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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Jun 24. 2016

미국에 관심이 있는 당신에게

[있는 그대로의 미국사]를 읽고

 옛날에 있었던 일을 안다고 해서 지금 도움이 되는 것이 있나요? 이미 일어난 일이 바뀔 수도 없고,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다 알 수 있는 것들을 굳이 책으로 읽어야 할 필요가 있나요?     


 맞는 말이다. 옛날 일을 안다고 지금 당장 쓸모 있는 일이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학창 시절인 사람이라면 모를까 역사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역사에 대한 지식은 그저 검색하면 즉시 확인할 수 있는 ‘단순한 지식’에 불과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우리의 생활이 지금 이 순간에 만들어지고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무의식 중에 우리가 행동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의 삶의 모습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낸 것들이다. 결국 지금은 수많은 ‘예전의 지금’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고, 지금에 대한 이해는 차곡차곡 쌓아 올려진 벽돌 같은 수많은 ‘예전의 지금’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역사책을 읽는 것은 사실 지금을 읽는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살고 있는 모국의 역사가 아니라 다른 나라의 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살아보지 않고도 그 나라에 대해 알 수 있는 소중하면서도 실질적인 기회다.


 미국이라는 국가의 중요성과 우리 개개인의 삶에 끼치는 영향은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어찌 보면 상관없을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가 접하는 각종 미디어에 넘쳐난다. 또한 우리의 삶 속에도 미국에서 인정한 것 혹은 유명한 것이라면 은근하게 권위가 부여된다. 하지만 미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네’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미국의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두꺼운 분량의 세 권이나 되는 책이지만 막상 접해보면 간결한 문체로 쉽게 읽힌다. 이야기를 들려주듯 하지만 핵심위주로만 말하는 것 같은 책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다양성과 통합을 미국 발전의 힘으로 보고 있는 저자의 생각에 어느새 고개가 끄덕여진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들 중 일부를 발췌해 간단한 메모와 함께 제시한다. 



1권 p.150 소비 사회의 한 가지 특징은 한 때 사치품으로 여겨지던 물건이 일단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 아주 빠르게 필수품화된다는 점이다. 식민지에서도 한때 매우 비쌌던 물건들, 즉 차, 침구, 유리그릇, 나이프나 포크 등의 식기, 도자기, 가구 등이 일상용품이 되었다. 개인의 집과 소유물, 의복 등을 덕성이나 ‘세련된’과 관련짓는 것도 소비주의의 결과였다. 교양 있는 신사와 우아한 숙녀라는 개념이 18세기에 식민지 전역에서 점차 커다란 영향력을 지니게 되었다.     


 희소한 것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사실 타인과의 구별됨을 향한 욕구일 것이다. 묘하게도 구별은 타인이 인정해야 가능한 것인데 그런 점에서 일부 사람‘들’이 향유하는 사치품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세련된’ 것으로 인식된다. 덕분에 사람들은 더욱 세련되고자 사치품을 얻고자 한다.     



1권 p.207 1760년대의 혁명 열기를 되살려 낸 것은 결국 영국 의회가 제정한 새로운 법령이었다. 이 법은 차의 판매와 관계가 있었다. 1773년, 영국의 동인도 회사는 영국에서는 팔 수 없는 많은 양의 차를 재고로 안고 있어 파산 직전에 놓였다. 영국 정부는 동인도 회사를 구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1773년에 차 세법을 통과시켜, 동인도 회사에 정규 세금을 내지 않고도 식민지에 직접 수출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 이와 같은 교역에서 전통적으로 중간 상인 역할을 해왔던 식민지 상인들은 세금을 내야만 했다. 따라서 동인도 회사는 이러한 특권을 지니게 되자 식민지 상인들보다 차를 싸게 팔아 식민지의 차 무역을 독점할 수 있었다.

영향력 있는 식민지 상인들이 이 차 세법에 분노했다. 그들은 동인도 회사의 강력한 독점으로 입지가 약해질 것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법으로 대표 없는 과세 문제에 대한 식민지인들의 예민한 감정이 되살아났다는 점이다. 이 법으로 차에 새로운 세금이 부과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상품에 부과된 본래의 타운센트 관세는 여전히 존속되고 있었다. 동인도 회사는 바로 이 관세를 면제받은 것이다. 노스 경은, 차 세법을 시행하면 중간 상인들이 사라져 소비자들이 낮은 가격으로 차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기에 대부분의 식민지인들이 이 새로운 법을 환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식민지 지도자들은 그 법이 실제 식민지 상인들에게 헌법에 위배되는 세금을 부과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식민지인들은 차 불매 운동을 벌였다.      


 경제적인 요인으로 많은 것이 결정되는 것은 중요하고도 당연할지 모르지만, 생각보다 많은 결정적인 행동들이 경제적인 것이 아닌 다른 이유들로 촉발된다. 차를 더 싸게 사는 것보다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의 확인이 결국 미국 독립의 도화선이 된 보스턴 차 사건을 불러왔다.     



2권 p.295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이러한 과학 기술의 획기적인 진전으로 급속하게 발전했다. 1903년 찰스 두리에이와 프랭크 두리에이 형제는 미국 최초로 휘발유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만들었고 3년 후에는 헨리 포드가 처음으로 그의 명성을 드높이게 된 유명한 차들을 선보였다. 1895년만 해도 미국의 도로를 질주하는 차가 단지 4대에 불과했지만, 1917년에는 거의 500만 대에 달했다.     


자동차는 22년 만에 1.25 백만 배 증가했다. 한국에 스마트폰이 지금처럼 보편화된 것은 5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곧 스마트폰이 없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등장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만큼 이에 대한 인간의 적응 속도도 의도적이든 강제적이든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다.     



3권 p.362 텔레비전과 기타 여러 형태의 대중문화는 흑인들 사이에서 인종 차별주의에 대한 인식을 고양시킨 또 다른 요소였다. 전후 흑인들은 주류 백인들이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 그리고 흑인이 백인 사회에서 실제로 어떻게 배제되어 있었는지를 이전의 어느 세대보다도 더 부단히, 분명하게 깨달았다. 텔레비전도 전국의 시청자에게 시위자들의 행동을 전달했으며, 한 지역에서의 적극적인 행동주의가 여타 지역에서 유사한 저항을 고무하리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TV가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이렇게나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미디어의 발달은 애초에 그 미디어를 좌지우지하던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결과와 영향을 낳을 것이다.      




 찾아보니 필자가 읽은 2006년판 이후인 2011년의 개정판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야기까지 포함되어 있다니, 한번 읽어봐야겠다. 사실 2006년에 책을 구입하고 나서 전체를 다 읽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긴 하다. 내용이 두껍다고 부담스러운 분들은 그냥 읽고 싶은 부분만 읽어보셔도 되지 않을까? 물론 계속해서 읽는 것이 더 재밌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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