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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Jul 17. 2021

미 연준은 양적완화를 지속할까?

미 연준 자산 & 기준금리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럼 얼마나 풀렸을까? 흔히들 M2와 같은 통화량 지표를 가지고 이야기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완전치 않다. 통화량을 정확하게 측정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지만 돈을 찍어내는 곳이 얼마나 돈을 풀고 있느냐를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엔터키만 쳐대면 돈을 찍어대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위의 그래프에서 파란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의미한다. 사실 돈을 찍어내는 중앙은행이 자산을 가지고 있을 이유는 없다. 중앙은행은 돈을 찍을 수 있는 발권력을 가진 곳이기 때문에 필요하면 돈을 찍어내면 된다. 그리고 거의 모든 중앙은행이 대부분의 경우 직접 대출을 일으키지 않으므로 자산이라는 것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통상 기준금리나 지급준비율을 조정해서 통화량을 조절하는 중앙은행이 자산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8조 달러에 달하는 저 자산은 무엇인가? 정책 운용 상 여러 목적으로 자산이 필요할 수 있지만 그렇다 해도 너무 많은 것 아닌가? 이 이야기는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2008년부터 시작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미 연준)가 선택한 정책은 '양적 완화'였다. 투자든 경제든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보았을 단어. 양적 완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중앙은행은 해당 국가의 통화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통화량 조절 정책은 전통적으로 기준금리나 지급준비율 조절과 같은 형태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양적 완화는 그러한 간접적 방식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돈을 찍어서 시중에 뿌리는 것과 유사하다. 중앙은행이 국채나 주택저당증권 같은 것을 자신의 돈으로 사는 것이다. 물론 그 돈은 엔터키를 치면 만들어진다. 그런데 왜 살까? 


통상 금리가 낮으면 이른바 공격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해진다. 돈을 빌리는 데도 비용이 적게 들고 투자를 하는데도 리스크를 감당하기가 쉬워진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경제 활동의 양상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했었다. 그런데 그게 약발이 잘 안 먹혀들기 시작한 거다. 위 그래프의 빨간색은 기준금리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5%에 달하던 기준금리를 순식간에 0%에 가깝게 만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금리가 이 정도 떨어지면 사람들이 대출을 받고 투자를 해서 경기가 살아나야 할 텐데 그러지를 못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대형 금융회사가 망하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이 금리가 낮아졌다고 공격적인 경제활동을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저렇게 큰 회사도 망하는 데 또 다른 위기가 곧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미 연준이 택한 카드가 양적완화다. 금융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와 당시 위기 발발의 진원지였던 주택저당증권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돈을 찍어내는 곳에서 방금 말한 자산을 구매하게 되면 그런 자산을 가지고 있던 금융회사들은 걱정이 없다. 혹시 휴지조각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자산을 아무 걱정 없이 팔아치울 수 있고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줄 수 있는 돈을 아주 저렴하게 공급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양적완화는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대략 2015년까지 진행되었다. 그전에 양적완화를 중단하겠다는 테이퍼링 이야기가 나오자 주식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등의 사태들이 있었지만 4.5조 달러 수준에서 연준은 양적완화를 사실상 멈추고 기준금리를 올려갔다. 위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2016년 정도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2019년에는 2.4% 정도까지 올렸었다. 같은 기간 연준의 자산은 매우 완만한 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이제 2008년 금융위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터졌다. 급속도로 번져나간 바이러스처럼 세계 금융시장도 급속도로 하락하기 시작했다(필자의 글 참고. 달러는 무제한으로 찍어내도 괜찮다고?). 다시 미 연준은 예전의 카드를 꺼냈다. 위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미 연준의 자산을 의미하는 파란색은 2020년 들어 폭증했고 현재 8조 달러에 이르고 있다. 


여기까지 대략적인 중앙은행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고 2008년부터 지금까지 미국의 중앙은행 즉 연준이 무슨 일을 했는지를 살펴보았다. 이쯤 되면 가져야 하는 질문이 있다. 물론 잘 알고 있어서 질문을 안 할 수도 있지만 잘 알고 있다고 해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하는 질문이 있다. 미 연준은 왜 이런 일을 하느냐이다.


미 연준과 같은 중앙은행은 기본적으로 정부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민간이라는 뜻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정부가 바뀌어도 정책의 독립성은 보장받는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정부와 돈을 찍을 수 있는 곳이 같은 편이면 돈을 마구 찍게 되고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경기 부양을 시키려고 금리를 낮추고 돈을 막 찍어내면 순간적으로는 경기가 반짝 좋아지지만, 결국 물가가 크게 올라 경기가 좋아진 것을 상쇄시키는 더 심하면 경제 상황을 더 안 좋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선거 없이 왕이 통치하던 시절에는 왕이 부채를 마구 늘리고 그 부채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일들도 많았다. 별도의 중앙은행이 없던 시절이므로 왕은 화폐를 마구 찍어서 인플레이션을 발생시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채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래서 세계 어디서나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물가 안정이다. 물가가 너무 올라도 안 되지만 물가가 너무 낮아도 안 된다. 이상적인 속도로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 적당하게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 필요하다. 

  

근원CPI & CPI & PCE 

위 그래프는 미국의 물가지수이다. 빨간색은 변동성이 큰 식품이나 에너지를 제외한 이른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근원 CPI)이고 녹색은 그런 구분 없이 다 포함한 소비자물가지수(CPI)이며 보라색은 미 연준이 물가를 판단할 때 활용한다는 PCE 지수이다. 빨간색과 보라색은 거의 비슷하게 움직이고 변동성이 큰 녹색은 위아래로 크게 움직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방향성은 다른 지수들과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가만 보면 미 연준은 부여된 책무를 잘 수행한 것 같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CPI가 마이너스가 되는 등의 일이 있었고 물가지수가 꽤나 하락하는 침체를 겪었지만 2012년 정도부터 2020년까지는 물가는 2% 정도로 나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최근 물가가 폭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 그럼 미 연준은 물가 관리를 위해 통화량을 줄이는 정책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아직 그런 기미는 보이고 있지 않다. 왜? 다른 곳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실업률이다.


미국 실업률


경기가 어떻게 변하든지 실업률이 큰 차이가 없다면 경제를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행복하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 실업률은 올라가고 반대 상황이면 실업률은 내려간다. 위 그래프에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실업률이 10%를 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코로나 당시 실업률이 15%에 육박했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어떤 나라의 중앙은행도 물가만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을 요구받지 않는다.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중앙은행은 고용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관리하고 있다. 높은 실업률을 받아들일 정부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 때 급증했던 실업률은 급속히 떨어졌지만 아직 5%를 훨씬 넘기고 있다. 위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코로나 이전 미국 실업률은 3% 수준이었다. 실업률이 코로나 이전과 동일하게 될 때까지 연준이 지금의 통화정책을 반드시 유지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지금의 실업률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다. 테이퍼링이나 금리 인상과 같은 통화량을 줄이는 정책들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보아도 된다. 물론 물가가 지금 보여주는 것과 같은 이례적인 상승률을 계속해서 보여준다면 물가 안정을 위한 조치가 먼저 이뤄질 수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아직은 낮아 보인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미 연준이 어떤 정책방향을 보일지 대략 알 것만 같다. 그리고 많은 경우 지금까지의 이야기에 동의하는 편이다. 그런데 필자는 한 가지를 더 이야기하고 싶다. 뚜렷하게 표시를 내고 있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언급은 되고 있고, 무엇인가 한 가지 목표가 더 있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바로 자산 가격이다. 


주식과 부동산과 같은 자산의 가격은 경제 성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빠르게 그것도 많이 오르는 것이다. 자산을 매입하는 것에는 기본적으로 미래의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심리가 깔려있다. 미래에 자산 가격이 오를 것을 확신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자산을 구입하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자본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대출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가격이 상승하는 폭이 매우 클 것이고 상승하는 시점이 먼 미래가 아니라 가까운 시점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자산을 빨리 구입하기 위해 달려들 것이다. 그런 사람이 단수가 아니라 사람들로 불리는 복수로 존재하게 되고 그 수가 꽤나 많아지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자산 가격은 오르게 된다. 내일 1만 원이 될 것이 확실하다 생각하는 5,000원짜리 주식을 6,000원에 판다고 하면 안 살 수 있을까? 자연스러운 가격 상승이 아니라 너무 큰 폭으로 빠르게 오르게 되는 것이다. 


너도나도 자산을 사들이는 상황에서 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 자연스럽다. 빚을 내면 어떤가 올라서 갚으면 되지라는 생각은 대출을 거리낌 없이 늘리게 만든다. 하지만 그러한 경향이 계속 지속될 수는 없다. 폭탄 돌리기의 끝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가격의 고점은 존재할 수밖에 없고, 누군가는 폭탄을 맞게 되어 있다. 다만 폭발력이 어느 정도 수준이냐의 문제일 뿐. 


2008년 금융위기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이 자산 가격이 상승하다가 무엇인가를 계기로 자산 가격을 떠받치던 것이 붕괴하게 되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어마어마하다. 위의 실업률 지표에서 확인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버텨내지 못하는 케이스들도 나타나게 된다. 발생하는 위기가 크면 클수록 회복을 기다리지 못하게 되거나 아니면 그 위기 자체로 무너지는 사례들이 많아지게 된다. 


이런 상황이 예상된다면 중앙은행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그냥 팔짱 끼고 지켜봐야 할까? 나는 물가와 (암묵적으로) 고용만 챙기면 됨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뭐 사실 위기가 발생하면 고용 안정이 무너지기에 중앙은행이 개입해야 할 수밖에 없지만. 제일 좋은 것은 위기가 발생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큰 산불이 아니라 소화기로 진화할 수 있는 모닥불 정도로 마무리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미 연준이 자산 가격의 안정적 관리라는 목표를 묵시적으로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서의 안정적 관리는 지나치게 자산 가격이 빠르고 크게 오르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산을 사겠다고 몰려드는 시장의 뜨거운 공기를 살살 빼내는 것이다.   


미 주택 가격 지수 & 나스닥 & 다우 존스


위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미국 주택과 주식의 가격은 코로나라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미친 듯이 상승했다. 주식은 코로나 당시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랐다. 주택은 계단식으로 상승하던 형태를 벗어나 그야말로 우상향하고 있다. 연준 입장에서는 자산 시장에 몰려 있는 뜨거운 기운을 빼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하지만 회복되지 않은 실업률이 뜻하는 침체된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기에 이래저래 미 연준의 마음은 복잡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 연준은 시중에 풀린 통화량을 거둬들이는 정책 방향을 보일 것은 명확해 보인다. 현재 확인되는 폭등세의 물가는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것으로 여긴다고 하더라도, 미 연준이 목표로 이야기하는 2%라는 물가 상승의 기준보다 물가가 낮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실업률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백신 접종의 일반화와 코로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 등을 감안하면 3분기 이후부터는 실업률도 그다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미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용했던 제로금리, 양적완화와 같은 비전통적인 정책들을 거둬들이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시했었다. 다만 코로나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과다한 통화량으로 자산 시장이 계속 뜨겁게 달궈지는 것을 미 연준은 좋게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폭탄이 터진다고 생각하다면 말이다. 그런 점에서 테이퍼링(양적 완화를 안 하겠다는)과 기준 금리 인상 등과 같은 정책은 본격화되기 전부터, 여러 방향으로 미 연준이 이를 검토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메시지의 등장만으로도 자산 시장의 뜨거운 기운이 빠져나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다가오는 3분기부터의 자산 가격, 실업률, 물가와 미 연준의 메시지는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사실 언제나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올해는 현재와 비슷한 기조로 흘러가겠지만, 자산 가격의 변동에 따라 내년 초나 올해 말에 선제적인 조치들이 취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한 조치들이 또 다른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다른 문제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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