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용원 May 30. 2021

팀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


팀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은 다음과 같다. 첫째, 둘째, 셋째....

이렇게 글을 쓰려다 마음을 바꾸었다. 


누구나 자신의 직간접 경험에 근거해서 어떤 유형의 사람은 팀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팀은 통상 업무를 수행하는 가장 작은 단위의 조직이다. 그리고 팀장은 그러한 단위의 관리자이면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리더이다. 가장 작은 단위의 리더마저도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존재할까?(물론 필자는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사람은 제각각 장단점이 존재하고, 어떤 곳에서는 단점이 부각되지만 어떤 곳에서는 장점이 부각되기도 한다. 세상에 수많은 분야와 다양한 형태의 팀이 존재하는 한 어떤 곳에서도 팀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은 사실 없다.


그런데 우리는 누군가가 팀장이 되는 것에 분노하고 절망하며 때로는 회사를 그만두기도 한다. 물론 그와 반대로 환호하기도 하고 일을 더욱 신나 하며 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모두 잘 알고 있듯 사람들 사이에는 특정한 누군가와는 잘 맞거나 맞지 않는 '케미스트리' 즉 '케미'라는 것이 존재한다. 지금 팀장과는 잘 맞지 않지만 나와 잘 맞는 팀장은 어딘가에 분명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팀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은 없다. 나와 잘 맞지 않는 것이 분명한 지금 팀장이 누군가와는 잘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하지만 재밌는 건 세상에 이런 불행한 만남이 생각보다 많아 보인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상당수는 사람 사이의 관계 때문이며 그러한 관계의 대부분은 동료나 하급 직원이 아니라 상사와의 관계이다. 이래도 팀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은 정말 없는 것일까? 그저 나랑 안 맞는 누군가가 불행히도 지금 나의 팀장인 것일까? 


사실 케미가 맞는 누군가와 일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리고 상급자와 하급자로 만나지 않았더라면 케미가 맞았을 누군가가 나의 팀장이 되었기에 케미가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오잉? 케미가 맞는 사람일 수 있지만 팀장이라서 안 맞을 수도 있다고? 그렇다. 사실 동료로서의 케미와 팀장으로서의 케미는 다른 차원의 것이다. 


보통 동료로서 케미가 맞는 사람은 나에게 지시를 하기보다는 나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고 같이 일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퐁퐁 샘솟게 하는 존재다. 하지만 팀장은 나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준다기보다는 단점을 지적하고 내 기획안에 트집을 잡는 사람이다. 응? 뭔가 이상하다. 케미가 맞는 동료나 팀장이나 사실 하는 일은 비슷해 보인다. 마치 컵 안에 절반의 물이 차 있는 상황을 두고 '물이 반이나 남았네'와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사실 같은 일을 하고 똑같은 말을 해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은 달리 느끼게 된다. 왜냐 하면 동료는 상하의 관계가 아니지만 팀장은 상하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이 핵심이다. 똑같은 지적을 해도 팀장의 지적이 동료의 지적보다 뼈 아프게 느껴지는 것은 팀장은 나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권력(그 권력이 먼지만 한 것이라도 해도 혹은 그 보다 못한 수준의 것이라 해도)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권력을 어렵지만 정확하게 풀어서 설명하면 타인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요할 수 있는 힘이다. 동료의 지적은 도움으로 느껴지지만 팀장의 지적은 '바꿔라'로 들릴 수밖에 없다. 업무에서 그러한 지적은 분명 좋은 성과와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요소로 작동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싫게도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생각을 누군가의 의도와 생각에 맞추어 바꿔야 하므로.


그렇다고 팀장이 지적을 안 해도 될까? 사실 그것도 곤란하다. 조직에서 일하고 조직으로 일한다는 것은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완벽한 개인이 존재할 수 없듯 누군가가 초안으로 해 놓은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결국 서로 다른 사람들이 시너지를 내면서 일하기 위해서는 피드백은 존재해야만 한다. 다만 어떤 의도와 방식으로 팀장이 지적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팀장은 지적질을 '잘' 해야 한다. 하급자가 해 놓은 일에 보이는 작은 흠결 하나하나를 잡아내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을 잘하기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의 일을 잘하기 위해서 그것도 '팀으로써' 잘하기 위한 지적질의 방법을 팀장은 찾아내야 한다. 사실 권력관계가 작동하는 상태에서 팀장의 지적질은 어떤 식으로든 하급자에게 부담이 된다. 하지만 '아'다르고 '어'다르다는 말처럼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그 부담은 줄어들 수도 있다. 물론 팀원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도 지적의 방식은 변화될 필요도 존재한다. 사람은 다 제각각이니까.


그런 점에서 팀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은 '팀으로' 일하는 것에 대한 자각이 없는 사람이다. 팀장이 저명한 심리상담가가 되어서 팀원들의 마음에 섬세한 접근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팀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싫은 소리도 해야 하지만 무엇을 위한 싫은 소리인지, 그저 짜증인지 습관처럼 나오는 지적인지 아니면 이 일을 잘하기 위해 팀원을 잘 꼬드기려고 고민한 지적인지 팀장 스스로가 생각해보라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팀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팀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 팀장인 사람은 도처에 있다. 팀장인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나의 팀장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판단은... 본인이 가장 정확하게 알 것이라 생각한다. '팀으로' 일한다는 것에 대한 자각이 있다면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이크로매니징의 진짜 문제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