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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Jun 30. 2021

인플레이션은 일어날 것인가?

골디락스라는 말을 아는가? 경제성장률이 높지만 물가가 상승하지 않는 상태. 사실 골디락스라는 말은 어느 동화에 등장하는 단어다.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의 상태. 경제가 성장하는 것을 마다할 이는 거의 없겠지만 그러한 성장이 높은 물가 상승과 함께 이루어진다면 이를 반가워할 이 또한 거의 없다. 경제가 성장한다고 해도 물가가 높이 상승하면 사실상 성장하지 않은 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물건의 생산량은 똑같은데 가격만 1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랐다고 한다면 숫자상으로 경제는 10배로 성장했지만 사실 성장하지 않은 것과 같다. 물가가 그만큼 오른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경제가 골디락스와 같이 너무 과열되지도 않고 너무 침체되지도 않은 채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누구나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일은 쉽지 않다. 특히 너무 과열되거나(인플레이션) 너무 침체되는(디플레이션) 것은 누구나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게다가 지금처럼 전 세계적으로 돈이 넘쳐나는 시기에 경제가 너무 과열되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통상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에 대해서는 통화량의 증가, 정부 지출의 증가와 같은 수요적인 요인과 원자재나 임금 등의 비용 인상 등이 이유가 된다는 공급적인 요인 등이 일반적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실제 경제 현상이 그러하듯 특정한 한 가지의 이유만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반드시 인플레이션이 나타난다고 할 수도 없다.


10년 기대 인플레이션율&PCE 인플레이션율


위 그림의 파란색은 미 국채 10년 물 금리와 물가연동채권의 금리 차이 즉 기대 인플레이션율(BEI)이다. 빨간색은 미 연준이 물가 판단의 기준으로 사용하는 PCE 인플레이션율이다. 사람들의 기대와 실제 인플레이션이 일치한다면 순서의 차이는 있어도 두 그래프는 유사한 방향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물론 실제는 그렇지 않다. 두 그래프는 반대로 움직이기도 하고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최근 인플레이션에 대한 여러 우려와 함께 파란색 그래프가 2.5%까지 올라갔다가 미 연준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다시 하락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기대는 말 그대로 기대일 뿐이다. 기대가 무조건 실제와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율이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해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물론 이 글 또한 그러하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는 경로에 대해 세부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여러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오르는 것이다. 물가가 오르기 위해서는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쪽에서 가격을 올려야 한다. 사실 공급자는 가격 올리는 것을 싫어할 이유가 없다. 다만 가격을 올렸을 때 판매량이 줄어들어 전체적인 매출이 감소한다면 공급자가 가격을 올릴 이유가 없어진다. 결국 공급자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려도 매출이 줄지 않아야 한다. 바꿔 말하면 올린 가격을 소비자가 받아들여 구매량에 변화가 없게 되면 물가가 오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린 가격을 소비자가 어떻게 하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먼저 소비자의 소득이 증가하면 가격이 오른 것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음으로 대부분의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올랐다면 오른 가격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 가지를 구분지어서 이야기했지만 둘은 함께 일어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소득의 증가는 무엇으로 알 수 있는가? 직관적으로는 임금이 상승한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임금은 물가보다 선행적으로 오르는 경우가 많지 않다. 임금 상승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전년도 물가상승률이 일종의 기준처럼 이야기되는 기사를 많이 보았을 것이다. 물론 임금이 물가보다 먼저 오를 수 있다. 그런데 사회 전체적으로 그런 경우가 발생하기는 쉽지 않다.


1980.1~2021.5 피용자보수 & PCE & 근원 CPI


위 그래프의 파란색은 피용자보수를 의미한다. 피용자보수는 노동을 제공한 대가로 가계에 분배되는 급여를 뜻한다. 빨간색은 미 연준에서 물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하는 PCE 인플레이션율이고, 초록색은 식품이나 에너지 등 단기 변동이 큰 것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이다. 물가를 의미하는 PCE와 근원CPI는 거의 유사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물가와 피용자보수는 어떠한가? 비슷하게도 보이지만 사실 둘 사이의 변동이 비슷하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피용자보수는 오르는데 물가는 내려가고 그 반대의 경우도 확인된다. 물론 비슷한 방향성으로 움직이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임금의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킬 수 있지만 최근 40년 동안 꼭 그러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소득의 증가로 생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상황은 통화량의 증가다. 시중에 돈이 많아지는 것이 소득의 증가라고?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린다는 뉴스가 나와도 내 지갑과 계좌는 그대로인데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사실 정확히 이야기하면 그대로가 아닌 사람들이 있다. 통화량을 늘린다는 것은 중앙은행이 사람들에게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실제로는 은행이 가지고 있는 국채 등을 중앙은행이 사들이면서 은행에 지급된 현금이 대출과 같은 은행 제도를 통해 시중에 유통되면서 통화량이 증가하게 된다(기준금리의 조절을 통한 방법 또한 존재한다). 은행을 통해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살 수밖에 없다. 그것이 소비를 위한 것이든 자산 축적을 위한 것이든 사업을 위한 것이든 말이다. 레이 달리오의 표현처럼 누군가의 지출은 누군가의 소득이다. 즉 무엇인가를 샀다는 것은 산 사람 입장에서는 돈이 줄어드는 것이지만 판 사람 입장에서는 돈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통화량의 증가는 소득의 증가로 볼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통화량의 증가는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고 있을까? 사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상당수의 경제학자들이 그렇다고 답을 한 상태이다. 


1990.1~2021.5 PCE & 근원CPI & M2 & MZM


M2는 시중에 풀린 통화량을 확인할 때 흔하게 사용하는 지표이다. 올해 2월 이후에는 추가적으로 자료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지만 MZM은 M2에서 정기예금을 빼고 MMF 등을 포함한 쉽게 말하면 만기가 없어 바로 쓸 수 있는 돈을 의미한다. 기준이 무엇이든 관계없이 통화량은 완만하게 상승하다가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급증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물가는 통화량의 증가와 크게 상관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다만 위의 그래프에서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변화율이고 통화량은 단순 금액이다. 그러면 똑같이 전년 대비 변화율로 비교해보면 어떨까?


1990.1~2021.5 PCE & 근원CPI & M2 & MZM 전년 대비 변화율


위 그래프의 파란색(M2)과 보라색(MZM)은 통화량이고 빨간색(PCE)과 초록색(근원 CPI)은 물가지수이다. 다소 편차는 있어 보이지만 방향성은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2~3년 정도를 대상으로 살펴보면 통화량이 증가한다고 물가가 꼭 오르지는 않는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을 살펴보면 코로나로 엄청나게 통화량의 증가율이 늘었다가 요사이에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가의 경우도 근원 CPI는(초록색)는 급등했지만 PCE(빨간색) 인플레이션율은 큰 변동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통화량의 증가율이 코로나 국면보다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 연준이 이야기한 것처럼 지속적이고 큰 규모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물론 통화량이 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결정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들에 대응이라도 하듯,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는 상황은 이전처럼 통화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통화량은 중앙은행의 의도에 따라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다. 


일단 통화량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은 편이다. 다만 미 연준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중에는 굉장히 강력한 것들도 존재한다. 강력하다는 것은 목적은 달성할 수 있지만 다른 부작용들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골디락스를 위한 미 연준의 미세 조정이 시장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강력한 정책이 나올 수도 있고 이는 또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을 더욱 직관적으로 이야기하면 생산량은 그대로인데 혹은 작은 속도로 증가하는 데 통화량은 많아진 혹은 생산량 증가 속도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통화 이론으로 노벨상까지 탄 프리드먼식으로 이야기하면 화폐 증가 속도가 생산 증가 속도보다 빠를 때 일어나는 것이 인플레이션인 셈이다. 세상에 물건이 100개가 존재하고 통화량이 100만 원인 상태에서, 물건의 개수는 변함이 없는데 통화량만 200만 원이 되면 물건 값이 전보다 두 배가 된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부정하기 어렵다. 다만 현실에서는 다른 변수가 존재한다. 통화량이 늘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려면 늘어난 통화량이 물건을 구입하는 데에만 사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물건을 사지 않고 돈을 모으기도 하고 물가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것을 사는 데 돈을 쓰기도 한다. 


1959.1~2021.5 미국 저축률

위 그래프를 통해 처분가능소득에서 저축을 얼마나 했느냐를 보여주는 저축률을 살펴보면, 코로나 위기를 맞아 평소보다 몇 배로 저축률이 급등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위의 그래프를 조금 자세히 살펴보면 통상 10% 정도였던 미국의 저축률은 1980년대 들어 점점 내려오다가, 2008년 금융위기를 정점으로 3%대에서 상승해 코로나 위기 직전까지는 7%대를 보이다가 코로나 위기를 맞아 30% 이상 급등했다 최근은 12% 정도가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만 보면 7% 정도였던 저축률이 15% 가까이 되었으니 두 배 가량 저축하는 셈이다. 통화량이 늘어난다고 해도 저축이 늘어나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물가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것. 바로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이다. 물론 주택의 경우 임대료가 물가지수에 포함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주택의 가격과 임대료가 추세적으로는 같은 방향으로(상승 혹은 하강) 움직일지는 몰라도 주택 가격이 오른다고 계약이 남아있는 임대료가 오르는 일은 없다. 주택 가격의 변동이 즉시적인 물가 변동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신 주택을 구입하는 데는 돈이 꽤나 많이 든다. 앞선 글들(달러를 위협할 수 있는 변수들 참고)에서 주택과 주식의 가격이 꽤나 상승했음을 확인했으므로 다시 그래프를 제시하지는 않겠지만, 늘어난 통화량의 상당수는 주식과 부동산과 같은 자산을 구입하는 데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정리하면 결국 현재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어찌 보면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대응책으로 제시된 양적완화 정책으로 시중에 통화량이 엄청나게 풀린다고들 했지만 위의 그래프에서 보듯 그때 이후 통화량(M2)의 증가는 예전과 비교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 아니었다. 코로나 위기와 관련해 통화량의 증가율이 급증했지만 최근에는 다시 완만한 증가 형태로 돌아오고 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골디락스'의 수준에 대한 인식의 변화이다. 사실 적당한 물가 상승을 바탕으로 한 높은 경제성장은 누구나 원하는 것이지만, '적당한'이 어느 정도인가는 판단하는 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통상 중앙은행이 목표로 하는 물가상승률은 2%이다. 다들 잘 알듯 미 연준은 평균물가목표제라는 이름 하에 평균 2%로 물가 목표를 변동했다. 이는 2%가 넘는다고 해도 당장 물가를 잡기 위해 달려들지 않겠다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목표보다 물가가 다소 높아진다고 해도 용인할 수 있다고도 했다. 예전의 '골디락스'가 2%의 물가상승이었다면 지금의 '골디락스'는 어찌 보면 물가가 기준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물론 물가상승률에는 계속적으로 예민하게 반응하겠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미 연준의 정책 결정에 물가가 아닌 다른 것이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다른 그것은 고용이다. 하지만 그것뿐일까? 전 세계 경제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동시에 미국 경제의 안정적 운용을 책임져야 하는 미 연준은 어떻게 행동할까? 사실 인플레이션보다 그것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골디락스를 깨뜨리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연준은 가지고 있는 강력한 대응책을 사용할 수 있다. 즉각적으로 혹은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인플레이션은 잡게 될 것이다.


직전의 글에서 이야기했듯 인플레이션 자체보다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미 연준의 판단이 더욱 중요한 셈이다. 미 연준은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이 시점에서 어떻게 행동하려 할까? 

다음 글에서 이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다.


사족 : 미 연준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므로 미국의 자료를 중심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해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그럼 한국은 어떻지라는 궁금증을 가질 분들이 있을 것이다. 너무 길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세하게는 다룰 수 없지만 관련된 그래프를 하나 제시한다.

 

2002.12~2021.04 M2 & 근원CPI & CPI 전년 대비 변화율(자료 : 한국은행)


위의 그래프에서 회색(CPI)과 주황색(근원CPI)은 물가지수이고 파란색(M2)은 통화량이다. 코로나 위기를 기점으로 통화량의 증가율이 꽤나 높아졌지만 그전부터 상승세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에 물가지수는 상승 경향이지만 아직까지는 높다고 말할 수는 없어 보인다. 다만 특이하다 할 수 있는 것은 통화량의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경제 지표만으로 보면 포스트 코로나 국면을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통화량의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은 자산 시장에 자본을 투입하기 위해 대출이 늘어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의심을 생기게 만든다. 상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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