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에 최저임금 계산 시 포함되지 않았던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는 일정 부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2019년의 경우 상여금은 최저임금의 25%를 넘는 금액, 복리후생비는 최저임금의 7%를 넘는 금액이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된다.
이러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두고, 1개월 단위가 아니라 2달이나 3달을 기준으로 상여금을 지급하던 사업장이 최저임금에 상여금을 포함시키기 위해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것을 노동자의 동의 없이 진행할 수 있게 한 점,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시키기로 한 점, 최저임금위원회라는 노사 공동의 결정 단위를 배제하고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점 등은 사실 누가 보아도 문제의 소지가 많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이렇게 문제의 소지가 명확한 부분이 아니라 '상여금' 하나에만 집중해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자 한다. 상여금(賞與金), 말 그대로 상으로 주는 원래 주기로 한 임금 외에 '상'처럼 주어지는 급여를 의미한다. 용어 그대로의 정의라면 상여금은 사실 주기적으로 지급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실적을 매달 기록적으로 경신하여 상여금을 안 줄 수 없는 상황의 기업이라면 매달 상여금을 지급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상식적으로 그리고 일반적으로 그렇게 상여금을 지급할 수 있는 기업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정기적으로 줄 수 없는 것이 '상여금'일 텐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 '상여금'은 매우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급여 항목이다.
기업의 임금 항목 구성(100인 이상 기업 평균치)
月임금총액 = 기본급(57.3%) + 月고정수당(9.8%) + 복리후생수당(6.6%) + 상여금(17.6%) + 초과근로수당(8.7%) (by 13년 임금구성 실태조사, 고용부(2018, 조준모, '문재인 정부 1년 노동정책 평가와 과제'에서 재인용))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임금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노사 간의 합의로 혹은 협의로 대략 총인건비가 10% 오르기로 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기본급을 10% 올리면 상황이 깔끔하게 정리된다. 그런데 문제는 기본급이 10% 오르게 되면 다른 수당도 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초과근로수당이나 연차휴가보상비와 같이 통상임금에 연동되는 수당들은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기본급이 오르게 되면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많은 경우 사측은 이런 제안을 하기 쉽다.
'기본급만 올리는 거면 통상임금이 올라 수당이 오르게 되니 10%를 올려줄 수 없다. 대신 기본급을 아예 올리지 않거나 적게 올리고 상여금으로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겠다'
이런 식으로 상여금이 신설되고 신설된 상여금으로 임금 협상이 진행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게 된다. 사실 노동자의 입장에서도 그러한 제안을 무작정 거부하기 어렵다. 당장 10%를 더 받을 수 있는데 손에 쥐는 금액을 줄여서 까지 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수당(초과근로수당, 연차휴가보상비)을 더 받는 상황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상여금은 많은 경우 특별한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받게 되는 급여가 아니라 매해 반복적으로 정기적으로 받게 되는 급여로 자리 잡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상여금이 통상임금이나 최저임금 계산할 때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련해 2013년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관련해 엄청난 소송 폭풍이 몰아칠 것처럼 일부 언론에서 떠들었지만 정말 그랬는지는 의문이다). 사실 기본급처럼 지급되는 상여금의 경우 통상임금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상여금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시키는 것 또한 타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숨어있는 디테일이 하나 있다. 바로 상여금이 통상임금이 되기 위한 요건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기본급처럼 운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면 당연히 최저임금에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런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려면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이라는 것이 갖추어져야 한다. 정기성은 미리 정해진 일정한 기간마다 지급되는 것으로, 대부분의 상여금이 1개월이든 3개월이든 1년이든 일정한 간격에 따라 지급되기에 정기성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률성은 심플하게 정리하면 모든 노동자에게 지급되는지 여부이므로 대부분의 상여금이 일률성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바로 고정성인데 고정성은 쉽게 말하면 노동자가 어떤 조건인지에 따라 지급 여부가 결정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상여금 지급 시 평가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데 최하등급은 지급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상여금은 고정성이 없다고 할 수 있으며, 또한 재직 중인 직원에게만 상여금을 지급한다면 그 또한 고정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이 고정성 때문에 상당수 기업들의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왜냐 하면 많은 임금협상 혹은 취업규칙, 단체협약에서 상여금의 경우 지급 대상을 재직 대상자에 한정할 유인이 크기 때문이다. 기본급의 경우 퇴직을 하더라도 일할 계산해서 지급하지만 상여금의 경우 별도의 항목으로 존재하는 급여이므로 굳이 일할 계산해 지급할 이유가 없다. 또한 노사의 협상 과정에서도 노측이 퇴직자에게도 상여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한다면, 사측은 그러면 비용 부담이 크니 인상률을 낮추겠다고 제시하기 쉽다. 물론 노측은 그러한 사측의 제안에 대해 인상률을 낮추는 대신 상여금을 재직자에게만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노측의 잘못이 아니라 누가 생각해도 그런 결론을 내지 않을까? 게다가 상여금의 고정성 여부를 고려해서 퇴직자에게 지급해야 통상임금에 포함되고 그래야 수당이 올라가는 등의 고민을 하기까지는 사실 쉽지 않다.
물론 관행적으로 혹은 뛰어난 안목으로 상여금의 고정성을 인정받아 통상임금 소송(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서 오른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책정된 초과근로수당, 연차휴가보상비를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하고 승소하는 곳도 존재한다. 그러나 기본급을 올리지 않기 위해 도입된 '내용은 기본급인데 이름은 상여금'인 급여 항목을 운용하는 기업의 상당수에서 과연 상여금들이 고정성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물론 고정성이 없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으며 이는 당연히 통상임금에 연동되어 있는 초과근로수당, 연차휴가보상비 또한 변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해야 한다는 이야기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상(賞)으로 주어지는 진짜 상여금이 아니라 '내용은 기본급인데 이름은 상여금'인 급여 체계부터 바로잡는 것 아닐까? 그리고 그러한 기업들의 급여 체계 변경은 노사 간의 합의로 운영되어야 하고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꼼수에 대해서는 행정적으로 조치를 가할 수 있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너무 아쉽고 급했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