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 economist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용원 Apr 23. 2021

주식 시장 전망에서 살펴보는 금융위기의 가능성

 

코스피 지수(자료 : 한국은행)

코스피 지수 3,000이라는 숫자는 사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낯선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20년이 되어서야 처음 나타난 수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가 한국 경제의 성장과 주변 여건의 개선 등으로 나타난 것이었다면 그 누구도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이라는 데 있다. 주식 시장이 코로나로 꼭 나빠져야 할 이유는 없지만 꼭 좋아져야 할 이유 또한 없다. 사실 일반적인 인식으로만 본다면 경제 활동이 정상적이지 않으니 주식 시장이 폭락까지는 아니어도 폭등할 이유는 없어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인식을 비웃기라도 하듯 주식 시장은 2020년 3월 말부터 지금까지 폭주기관차처럼 달려왔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한창일 때도 넘보지 못했던 코스피 지수 3,000은 이제 당연한 것이 되었다.


자산의 가격이 전보다 비싸지는 상황이 모두 '버블'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단시간에 가격이 오르고 너나 할 것 없이 주식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을 '안정적'이라고 표현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의 주식시장은 어떻게 될까? 버블이 잔뜩 낀 상태라 조만간 시장이 폭락하는 이른바 버블이 터지는 일이 발생할까? 아니면 지금의 3,000이라는 수치가 계속적으로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질까?


먼저 주식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원리를 생각해보자. 주식 시장은 다들 잘 알다시피 수요와 공급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A라는 회사의 주식이 2만 원에 거래되고 있는 상황에서 3만 원에 주식을 사겠다는 사람이 꽤나 많이 나타나면 어느새 가격은 3만 원이 되어 버린다. 물론 반대의 상황도 발생한다. 


그렇다면 주식 시장에서 주식을 사려는 매수자는 왜 주식을 사려고 할까? 매수자가 주식을 사게 되어서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은 1) 시세 차익 2) 배당 이익 크게 두 가지이다. 대부분 1) 번을 기대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수자가 특정 시점에 주식을 사는 이유는 해당 주식이 특정 시점보다 미래에 가격이 오를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이 오를 것이라 생각해도 살 수 있는 주식이 없다면 매수를 할 수 없다. 누군가는 주식을 팔아야 한다. 그러면 누군가는 주식을 왜 팔까? 매수자의 논리와 반대로 이야기하면 매도자는 미래에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주식을 판다. 물론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도 여러 가지 이유로 당장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주식을 팔기도 한다. 어찌 되었든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에는 해당 주식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예측이 전제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주식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에는 어떤 힘이 크게 작용할까? 당연히 매도보다는 매수다. 현시점의 가격보다 비싸게 사겠다는 사람이 있어야 가격의 상승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한국의 주식 시장은 어떠했을까? 주식 시장에 참여하는 주체는 크게 개인, 기관, 외국인으로 구분한다. 그들의 순매수와 지수의 변화를 살펴보자.

월별 주체별 순매수 & 코스피 종가(자료 : 한국은행)

월 단위 데이터로는 어떤 주체의 순매수가 의미가 있었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주체별 순매수는 그래프의 왼쪽 축이 기준인데 외국인(녹색)이 0보다 큰 경우들이 좀 있는 것이 눈에 띄고 2020년 들어서는 개인의 순매수가 많다는 것 정도만 확인이 된다. 그러면 연 단위로 데이터를 살펴보자.


연 단위 주체별 순매수 & 코스피 시가총액(자료 : 한국은행)

참고로 한국은행에서 제공하는 통계의 한계상 코스피 지수 대신 시가총액을 사용했지만 사실상 같은 의미라고 봐도 된다. 2010년 이후 코스피 시가총액과 주체별 순매수 사이에 비례 관계를 보이는 게 있다. 외국인의 순매수이다. 외국인의 순매수가 0보다 커질 때 코스피 지수는 통상적으로 상승해왔다. 기관 또한 외국인과 비슷하지만 외국인의 순매수와 지수의 방향성이 더 비슷하게 보인다. 물론 이러한 트렌드는 2020년 들어 개인의 압도적인 순매수와 지수 상승으로 변화하게 된다. 정리하면 2020년까지는 외국인이 주식 시장의 상승을 이끌었다면 2020년부터는 개인이 주식 시장의 상승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기본적으로 순매수는 세 주체의 합이 0이다. 매수를 위해서는 매도가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순매수가 0보다 큰 주체가 있다면 당연히 순매수가 0보다 작은 주체가 존재해야 한다).  

2020.3월 이후 코스피 지수(자료 : 한국은행)

하지만 최근 코스피 지수는 작년만큼의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지 않다. 다들 알다시피 주식 시장에 개인들이 전처럼 공격적인 매수세를 보여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사실 작년을 제외하고는 한국의 주식시장은 외국인이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매수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개인의 힘으로 지수가 대폭 상승한 경우는 작년부터가 거의 유일할 것이다. 개인이 다시 폭발적인 매수세를 보일까? 아니면 예전처럼 외국인의 순매수에 따라 주가 지수가 변하게 될까?


필자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순매수 기준으로 지수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외국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수익을 노리고 주식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은 최근에는 암호화폐 쪽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이다. 최근 주식 시장이 큰 상승보다는 완만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고수익을 노리는 사람들은 지금의 주식 시장에 매력을 덜 느끼는 것 같다. 따라서 작년과 같은 폭발적인 매수세가 나타나지 않는 한 결국 외국인의 매매 방향성이 주가 지수를 결정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외국인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외국인'을 일반 개인 주식투자자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으로 분류되는 사람의 다수는 기관투자자이다. 한국의 기관투자자도 비슷하지만 기관투자자는 통상 A라는 회사가 좋은 회사니까 주식을 사들이자는 식의 접근보다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에 임한다. 국제적인 투자를 하는 곳이라면 주식 이외에도 채권, 원자재, 부동산 등에 대해 전략적으로 자산을 배분하고 지역과 국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거시적인 차원의 접근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의 얼개를 짠다. 그리고 주식의 경우에도 업종별로 구분해 접근하는 것이 기본이기에 특정한 회사의 주식을 매매하는 것은 전체적인 전략과 구상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즉 A라는 회사가 좋다가 아니라 한국 주식 중 전자 분야가 저평가되어 있고 그중 A라는 회사가 동종 업계 대비 저평가되어 있으니 매수한다 뭐 이런 식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외국인의 기준에 한국 주식 시장은 미국의 주식 시장보다는 리스크가 큰 자산에 속한다. 거시적인 판단하에 자산 운용의 방향성을 정하는 입장에서, 리스크가 큰 자산은 향후 공격적인 자산 운용이 어렵다 판단되면 비중을 줄여야 할 대상이다. 결국 거시적 수준에서 외국인의 매매 성향을 결정하는 변수가 어떻게 변화하느냐가 중요한 셈이다. 


그렇다면 거시적 수준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무엇일까? 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국채나 모기지 채권 등의 자산을 매입하는 미 연준의 정책 방향이 어느 쪽으로 향하느냐에 외국인은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최근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주변의 우려를 과도한 것으로 평가하고 지속적으로 현재의 양적완화 이른바 돈 풀기 정책을 유지하기로 하였다. 그런 점에서 한국 주식 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참여 또한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 아마 외국인은 현재의 주식 가격 수준이 정말 높은 것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 유지가 가능한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조금씩 순매수를 늘려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외국인 상장주식 보유액 및 보유비중(자료 : 금융감독원 발표 자료를 필자가 재구성)


위 그래프에서 2019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외국인이 보유한 한국 주식이 어느 정도이고 그 비중은 전체 대비 얼마나 차지하는 지를 확인할 수 있다. 작년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된 이후 외국인의 주식 시장 보유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했지만 보유액은 상승해왔다. 보유한 주식 가격이 상승하기도 했고 일부 주식은 팔기도 했기 때문이다. 최근도 비슷해 보이지만 작년 여름 정도부터 완만하게 외국인의 보유비중이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3월에 보인 비중의 하락은 인플레이션 발생 우려에 대한 미 연준의 조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의 트렌드도 비슷한 형태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주가 지수만 본다면 지속적으로 아래위를 횡보하겠지만 살짝 우상향 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가정에는 미 연준의 정책이 혹은 정책 기조가 현재와 다르지 않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미 연준의 정책이 변화를 보이는 기색이 나타난다면 이러한 트렌드는 급격히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순매수 공세가 잦아들고 외국인이 안정적으로 투자한다면 결국 한국 주식 시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단언은 사실 위험하다. 언제 또 다른 변수가 튀어나와 시장을 흔들어놓을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99.01~2004.12 코스피지수(자료 : 한국은행)


위 그래프에서 2002년 3월부터 2003년 5월까지 거의 지수가 반토막이 난 부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바로 카드사태다. 신용카드가 무분별하게 발급되고 그 활용마저도 무분별하게 장려되었던 결과 대규모 부실이 발생했다. 


필자가 카드사태를 언급하는 이유는 지금의 상황이 그때와 유사해서가 아니다. 그때에 비하면 금융은 안정적으로 규율되고 있는 편이다. 상황이 변했다는 인식이 가져오는 결과를 말하기 위함이다. 카드사태가 일어나기 직전에 사람들은 그 당시가 그렇게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위의 그래프에서 주가 지수가 카드사태 직전에 급등하는 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사람이 인식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언제나 급 반전할 수 있다. 지금은 코로나로 모두가 비상 상황인 것을 알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어떤 이유에서든(긍정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반전된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비상 상황에서 용인되던 것이 더 이상 용인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비상 상황에서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길었던 글에 결론이다. 한동안 한국의 주식 시장에 금융위기와 같은 급락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지금은 비상 상황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가 튀어나온다면 그리고 결정적으로 상황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는 시점이 온다면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사람들은 꽤나 많은 돈을 주식 시장 주변에 쌓아 놓고 있다. 

증시 주변 자금 현황(자료 : 한국은행)

사실 개인에게 무조건 사고 봐야 해라는 심리가 발동하고 외국인의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주식 시장에 대한 자산 비중이 높아진다면 작년에 보여준 것과 같은 폭발적인 상승장이 다시 출현하지 말라는 법도 없는 상황이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주식 시장에 대한 예측은 무의미하다. 혹 누군가의 예측이 들어맞을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의 역량이 뛰어나서 라기보다는 그저 운이 좋았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 전반의 경향에 대해 진단하고 그러한 방향성이 어떻게 되지 않을까 추측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그 이상의 예측은 사실 '찍기'와 가깝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지금이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코로나19로 변화된 삶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새로운 일상이 만들어진 셈이지만, 지금을 진정한 일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다시 일상이 시작된다고 느끼는 순간 어떠한 변화가 시작될까?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에 금융위기는 일어날 것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