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길고양이에 대한 일상
새벽녘, 이제 막 선선한 바람에 걷기가 좋은 그런 날, 여느 때와 같이 간단히 소주 한 잔 하고 가는 길이었다. 늘 다니던 좁다란 길목에서 정말 자그마한 고양이를 보았다. 노란색 M자가 커다랗게 박혀 있는 누런 봉투를 뒤적이다 나랑 눈이 마주쳤다. 살며시 뒷걸음치더라. 보통은 재빨리 도망가던데, 배가 많이 고프니?
우리 집에 있는 아지(맞다. 강아지의 아지다.)가 생각나 그 고양이가 도망가기 전에 내가 먼저 도망치려 했다. 근처 편의점에 들려 천하장사 소시지 하나를 사올 셈이었다. 그 아이가 그 전에 도망가면 안 되니까, 사람인 것이 고양이 걸음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리곤 바로 옆에 있는 편의점에 들렸다.
천하장사가 보이지 않아 치즈 맥스봉을 하나 들어 계산대로 갔는데, 뭣이라? 카드가 안 된단다. 화가 치밀었다. 무슨 삼, 사백 원짜리도 아니고 무려 천오백 원짜리를 내밀었는데, 뭣이라? 편의점에서 카드가 안 된다니. 아니 구한말도 아니고 기가토피아를 외쳐대는 21세기에 무려 카.드.가 안 된다니, 도대체 뭣이라? 아, 이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닌데 쓰다 보니 열 받아서 씁니다. 솔직히 현금 있었습니다. 근데 너무 괘씸해서 그냥 나왔습니다. 한 마디 하려고 했는데! 술 먹어서 그냥 알겠다고 하고 나왔습니다. 괜히 술주정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의도치 않은 적대자의 등장이었다. 편의점을 박차고 나왔다. 평소에는 발에 치이던 편의점들이 그날따라 안 보였다. 프로도도 아니고 소시지 사러 가는 게 무슨 원정이 되어버렸다. 집에 가는 길에 편의점이 하나 있어, 그곳까지 올라갔다. 고양이가 있던 곳과 더 멀어졌다. 다행히 그곳은 카드가 된단다. 아니, 왜 다행이야. 카드가 되는 게 당연하지. 매 맞는 사람이 어제는 10대 맞다가 오늘 5대 맞으면 좋아한다더니, 딱 그 꼴이네. 귀찮아서 신고 안 했는데, 지금에라도 신고할까? 호이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안다더니.
이쯤에서 잊혔던 고양이 걱정을 다시 하며, 부리나케 빨간색 벽돌이 인상적인 그 좁다란 골목으로 뛰어갔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그 고양이는 없었다. 미안하다. 내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널 굶기는구나. 혹시 몰라 소시지를 뜯어다 길가에 뿌렸다. 혹 오며가며 먹으라고. 반은 챙겨서 집에 가져왔다. 지금 내 무릎에 앉아서 내 팔을 긁고 있는 우리 아지 주려고.
아지야, 넌 행복한 줄 알아라.
라고, 쓰며 마무리하려는 순간 부엌에서 엄마가 밥 먹으라고 소리친다. 분명 지금 나가도 밥상은 안 차려져 있다. 왜 엄마는 미리부터 야단일까.