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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Apr 07. 2021

한국에 금융위기는 일어날 것인가?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국에서 금융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을 진단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확인할 것은 앞서의 금융위기 관련 글에서 제시한 것처럼 부채와 자산 가격의 상황이다.

 

먼저 부채 상황이다. 아래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가계 부채와 기업 부채 모두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2021.3.25, 한국은행, '보도자료 : 금융안정 상황' 

다음은 자산 가격이다. 먼저 주택의 가격을 살펴보자. 아래 그래프를 통해 최근 주택 가격이 많이 오른 상황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60개월 주택매매가격지수(KB)(자료 : 한국은행)

다음은 주식이다. 최근 20년 정도의 코스피 지수를 참고하면 주식 가격 또한 역대 최고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코스피 1999.01~2021.03(자료 : 한국은행)


민간 부채가 증가하고 자산 가격이 오르는 상황은 이른바 '버블'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 볼만하다. 통상 '버블'은 한번 만들어지면 계속해서 부풀어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을 사람들이 가만히 지켜보지 않고 부채를 동원해 자산을 매입하고 그로 인해 자산 가격이 다시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상황일까? 최근 주택 가격이 보합 혹은 하락세를 띠고 있다는 뉴스들이 보인다. 그리고 주가 지수는 작년과 같은 폭발적인 상승세보다는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부채를 통한 자산 가격 상승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사실 모든 버블이 금융위기로 폭발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정책이나 주변 여건 등에 따라 연착륙 즉 버블이 자연스럽게 소멸하기도 한다. 현시점은 그런 점에서 '애매'하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그리고 한국의 주택 시장은 부채와 연결 지어 살펴볼 때 조금 더 고민해야 부분들이 있다. 한국의 주택과 관련한 대출에는 LTV나 DTI 등과 같은 제도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DTI(Debt to income) 혹은 DSR(Debt service ratio)은 간단하게만 이야기하면 부채의 가능 범위를 개인의 소득 대비해서 규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억짜리 주택을 구입하는 데 99억 대출이 가능하다면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해당 주택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99억 대출에는 대출 실행 이후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자+원금)이 발생한다. 그것도 꽤나 많은. 아마 모든 이들에게 그러한 대출이 실행된다면 연체가 엄청 발생할 것이다. 왜냐 하면 99억에 대출이자율을 3% 적용하면 한 달에 이자만 2,400만 원 정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부채 상환을 위한 원리금이 개인의 소득 대비해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에 따라 대출 금액의 한도가 결정되는 것이 DTI 혹은 DSR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러한 제도는 소득 대비해 대출이 과다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한다. 


LTV(Loan to value)는 담보인정비율로 주택담보대출 시 주택 가격 대비 대출이 가능한 범위를 규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즉 심플하게만 이야기하면 LTV가 60%면 10억짜리 집을 담보로 6억까지 대출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는 LTV가 60%를 넘으면 높은 축에 속한다. LTV가 높을 경우 주택 가격 하락 시 대출을 실시한 금융회사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LTV가 90%인 경우라고 가정하면, 10억짜리 집을 살 때 9억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집값이 10% 이상 하락하면 해당 집의 가치는 9억보다 낮아지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해당 대출이 제대로 상환되지 못할 경우 대출을 해 준 금융회사는 담보로 잡고 있던 집을 처분해도 처음 빌려주었던 대출금을 충분하게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LTV는 부동산 가격 하락 시 연쇄적으로 대출이 부실화되는 것을 1차적으로 막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물론 주택 가격이 단기간에 40% 이상 하락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러나 LTV가 낮은 것만으로 '버블'의 붕괴를 100%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버블의 붕괴는 작은 것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주택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지 않더라도 주택을 구입하는 것에 동원된 부채의 일부가 상환되지 않고, 그러한 일부가 일반적인 수준으로까지 확대되면 기존에 취급되었던 부채의 상환이 요구되는 등의 일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기 쉽다. 그런 점에서 현재 부동산에 동원된 부채의 상황은 좋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아래 그림 중 왼쪽은 금융회사의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다. 익스포저는 쉽게 말하면 대출과 보증을 합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대출은 직접 돈을 건네서 성립하는 채권/채무관계이지만 보증은 실제 돈을 건네지는 않고 특정한 대출 등이 발생할 때, 보증 다시 말해 돈을 빌린 차주가 갚지 못하는 상황이 올 때 대신 갚아주겠다고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익스포저는 간단히 말해 넓은 의미의 대출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은행권의 부동산금융(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부동산에 대한 대출이 포함) 익스포저가 비은행보다는 높지만 (57.8 : 42.2), 그 아래의 점선은 (49.3 : 50.7)로 숫자가 역전되어 있다. 이 수치는 위험가중치를 반영한 것으로 비은행의 부동산 금융이 은행보다 총액은 작지만 리스크가 높은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1.3.25, 한국은행, '보도자료 : 금융안정 상황'


위의 오른쪽 그림은 은행과 비은행의 부동산 대출 현황을 보여준다. 여기서 고LTV는 LTV가 60%를 넘는 것을 의미한다. 비은행이 고LTV 대출이 많고 비주택담보대출 및 개인사업자대출 또한 매우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은행 대비해 비은행의 금융 규제는 약한 편이다. 은행 대비해 비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통상 커지지만 이자율도 그만큼 높아진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 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비은행 부동산금융의 부실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금리의 급격한 상승도 대출의 부실에 영향을 주기 쉽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금리의 급격한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사실상 세계의 기준금리를 정하는 미국 연준이 현재의 제로 금리를 2023년 정도까지 끌고 가기로 한 상황에서, 미세 조정은 있을지 몰라도 급격한 금리 상승은 어려워 보인다. 부동산 가치의 급격한 하락 또한 현재로서는 요원해 보인다. 정부의 규제 등으로 하향 압력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현재 금융회사의 대출들은 건전성의 측면에서 양호한 편이다.


2021.3.25, 한국은행, '보도자료 : 금융안정 상황'


위에서 왼쪽은 은행, 오른쪽은 비은행으로 두 그림 다 고정이하 여신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고정이하 여신이란 금융회사가 가지고 있는 여신(대출로 보면 됨) 중에서 회수가 어려운 대출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금융회사는 가지고 있는 대출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통상 다섯 가지로 분류하는 데, 고정이하는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대출을 의미한다. 통상 고정이하 여신의 상당수는 갚지 못하는 대출금으로 이어진다. 은행권과 비은행권 둘 다 고정이하 여신 비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대출금 상환 유예 등의 조치가 이루어진 부분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따른 조치들이 한동안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경향 또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면 부동산 가격 관련한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은 낮다고 보아야 할까? 부동산을 주택에만 한정한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주택 가격과 가계 부채가 동반 상승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제도들(LTV, DTI 등)과 금리 및 주택 가격 등을 감안하면 한국의 주택시장발 위기 발발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 있다. 주택이 아닌 부동산이다. 위에서 살펴본 부채들 중에 앞서 제시한 제도들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부채가 존재한다. 비은행권의 비주택에 대한 대출이 그것이다. 그러한 부채와 비주택 부동산과의 관계는 현재 상황에서 약한 고리일 가능성이 있다. 먼저 비주택 부동산의 가격을 살펴보도록 하자.


공식적인 부동산 통계를 작성하는 한국부동산원에서는 비주택 부동산의 가격 추이를 따로 작성하지는 않는다. 주택 대비해 다종 다기 한 비주택 부동산에 대해 그러한 가격 지표를 만드는 것의 어려움 때문일 것이다. 관련해 필자가 활용하고자 하는 바는 한국부동산원의 용도별 지가 지수중 '상업지역에 대한 지가지수' 변동과 '오피스텔 매매 가격지수'이다. 물론 해당 지표는 비주택 부동산 가격 변화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아니다. 그러나 지가는 부동산 가격의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며 가격 전망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지표이다. 또한 오피스텔의 경우 주택과 유사하지만 거주보다는 상업적 용도로의 활용이 크다. 그런 점에서 두 가지 지표는 비주택 부동산 가격의 대략적인 흐름을 살펴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상업지역 지가지수 변동(자료 : 한국부동산원)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자료 : 한국부동산원)

위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비주택 부동산 가격 역시 오름세이다. 이러한 가격 상승은 현재의 부채 증가와 함께 일어난다는 측면에서 '버블'일 가능성이 높다. 주택과 차이가 있다면 주택은 제도적으로 '버블'의 경착륙을 예방할 수 있는 LTV나 DTI와 같은 제도들이 운영되고 있지만, 비주택의 경우 그러한 제도의 적용이 주택보다는 느슨하다는 점이다. 또한 비주택의 경우 주택과 달리 거주보다는 임대가 목적이기에 그 자체로 수익이라는 현금흐름이 발생한다. 물론 그러한 점 때문에 비주택이 주택 대비해 대출이 더 많이 가능해지는 부분 또한 존재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부분이다. 더 많은 대출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은 해당 대출이 제대로 상환되지 않았을 때의 여파도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앞서의 자료에서 확인했듯 비주택에 대한 대출은 규제가 다소 느슨한 비은행에 압도적으로 집중되어 있다(비주택담보대출 은행 13.7%, 비은행 67.8%). 현재 은행과 비은행 모두 자산건전성 지표(고정이하 여신비율)는 안정적이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 상황과 관련해 정부의 조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그러한 조치는 한동안 연장되겠지만, 대출이 미상환되는 규모가 커지게 되면 금융회사가 계속해서 이를 유예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임대 수익으로 발생되는 현금흐름으로 유지되는 대출일 경우 수익이 제대로 창출되지 않는다면 그러한 대출 미상환의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된다. 


결국 가장 극단적인 시나리오는 소위 말하는 '영끌'해서 구입한 비주택 부동산에서 수익이 발생하지 않고 이에 대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케이스가 일반화되어 위기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시나리오가 실현된다고 해도 반드시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는 보장은 없다. 주택 대비해 비주택 부동산의 투자는 일반화되어 있지 않고 통상 비주택 부동산의 구입은 주택보다는 소수의 사람들, 그것도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보다는 자산이나 소득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주택 시장에서 발생하는 사건의(가격 하락, 금리 상승 등) 파급력보다 비주택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파급력은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최근까지 지속되어 온 자산 가격 상승과 관련해 비주택 부동산에도 기존 대비해 많은 수의 사람들이 가용한 부채를 총동원했을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다. 상대적으로 비싼 비주택 부동산 구입을 위해 여러 명이 지분 형태로 자금 조달에 참여하고 각 개인은 신용 대출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는 모습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꽤나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 해당 부동산에서 임대 수익이 제대로 창출되지 않아 대출의 원리금 상환이 어렵게 되거나, 비주택 부동산에서는 드문 케이스이지만 단기 시세차익을 기대했으나 발생하지 않아 대출을 받은 차주가 더 이상 원리금 상환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면 작은 수준에서나마 '버블'이 터지게 될 것이다. 물론 필자의 가정과 상상력이 동원된 상황이기는 하나 현실화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한국의 부동산과 관련한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규제로 규율되고 있지 않은 혹은 느슨하게 규율되고 있는 영역의 금융 상황은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당 상황은 단순히 총계적인 수치의 확인이 아니라 조금 더 세밀한 관찰이 필요할 것이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실질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한 상황하에서 자산 가격과 부채 양쪽이 현저하게 높아진 상태는 어느 곳에서 불씨가 떨어질지 모를 화약고와도 같다. 


다음 글에서는 주식과 관련한 한국의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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