 어느 조직에서나 보상은 필수적이고 중요하다. 그리고 '객관적'인 보상을 위해 필요한 것은 '객관적'인 평가 결과다. 잘 한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을 지급해야 하고 잘 한 사람을 골라내는 것이 평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상에 대한 시시비비는 평가에 대한 시시비비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인사평가는 구조적으로 '객관적'일 수 없다. 좋게 말해야 여러 주관이 비슷한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간주관적'인 결과만을 도출할 수 있는 것이 인사평가다. 주관적인 평가결과를 가지고 객관적인 보상을 실시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모순이다. 

  

사실 인사평가와 보상이 연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잘하는 사람에게 보상을 주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조직원들에게 이러한 방향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주기 위함이다. 평가를 통해 조직원에게 영향을 끼쳐 행동이 변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잘하는 사람에 대한 보상은 인사평가가 아니라 그전에 실시되는 경우가 많다. 시장에서 잘하는 사람이라고 인정받는 사람이라면 그러한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혹은 계속 고용하기 위해 여러 형태의 보상(더 많은 급여, 더 큰 권한 등등)이 제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점에서 인사평가와 그에 따른 보상이 존재하는 이유는 잘하고 있는 사람을 보상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조직원들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기 위함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심플하게 정리하면 인사평가는 조직 내의 구성원들을 조직의 목표를 위해 행동하게 하는 수단인 셈이다. 이렇게 행동을 하면 혹은 이런 결과를 만들어내면, 이러한 보상이 주어진다는 메시지는 사실 조직 운영에 필수적인 것이다. 조직의 목표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직원들이 그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은 HR, 정확히는 조직운영에 핵심적인 사안이다. 조직의 성격과 규모 등에 상관없이 그러한 것을 아주 매끄럽게 해내는 사람(대부분의 경우 리더)이 있다면 그 사람은 각광받는 CEO로 인정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당연히 그것이 어렵다는 것에 있다. 여러 조직들 특히 요즘 주목받고 있는 IT업계들의 경우 자유로운 기업문화에 바탕을 둔 인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핵심은 '자유'나 '제도'가 아니다. 조직의 목표와 목적이 무엇인지 그리고 현재 조직이 어떠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성공적인 인사제도는 수백만 가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왜냐고? 모든 조직은 조직별로 자기만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벤치마크를 하기 위해 여러 다른 회사의 인사제도를 공부하고 도입해보고 실험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그러한 인사제도들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건 곤란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불거진 카카오의 인사평가에 대한 논란은 여러 가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사건이다. 필자는 현재 카카오에서 운영되고 있는 인사평가를 비롯한 인사제도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해당 제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저 막연하게 추측하더라도 '선도적'이라 알려진 인사제도들을 마구잡이식으로 도입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보도된 기사를 바탕으로 추론을 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블로터>와의 통화에서 “평가제도가 지속적으로 바뀌어서 문제들이 혼재돼 있는데, 우선 완전한 익명성을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토론회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소통을 확대하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그는 “평가와 보상의 연결고리가 떨어진다는 것도 근본적인 문제”라며 “작년 임금협상 하면서 평가제도 논의기구를 만들었는데 올해 이를 강화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로터, 2021.02.21., '꿈의 직장' 카카오, 인사평가 실태 들어보니...현실은 지옥?
카카오 측은 “조직장이 평가책임자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지만, 평가는 동료 리뷰와 상향 리뷰를 모두 진행하는 다면평가로 진행한다”며 “직원이 상사도 자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업무 애로사항을 어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당신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는 문항에 대해서 카카오 측은 “'리뷰대상자와 다시 함께 일하시겠습니까?' 라는 항목이 있다. 2016년 크루들의 의견을 받아 도입한 문항이다”라며 “해당 문항은 조직장이 평가를 더 잘하고, 협업 차원에서 본인의 개선점과 성장 방향성을 논의하기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도입 초기 반응이 좋아서 지속되었던 문항이다”며 “평가가 끝난 후 평가 설문을 진행할 때 동료나 조직장 대상 피드백 효용성이 가장 높다고 크루들이 응답하는 문항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을 보면 카카오 인사평가를 합리적이고 투명한 시스템으로 긍정적으로 보는 직원들도 있지만, 이에 맞지 않는 직원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 수치로 나타난 나에 대한 평가를 볼 수있는 투명한 시스템 속에서 사기가 떨어지고 자과감이 드는 성향의 직원들도 있을 수밖에 없다. 
카카오에 다니다가 다른 기업으로 이직한 C씨는 “카카오가 타기업보다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유명한 만큼 이번 논란이 크게 확장된 것 같다”며 “타기업들과 비교해 특별하게 다른 인사평가라고 느낀 적이 없지만, 어떤 부서에 속해있고 함께하는 동료들이 누구냐에 따라 다가오는 체감이 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디지털투데이, 2021.02.21., 카카오 인사평가 어떻길래?..360도 다면평가 논란 확산


카카오의 인사평가가 논란이 된 직후 여러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필자가 이들 중 주목한 것은 인사평가 제도에 대한 조직원들의 의견보다는 제도 자체와 이를 둘러싼 상황이었다. 위의 기사에서 카카오 노조 지회장의 인터뷰 중 인사평가 제도가 지속적으로 바뀌었다는 부분과 다음 기사에서 카카오에서 일했었던 직원의 어떤 부서이고 동료가 누구냐에 따라 평가에 대한 체감이 다르다는 부분이 필자가 주목한 지점이다. 


새로운 인사제도를 시도하고 실험하는 것은 HR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시도나 실험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면 생각지도 못한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한 외부효과가 긍정적인 것이라면 참 좋겠지만 그런 경우가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다. 특히 인사제도는 사람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는 과감하게 진행할 수 있지만 '전체 적용'을 진행하는 것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만약 지속적인 변화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준이었다면 그 부분은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전에 필자가 썼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는 조직원들의 시너지를 위한 활발한 피드백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평가 또한 그러한 피드백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피드백의 핵심은 다치지 않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아프지 않을 만큼만 다치는 것이다. 비판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은 필요하고 부정적인 피드백은 발전을 위한 쓴 약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런데 부정적인 피드백의 쓴 맛이 몸에 좋은 수준을 넘어 기절할 정도로 강한 맛이라면 피드백을 하는 방식의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 똑같은 싫은 소리라도 누가, 어디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활발한 피드백을 위해 솔직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기본적인 것이지만, 솔직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모든 내용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라는 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약간 쓰라릴 수는 있겠지만 상처가 나지 않을 정도의 피드백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직 내에서, 더 세밀하게는 조직 내의 부서에서 혹은 팀에서 아니면 더 작은 업무 단위에서 구축이 되어 있는가? 솔직해도 안전하다는 느낌을 조직원이 받고 있었는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의 이러한 추측은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보도된 기사만으로 카카오의 내부 사정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앞서 제시한 필자의 추측이 맞다면,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게 된 이유는 인사와 관련해 '사람' 보다 '제도'에 초점을 맞춘 것 때문이라고 보인다. 


CEO를 비롯해 HR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인사제도에 대해 고민이 많다. 특히 조직이 방대해질수록 조직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HR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덕분에 성공적인 혹은 핫한 HR 관련 제도들은 언제나 선망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하지만 앞뒤 안 가리고 유행을 따라 하다가는 조직원들에게 상처만 안겨줄 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실 당연하다. 창업 초기를 생각해보자. 창업자를 비롯한 소수의 몇 명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말 그대로 불타오르듯이 일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때는 HR이 필요 없었을까? 아니다. 이미 HR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사실 인사의 핵심은 결국 조직원을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창업 초기는 창업자와 그 주변이 자기들도 모르게 이른바 ER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면서 으쌰 으쌰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조직이 확장되면 그러한 식의 ER은 더 이상 가동되지 않는다. CEO는 이름도 모르는 사람의 업무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마주하게 된다. 


창업 초기와 무엇이 다를까? 사람과의 관계 형성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조직원에게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작동하게 되는 것이 이른바 우리가 알고 있는 인사제도들이다. 하지만 제도는 제도일 뿐 사람이 아니다. 인사는 말 그대로 사람 사이의 일이다. 제도로 사람을 움직이려면 제도 자체보다는 그 제도가 지금 이 곳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어떤 맥락으로 인식될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사실 사람이다. 사람에게 입은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사람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람을 가장 기쁘게 할 수 있는 것도 사람이다. 인사가 '사람의 일'이라는 것 그 부분에 대한 인식이 인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팀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