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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Jun 08. 2021

주식 시장이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이유는?

경제 기사를 관심 있게 읽는 사람이라면 혹은 주식 시장에 나름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최근 이 단어를 심심치 않게 접했을 것이다. 인플레이션. 화폐 가치가 하락해 물가가 전반적으로 지속해서 상승하는 현상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더 심플하게 이야기하면 물가가 오르는 것이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이 왜 이렇게 자꾸 이야기되는 것일까? 그리고 주식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데 인플레이션 이야기가 왜 나오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라는 곳에 대해 먼저 조금 알아야 한다. 필자가 예전에 썼던 글(주식 시장 전망에 살펴보는 금융위기의 가능성)에서도 확인할 수 있겠지만, 현재 전 세계 자본 시장의 흐름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의 정책이다. 미 연준이 돈을 지속적으로 빵빵하게 공급할지 아니면 풀어놓은 유동성(돈)을 회수하려 들지는 세계 모든 투자 행위의 시금석과도 같다. 왜냐 하면 미국 달러는 현재 세계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화폐이며, 그와 관련해 미국 재무부 채권(미 국채)은 모든 투자 행위의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이 어떤 통화정책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미 국채에 대한 세계의 접근 또한 변경될 수밖에 없고, 세상 거의 모든 투자 행위의 기준 또한 바뀌게 된다. 그리고 미 연준이 전 세계적으로 활용되는 미국 달러의 공급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 역시 그러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연준의 정책과 인플레이션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기본적으로 미 연준은 미국의 중앙은행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통화 정책을 정부가 아닌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중앙은행'에서 시행한다. 나라별로 중앙은행의 역할이 조금씩은 다를 수 있지만 모든 중앙은행에 공통적으로 부여되는 미션이 있다.


물가 안정이다. 물가의 급등은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많은 문제들을 발생시킨다. 돈 가치가 지나치게 빨리 떨어져 식당에서 밥을 먹는 중간에 밥값이 바뀌는 일이 있었다면 믿어지는가?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했던 독일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심각한 인플레이션은 구매력 저하와 같은 돈의 가치가 하락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사회 내에서 화폐 사용을 회피하게 하고 경제 운용을 사실상 마비시킨다.


통상 중앙은행은 한 국가 내의 화폐를 독점적으로 발행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힘을 바탕으로 중앙은행은 통화량을 조절하는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이는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 잘 알고 있듯 중앙은행은 경기가 침체했을 때는 통화량을 늘리고, 경기가 과열되었을 때는 통화량을 줄여 물가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하려고 한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같으면 통화량을 줄이려는 정책을 편다. 연준의 정책과 인플레이션이 연결되는 지점이  부분이다. 코로나19 인해 경기가 심각하게 위축되자 작년 3 정도부터  연준이른바 '양적완화'라는 정책을 통해 시중에 통화량을 늘리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을 통해 경기가 회복되는 것을 넘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연준은 물가 안정이라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통화량을 줄이는 정책을 시행하게  것이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다 혹은 가까운 시일 내에 발생할 것이다라는 예측과 분석은 연준의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것이 왜 주식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가? 연준이 통화량을 줄이기 위해 택할 수 있는 정책은 현재로서는 거칠게 이야기하면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국채와 모기지 채권에 대한 연준의 매입 축소 내지 중단이고 두 번째는 기준 금리의 인상이다. 이러한 정책은 자본 시장에 풀려 있는 자금들의 모험 비용을 크게 만든다. 필자가 모험 비용이라고 표현한 것은 사실 정확하게는 리스크 감당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연준이 시중에 자금을 회수하게 되면 통화량은 줄고 돈의 가치는 올라간다. 돈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은 금리가 올라간다로 이해해도 좋다. 예전에는 1%의 이자만 지불하면 빌릴 수 있었던 돈을 3%의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바뀐다는 것은, 1% 수준이면 감당할 수 있었던 리스크 감당 비용이 3%로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빌린 돈을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이자보다는 높아야 하는 데 그 비용이 오르는 셈이므로, 투자라는 리스크가 있는 행위를 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 올라가는 개념임).


연준이 돈 풀기를 위해 국채 등을 매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기준금리를 올리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정책은 시장에 충분히 시그널을 주고 천천히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본시장이 발작하듯 반응하는 일들이 종종 있어왔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금리가 당장 오르지는 않겠지만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한 것이 되면 연준은 돈 풀기의 속도를 늦추고 결국에는 돈 풀기 자체를 멈추게 될 것이다. 그다음 수순은 당연히 기준금리의 인상이다. 이런 순서는 이미 나타났었다. 아래 그래프에서 빨간색은 기준금리, 파란색은 연준의 자산 규모다. 국채, 모기지 채권 등을 열심히 매입하던 연준의 자산이 2015년부터는 별다른 변화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때부터 기준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 연준 자산 총량 & 기준금리(2007.1~현재)


자본 시장은 이러한 상황에 항상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다. 그래서 자본 시장에 참여한 이들은 연준의 정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연준이 메시지를 내놓을 때마다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거나 조정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주식 시장은 인플레이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판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사실 돈 풀기를 줄이거나 멈추고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주식 시장이 반드시 하락세로 가야 하는 이유는 없다. 다만 금리가 높아지게 되면 똑같은 자본을 가지고, 리스크가 있는 이를테면 주식과 같은 자산에 투자하는 기회비용이 더 커지는 것뿐이다. 실제로 위의 그래프와 같은 기간 미국 주식 시장은 하락보다는 상승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을 아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다.


DOW & NASDAQ 종합지수(2007.1~현재)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연준의 정책에 따라 자본 시장의 참여자들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수정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금의 양상은 평소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일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흔히 겪는 일이 아니다. 코로나로 급격하게 위축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풀어낸 막대한 유동성과 이 상황만 극복하면 경제가 번쩍 솟아날 것이라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어우러져 주가는 위의 그래프처럼 크게 상승한 상태이다. 분명 주식 시장의 상승은 많은 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과열은 언제나 그렇듯 존재해왔고 특히 지금의 비일상적인 모습이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칠지는 아직은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때문에 세계의  주머니를 쥐락펴락할  있는 연준의 정책  정확히는 연준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판단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사실  문장만큼 무책임하면서 무의미한 문장도 없지만 많은 이들의 관심이 그곳에 쏠리는  또한 무시할  없다.


인플레이션은 금방 현실화될까? 미 연준은 어떤 정책 대응을 하게 될까?


정답은 누구도 내놓을 수 없지만 그래도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필자의 생각들을 다음 글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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