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물리적 공간은 현실적으로 계속 늘어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이라는 재화는 언제나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특히 주택의 가격에 대한 관심은 식은 적이 없었다. 인간에게 필수적인 재화라는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주택으로 자산을 불려 나가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도 그러했다.
그런데 부동산 특히 주택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흔히 경제학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결정된다고 하지만 주택 또한 그러할까? 사실 주택은 태생적으로 공급이 탄력적이기 어렵다. 가격이 올라간다고 생산량을 마구 늘릴 수 있는 재화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수요 또한 마찬가지다. 가격이 올랐다고 수요가 무작정 줄어들기도 어려운 것이 주택이다.
사실 주택의 가격 변동에 대해 다룬 선행 연구들에서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영향력 있는 변수는 금리다. 금리가 왜 가장 관련이 깊을까? 일반적인 관점으로 금리가 낮으면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그런 유동성은 자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것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리 있는 관점이다. 확실히 주택은 모두에게 필요하지만 구입을 위해서는 거액이 필요하다. 주택을 구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적은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으면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특히 주택 구입이 거주의 목적 외에 자산 획득의 목적으로도 이루어지고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경향성에 동참하는 한국이라면 그러한 흐름은 더욱 강하게 작동할 수 있다.
위의 그래프는 전국과 서울의 주택 및 아파트 가격지수와 한국과 미국의 기준 금리를 보여주고 있다. 주택 가격은 2008년 하반기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완만한 증가를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거주와 자산이라는 관점 모두에서 사람들의 선호가 높은 아파트의 경우도 2008년 하반기와 2013년 하반기 사이 다소 크게 하락한 것을 제외하고는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한국의 기준금리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일시적으로 상승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물론 미국 기준금리의 경우 2015년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다 최근 코로나로 급격하게 내려가기는 했다. 그리고 2017년 하반기부터 아파트의 가격이 꽤나 가파르게 상승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주택은 2020년부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다. 금리의 높고 낮은 수준이 주택 구입을 위한 자금 공급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금리의 변화가 주택 가격에 직접적으로 강하게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주택 가격은 어떻게 결정된다고 보아야 할까? 혹자는 주택의 공급이 가격을 결정한다고 한다. 주택의 공급이 적으면 수요는 거의 언제나 충분한 상황이기 때문에 가격이 오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분양을 하고 실제 공급까지 시간이 걸리는 아파트의 특성상 당장 건설이 완료된 주택(준공 실적) 보다 앞으로 공급할 주택의 양이(인허가 실적) 공급량을 판단하는 데 더 중요한 변수라고도 한다.
위의 그래프는 전국과 서울의 주택 준공(2010.7~2021.2)과 인허가 실적(2007.1~2021.3)이다. 월 단위 자료라 계절적 요인으로 들쑥날쑥해 보이지만 큰 변화가 나타나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연 단위로 자료를 편집해서 다시 살펴보자.
연 단위로 자료를 살펴보면 전국 기준으로 준공 실적은 2015~17년이 많고 인허가 실적은 2018년이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의 경우는 인허가 실적만 2017년이 다른 해보다 조금 많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처음 확인했던 전국과 서울의 주택 가격 변동과 비슷한 경향성이 확인되는가? 필자는 솔직히 말해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주택의 가격은 어떻게 형성될까? 주택 역시 시장에서 거래가 된다는 점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수요를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이다. 집을 구매하려는 사람이 모두 주택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응? 구매하려는 사람이 수요자이면서 수요자가 아니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주택을 구매하려는 사람은 구매 외에도 임대라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주택은 누구나 필요한 것이지만 어떤 형태로 주택을 점유할지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택에 대한 수요를 무엇으로 보아야 할까?
사실 주택 시장의 수요 즉 주택을 구입하려는 힘의 방향성을 추적하는 것에는 거주의 목적 외에 자산으로서의 주택 가격에 대한 전망이 포함되어야 한다. 주택이 향후에 오를 것이라 생각하면 자산을 획득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물론 내릴 것이라 생각하면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것을 자료로 확인할 수 있을까? 현재 한국부동산원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중 매매 수급동향이라는 것이 있다. 100을 기준으로 그보다 크면 수요가 강하다는 뜻이고 반대면 수요가 공급보다 약하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
위 그래프를 살펴보면 아파트를 기준으로 대략 2016년 하반기부터 수요가 높아지는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수요의 힘이 대폭 줄어들지만 그 이후 다시 급반등해 계속해서 100을 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같은 기간 매매 가격과 비교하면 어떨까?
매매 가격의 등락과 수급 지수의 등락이 비슷한 방향성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다. 주택을 구입하려는 힘이 강해지면 가격이 오르고 약해지면 가격이 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공급이 주택 가격의 방향성을 결정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쯤 되면 수요에 대해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주택이라는 재화의 특성상 자산 축적을 유일한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만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 거주를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 또한 존재한다. 그런데 문제는 주택이 주된 자산 형성의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고, 되고 있는 현실에서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단순히 거주만을 목적으로 주택 구입을 결정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의 주택, 흔히 말하는 좋은 입지와 쾌적한 거주 환경을 갖춘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사람은 주택 구입 시 거주 목적 외에도 자산으로서의 가치라는 차원에서 주택 구입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계속적으로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라 믿는다면 말이다. 그런 점에서 반대로 장차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 예측하는 사람은 구매력이 있음에도 거주의 형태로 임대를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주택의 가격 형성은 가격에 대한 기대가 매우 중요하게 작동한다고 할 수 있다. 흔히 하는 이야기로 한국의 부동산은 불패이고 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주요하게 작동한다면, 현재의 상황이 구조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주택 가격의 오름세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작동한다면 집값은 하향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러한 기대를 형성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정책적 요소가 꾸준하게 추진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매우 낮은 현재의 상황이 주택 가격 상승을 충동질하려는 이른바 세력들이 활동하기에 수월한 환경이라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잠재되어 있는 한국에서, 특정한 지역의 부동산에 호가를 높이고 높인 호가에 거래가 이루어지는 사례들이 소수라도 발생하면 언제든 가격 상승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은 높아질 것이다. 그러한 기대감과 예전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없을 것이라는 공포가 만났을 때 주택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주택이라는 재화가 가지는 속성에 대한 인식이다. 똑같이 자산이지만 주식은 사람에게 필수적인 것이 아니다. 하지만 주택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면서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재화다. 단순한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주택 가격이 결정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주택 가격 변동에 대한 이해와 대응은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