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 못하는 석사 문송이의 독일 취업기
나도 독일 올 때 가장 궁금했다. 독일어를 못하는 사람이 독일에서 잡을 구해 일을 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독일어를 얼마나 잘 해야 잡을 구할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에 이런 통계, 수치, 확률에 매달리고 케이스를 찾아봤다. 그런데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확률이 낮다고 해서 독일에 오지 않을 것도 아니었고, 독일어를 못하더라도 구직을 하든 독일어 실력을 함양하든 했을 것이다. 이런 수치나 다른 사람들의 케이스가 마음을 좀 편하게 해줄 수는 있겠지만, 내 케이스는 결국 내가 만들어나가야 한다.
결론적으로 내가 느낀 바는 어떻게든 길이 생기기 마련이며,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런 기회가 주어진 것은 순전히 운이었지만, 기회를 잡은 것은 나였다.
나의 구직기 인트로
나는 독일에서 석사 공부를 했고 구직할 때 독일 내 학위가 이미 큰 도움이 되지만, 내가 적극 활용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자원은 교수님과 주변 친구들이었다.
교수님
뉘른베르크에서 공부했지만 뮌헨으로 도시를 이동하는 건 이미 정해져있었고, 마침 뮌헨에 베이스를 둔 교수님이 계셔서 그 분께 면담요청을 했다. 링크드인, Xing, Stepstone으로 뮌헨 내 회사들을 몇 개 조사하고 리스트업해서 같이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교수님이 다양한 회사들과 협업을 한 경험이 이미 있고 회사들에 대해 잘 알고 계셔서 각 회사들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추천서도 써주시겠다고 하고, 몇개 회사에는 지원할 때 본인에게 미리 이야기를 해주면 컨택해놓겠다고 해주셨다.
나도 교수님께 아주 뜬금없이 접근한 건 아니었고, 교수님이 뮌헨에 살고 그곳이 주활동무대(?)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질문도 적극적으로 하고 얼굴 도장을 나름 찍어놨었다. 교수님들이 그리 편한 존재는 아니지만, 구직할 때 충분히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들이니 독일에서 공부하는 분들은 적극 활용하시길 추천하고 싶다.
친구들
친구들과는 서로 CV와 Cover Letter 봐주고 첨삭해주면서 도움을 주고 받았다. 나중에 연봉협상 할 때도 단순히 온라인상 정보만이 아니라 주변의 생생한(?) 정보를 얻어 대충 어느 정도로 기준을 잡을지 감을 얻을 수 있었다.
나의 구직기
교수님이랑 같이 회사 리스트업하고 CV 및 Cover Letter를 어느 정도 다 준비해놓은 상황이긴 했지만 뮌헨에 가기까지는 시간이 좀 있었고, 논문을 쓰기 전에 인턴을 해 볼 계획이었어서 구직활동을 하기 전이었다. 그때쯤 교수님 수업에서 한 회사와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 회사도 프로젝트도 모두 매력있었고 회사가 계속 성장해서 활발하게 리크루팅을 하고 있다기에 (!) 바로 프로젝트 리더를 자청해서 맡았다. 회사 및 교수님과 주요 커뮤니케이션을 전담하면서 얼굴 도장을 찍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프레젠테이션도 맡아 존재를 좀 각인시킨 후 어느 날 회사와 미팅하고 스몰톡하던 중 인턴 오프닝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넌지시 이야기를 건넸다. 그랬더니 HR 담당자가 흔쾌히 CV, Cover Letter, Transcript를 보내달라고 해서 준비해둔 자료들을 바로 보냈다. 그렇게 면접이 진행되었고 인턴직은 다소 수월하게 구할 수 있었다.
사실 인턴/워킹스튜던트 자리만 구하면 정규직으로 비벼볼 자신은 있었다. 그래도 일한 짬이 4년인데 퍼포먼스로 입증할 수 있어야지... 인턴 계약은 6개월이었지만 2개월만에 풀타임 오퍼를 받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결과적으로는 인턴 5개월 - 워킹스튜던트 6개월 (+석사논문) - 풀타임 시작의 스케줄로 진행할 수 있었다.
나의 구직후기
돌이켜보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특히 정규직 오퍼 및 연봉 협상에서는 동료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함께 일했던 팀원들이 HR에게 빨리 오퍼 넣고 계약서 쓰라고 엄청 푸쉬를 해서 2개월만에 오퍼를 받을 수 있었고, 연봉도 사실 회사에서 제시한 것보다 훨씬 높게 불렀는데 팀장이 HR에 이 정도 투자는 해야한다고 설득해서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맥이라고 하면 일단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연상되지만, 여기서는 Vitamin B (Beziehung - 관계, 인맥) 라고 부를 정도로 인맥과 네트워킹은 중요 또 중요하다. 딱히 인맥을 통해 구직을 한 건 아니지만, 동료들에게 신뢰를 얻고 좋은 동료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독일어를 못해도 취직할 수 있나요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네도 아니고 아니오도 아니고... 본인 하기에 달려있다. 영어로 공부했고 영어로 취직해서 일하는 근본없는 외노자가 되버렸지만 독일어는 여전히 나의 평생숙제 같은 존재. 독일 회사들은 대부분 독일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을 뽑고 싶어한다. 특히 우리 회사 같은 경우 독일 클라이언트가 많아서 독일어를 잘 하는 외국인을 채용할 경우 해당 직원이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에 당연히 독일어를 잘 하면 플러스다. 독일에 지사를 둔 외국계 회사들도 해당 국가 로컬 마케팅 담당자를 뽑는다면 당연히 그 나라 언어를 하는 사람을 선호할 것이다.
그래서 독일어를 못하면 당연히 선택지는 좁아지고 취직도 어려워진다. 하지만 선택지가 좁아지고 어려워질뿐, 언어라는 한계를 뛰어넘을만큼의 강점이 있거나 나처럼 운이 좋아서 온 기회를 잘 붙잡거나 인턴/워킹스튜던트를 통해 실력으로 인정받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 한국에서 경영/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하고 대기업 유통 회사에서 마케터로 4년정도 근무한 경력이 있습니다. 이후 독일에서 International Marketing 석사(English)를 했고 Digital Marketing Consulting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