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독서 결산
누군가가 무슨 책을 읽는지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을 안다는 것과 동의어 일지 모릅니다. 그런 점 때문인지 가끔 특정한 책의 서평을 쓰는 것은 몰라도, 한 해의 독서를 통으로 드러내 보이는 것은 나름 스스로의 민낯을 외부에 알리는 큰 결심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큰 결심(?)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부족하고 아쉬웠던 2017년의 독서에 대해 반성하려는 마음, 또 한편으로는 이나마 해냈다는 작은 뿌듯함을 스스로에게 주기 위함입니다.
2017년 저의 독서 행적에 공식적으로 기록된 책은 26권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개인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관련한 인공지능, 미래, 기술, IT 분야의 책들과 마음을 달래주는 문학 그리고 영원한 숙제인 자본주의 정치경제체제와 관련한 책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재미 삼아 몇 권의 책에 대해 나름의 이름을 붙여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머리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책 : 기술의 충격
기술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새로운 사고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두께가 다소 두껍긴 하지만 기술 중심, 기술 만능의 시대에 사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인사이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마음을 다독여준 책 : 그리스인 조르바
제가 쓴 리뷰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무너지고 싶을 때면 찾게 되는 치료제 같은 책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허접하지만 제가 쓴 리뷰를 참조하시는 것도^^
인터넷의 현실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해 준 책 : 스마트
인터넷은 글로벌하게 움직이고 있다?라는 질문에 대해 나름의 답을 제시해주는 책입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글로벌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도 들게 했던 책이었습니다.
언제나 감탄을 만들어내는 작가임을 확인한 책 : 깨어 있는 자들의 나라
자크 아탈리, 그의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그가 쓴 소설이라는 말에 흥미를 갖고 읽었던 책입니다. 초반에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지만 종교의 차이 그리고 그에 관련된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빠져 들 수 있는 책입니다. 치밀한 사료 분석과 있을법한 상상력의 만남. 추측컨대 아마 작가는 소설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 책을 썼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읽어갈수록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물론 저만 그런 것일 수도).
평소 지론을 다시금 강화시켜준 책 : 축적의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기초연구가 중요하다, 창의력이 중요하다, 아무리 떠들어도 투입(시간과 돈)과 산출로 모든 것을 정의하는 사람들에게 통하지 않을 이야기가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멍해져야 하고 여유가 주어져야 하고 안정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그들은 인정하지 않겠지요. 변화는 현실을 부정할 수 있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그리고 그 부정이 그렇게 심각한 것이 아닌 것임을 알려줄 수 있는 시간이 언젠가는 찾아올 것이라 믿습니다.
고전의 가치를 다시 확인한 책 : 거대한 전환, 이기적 유전자
읽지 않고 논평하는 사람이 많은 책 목록을 만들면 거기에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하는 책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거대한 전환은 꽤 오랜만에 다시 읽어서인지 아니면 번역이 바뀌어서인지 문장들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기적 유전자는 그 책에 대해 무엇이라는 이야기를 듣던 반드시 읽어보실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물론 해당 주제에 관심이 있는 분만 해당되겠지만요). 저자가 새롭게 쓴 서문만 열심히 읽어도 사람들이 얼마나 듣고 싶어 하는 것만 들으려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돌이켜보니 뿌듯하기도 한데 아쉽기도 합니다. 벌써 1/12이 지나버린 2018년은 좀 더 잘 읽을 수 있을까요? 올해는 되는 안되든 나름의 독서 리스트를 만들고 열심히 읽어보려고 합니다. 내년 이맘때 제 민낯이 더 환해지기를 기대하면서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