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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Mar 12. 2021

금융위기는 일어날 것인가?

-미국-

금융위기는 현실화될까? 자산 가격(주택, 주식)은 이미 상당히 오른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움츠러든 상황에서 자산 가격이 미친 듯이 오르는 상황은 누가 보아도 상식적이지 않다. 그러나 현재의 이런 모습이 소위 말하는 '버블'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답하기 어렵다. 누군가는 충분히 많이 올랐다고 생각하겠지만 누군가는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해석은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현재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기준점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그 단서는 앞서의 글에서 제시한 금융위기의 핵심 사건에 있다. 이전의 글에서 필자는 금융위기의 핵심 사건을 부채를 상환하지 않게(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정리했었다. 통상 자산 가격의 상승은 부채를 동반한 것이지만 그 상승의 속도와 폭이 이전과 비교해 빠르고 크다면 이는 '버블'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것이다.


앞서의 글에서 인용했던 레이 달리오의 주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금융위기가 일어나는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1) 부채가 늘어나면서 경기는 상승하지만 자산 가격 또한 상승. 2) 자산 가격의 상승이 부채의 증가를 되먹이는 효과 발생. 3) 상승한 자산 가격으로 부채의 유지 혹은 상승은 가능해지나 어느 시점에 그것이 불가능해지는 시점 발생. 4) 부채가 상환되지 않기 시작하면서 부채위기가 발생할 조짐이 나타남.


결국 자산과 부채의 복합 상승 국면이 나타난다면 이는 소위 말하는 '버블'이 발생했다는 신호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자산이 주택이라면, 주택이 모두에게 필수적인 재화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통상의 주택 구입에 대규모 부채가 동원된다는 점에서 주택 가격과 부채가 동시에 늘어난다는 것은 '버블' 발생의 신호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런 관점을 기반으로 먼저 살펴봐야 할 곳은 단연 미국이다.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미국이 가장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파급력이라는 측면에서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는 전 세계의 위기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경우도 경제 규모가 훨씬 작고 세계 금융시장과의 연결도가 낮은 국가에서 발생했다면 그 정도의 위기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래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현재 미국의 주택 가격과 가계 부채는 복합 상승 국면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했던 2007~2008년과 지금은 다른 양상이라 말할 수 있다.

 

미국 주택 가격 지수 & 가계부채(GDP대비)


주택 가격과 부채가 복합적으로 늘어나고 있지 않지만, 부채의 상태는 어떠할까? 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았다 해도 상환되지 않는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면 이는 위험한 신호로 해석할  있다. 그런데 현재 미국의 대출 연체율은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대출 전체적으로도 그렇고 주택 담보 대출로 대상좁혀도 마찬가지다.


대출 연체율 &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그렇다면 주식은 어떨까? 주식의 가격은 부채와 연결해서 판단하기 어렵다. 앞서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주식은 통상 대규모의 대출을 통해 구입이 이루어지는 자산이 아니. 그래서 주식 시장에서 버블이 꺼질  반드시 금융위기라 할만한 사태가 일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금융위기의 경우는 레이 달리오의 언급처럼 GDP 역성장하는(달리오는 GDP -3% 성장을 금융위기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정도의 결과를 낳는다. 물론 그런 경우가 아니라 할지라도 주식 가격의 대폭 하락이 경제에 영향을 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지만 대규모의 경제위기를 반드시 초래한다고 볼 수는 없다.



위의 그래프는 나스닥 지수와 실질 GDP(전년대비 변화율%) 그리고 실업률을 표시한 것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실질 GDP는 최대 -4%까지 하락했고, 실업률은 기존(4%) 대비해 두 배 이상 치솟았다. 물론 나스닥 지수도 크게 하락했다. 이와 비교해볼 만한 사건은 2000년대 초반 이른바 '닷컴 버블'이다. 위의 그래프에서 2000년 초반부터 나스닥 지수를 살펴보면 꽤나 높았다가 급격히 하락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닷컴만 붙으면 주식 시장에서 엄청나게 돈을 긁어모아서 '버블'이 생겼지만, 그 버블이 터져서 경제에 영향을 준 부분을 확인하면 2008년보다는 미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닷컴 버블의 붕괴로 실질 GDP 성장은 0%에 가까워졌고 실업률도 기존보다는 높아졌지만 심각한 경제위기라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앞서의 분석에서 미국발 주택 시장의 리스크가 금융위기로 발전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확인되었지만 주식 시장은 어떨까? 사실 주식 시장이 많이 상승했고 '버블'이 있다는 논쟁은 역사 속에서 맞기도 했고 틀리기도 했다. 엥?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려나 싶겠지만 그만큼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동일한 주식 시장에 대해 누군가는 버블을 이야기하지만 누군가는 저평가를 이야기한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주식 시장의 등락을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주식 시장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의 '기대'가 무엇을 근거로 작동하고 있는가를 관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작년 3월 주식 시장이 대폭으로 하락했다가 상승한 일 그리고 지금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을 놓고 주식 시장이 일진일퇴를 반복하는 일이 사람들의 기대가 무엇을 근거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생각에 오늘날 주식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기대에 대한 근거는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돈이 얼마나 공급될 수 있느냐이다. 조금 더 간명하게 말하면 금리에 대한 전망이다. 최근 주식 시장이 변동성을 띠게 된 이유는 단순하게는 금리가 오를 것인가에 대한 사람들의 전망과 반응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주식 시장을 지극히 단순화하면서 동시에 악질적으로 묘사하면 폭탄 돌리기의 모습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 5천 원에 팔기 위해 1만 원짜리 주식을 구입할 사람은 없다. 누군가는 과거의 어느 시점보다 비싼 주식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누군가 역시 미래의 어느 시점에 자신의 주식을 자신이 구입한 가격보다 비싸게 팔려고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악질적으로 표현하면 주식 시장은 폭탄 돌리기이지만 반드시 폭발해버리는 폭탄은 아니라는 점에서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그리고 경제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기에 그러한 폭탄은 꽤나 오랫동안 어쩌면 영원히 터지지 않는(물론 간혹 터지기도 하지만 다시 채워지고 커진다)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작게라도 터질지 모를 폭발이라는 리스크를 감당하려는 자금이 주식 시장에 지속적으로 그리고 대규모로 유입되어야 시장에서의 거래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저금리는 주식 시장의 호황과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잘 알고 있듯이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은 물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과 맞물리고 이는 다시 주식 시장의 약세로 연결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전망과 기대라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명백한 신호가 나타난다면 모를까 만일 그렇지 않다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중앙은행을 제외한 시장 주변의 행위자(플레이어)들이 미래의 인플레이션을 기정 사실화하고 동시에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기정 사실화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시장에 참여하는 행위자들의 상당수는 주식 시장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금리 상승에 대비한 투자전략을 모색할 것이다. 이는 상승되어 있는 주식 시장(과열이라고도 평가받는)을 가라앉히는 효과를 낼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최근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 논란과 관련해 보여준 애매한 듯한 태도는 그런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중앙은행의 주된 목표는 물가 안정이다. 최근에는 고용 안정 또한 포함되어 가는 분위기이지만, 물가 관리가 중앙은행의 첫 번째 정책 목표라는 걸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자산 가격의 안정 또한 중앙은행이 관심을 가지는 주요한 사항이 되어 버린 것 같다(굉장히 많은 논쟁이 뒤따르겠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서 미 연준은 미국의 주식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되는 것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에 대한 이론가 킨들버거의 지적처럼 말이다.


주된 문제는 중앙은행 책임자들이 자산 가격에 관여해야 하는지 아닌지의 문제다. 대부분의 중앙은행 책임자들은 물가안정을 통화정책의 주요 목표로 선택한다. 물가 지표가 도매물가지수인지, 소비자물가지수인지 혹은 GDP디플레이터인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아주 최근에는 인플레이션 목표관리-중앙은행들은 2%를 초과하지 않는 물가상승률 달성을 목표로 한다-가 정책 세계에서 즐겨 찾는 기도문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주식과 부동산- 그 중 어느 하나 혹은 둘 다-에 형성했던 거품이 갑자기 붕괴해 은행의 채무상환 능력에 엄청난 손실을 초래하게 될 때, 중앙은행 책임자들은 자산가격에 관여해야 하는 것인가? 하나의 관점은 효율적 시장의 세계에서 자산가격은 미래의 물가와 소비에 대한 예측을 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자산가격 역시 일반적인 물가수준에 반영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관점은 자산가격이 펀더멘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며, 거품을 만들어 내는 군중들의 행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찰스 킨들버거, 2006,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그런 점에서 미국의 주식 시장 또한 폭발적인 하락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러나 변수가 있다. 리스크를 감당할 자금이 아무리 풍부하게 조달된다고 해도 현실에서 기업들이 우수수 망해버리는 것에 대항할 수 있는 주식 시장은 없다. 거시적 차원에서는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어떤 것이 금융 시장에 잠복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거시적 수준에서 미국발 금융위기의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국가별로 상황은 다르다. 그리고 어떤 국가의 위기인가에 따라 미국 역시 영향을 받는 정도가 매우 클 수도 있기에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전반적으로 위기의 발생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섣불리 이번엔 다르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미국발 금융위기 발발 가능성에 대한 필자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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